중국 인터넷 기업의 미래 5년… 한국 기업에 주는 제언
2017년, 텐센트가 어김없이 ‘중국 인터넷 미래 5년 추세 백서’를 냈습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임원부터 시작해 급성장하고 있는 디디추싱, 쥐메이요핀, 즈후, 58동청 등 기업의 CEO, 그리고 중국 투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거지진의 쉬샤오핑 등 거물 투자자들까지 머리를 맞대고 중국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방대한 양이라 중국인인 왕핑핑 기자와 논의하며 정리한 뒤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요약하고 다른 보고서 내용이나 기사 내용이 있으면 첨언도 했습니다. 중국 관련 사업을 하는 분들은 중국 인터넷 시장을 모르고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중국 인터넷 미래 5년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필두로 한 중국 인터넷 시장의 미래 5년을 전망한다면 한마디로 “분수령”이라고 말하고 싶다. 큰 변혁을 앞두고 무엇인가 큰 한방을 터뜨릴 수 있는 것들이 스물스물(?)올라오는 시기라는 뜻이다. 중국 인터넷 사용자는 이미 최고점을 찍었으며 ‘스마트폰 혁명’과 같은 시장을 전복할만한 기술이 나오지 않는 한 더 이상 인터넷 시장의 상승기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전복할 만한 기술로 일부는 ‘AI’ ‘VR’ ‘AR’ 등을 꼽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그림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분명 ‘AI’ ‘VR’ ‘AR’ 등과 연관된 기술이 이런 토대를 만들고 있으며 인터넷 산업 또한 전복할 만한 기술이 나오면서 또 다른 시장을 만들고 성장할 것이다. 이미 인터넷 사용자의 쪽수는 포화상태다.
세계적으로도 지난해는 이미 47%의 사람이 인터넷을 사용하며 그 중 선진국이 81%(10억 명), 개발도상국이 40.1%(25억 명), 후진국이 15.2%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6월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중국 인구의 51.7%인 7억 1,000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이들 중 90% 이상은 모바일 인구다. 성장 공간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부분은 여기부터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인터넷과 연관된) 큰 기업과 스타트업은 미래 5년을 어떤 기조 속에서 움직여야 할까?
크게 4가지다.
1. 기존 고객을 더 많은 영역으로
지금 상태에서 새롭게 트래픽을 만든다는 것은 힘들다. 사용자가 이미 한계점에 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트래픽을 만든다 해도 큰 파이를 먹기는 힘들다. BAT만 해도 이미 자기의 분야들이 확고하게 만들어졌다.
새롭게 인터넷 사용자를 끌어들이기보다는 기존 고객이 더 많은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텐센트는 위챗 사용자가 본인들의 전자상거래 몰이나 의료건강 플랫폼으로 확대되도록 작업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2. 바다를 건너가라
공격적으로 새로운 인터넷 사용자들을 모을 방법도 있다. 바로 바다를 건너가는 것이다. 아마도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 쪽으로 새로운 사용자를 모으기 위해 나갈 것이라고 본다. 또 중국의 3-4선 도시로 이동할 것이다. 이들 도시에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이미 깔려 있지만 사용자 수는 아직 최고점에 다다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마니아 시장이다. 마니아 시장은 새로운 사용자를 모을 수 있다.
3. 서비스의 기술적 업그레이드
기존 인터넷 사용자들이 가진 금전적 가치는 이미 최고점에 다다랐다.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면 그 금전적 가치를 높일 수 없을 것이다. 하루에 3-4시간 웨이신을 사용하는 사용자를 갑자기 7-8시간 사용하도록 늘릴 수는 없다. 가능하다면 기술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텐센트의 미니 앱 ‘샤오청쉬’는 바로 이 점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위챗의 미니 앱 프로그램인 샤오청쉬는 2015년 말 구글이 내놓은 앱 스트리밍(App Streaming)과 유사한 개념으로, 별도의 앱 다운로드 없이 QR코드 스캔이나 검색을 통해 상품 구입, 예약, 스케줄 관리, 설문조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벼운’ 앱이다. 서비스와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하나의 새로운 방식이자 기존의 공중 계정뿐만 아니라 위챗의 모든 서비스를 사용자와 더욱더 긴밀하게 연결해줄 수 있는 위챗 네트워크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4. 대기업은 생태계 구축을, 중소기업은 전문화를 방향으로
대기업이 새로운 변혁을 하려면 기존 중점 산업에서 세력을 넓히는 방향으로, 즉 ‘생태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확장해야 한다. 하지만 작은 기업이라면 반드시 ‘전문화’를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
인터넷 기업들이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전략
- 가격전쟁이다. 마윈이 아니라면 가격전쟁은 짚을 들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이미 상당수 산업은 거대 기업이 메인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과 가격전쟁을 한다고 했을 때 승산은 0이라고 봐야 한다.
- 팝업창을 통한 마케팅이나 판매전략은 권하지 않는다. 중국 소비자들은 똑똑해졌다. 이것이 광고 글인지 아닌지, 나를 속이려 하는 건지 아닌지 금방 알아챈다. 잘나가는 콘텐츠 위에 팝업식으로 여기저기 광고를 나오게 하면서 클릭을 유도하는 식의 전략은 더 이상 매력이 없다.
- 강제적인 마케팅은 안 된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미 자기 취향이 뚜렷하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 제조사들은 이미 자사와 관련된 앱을 깔아 출시한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그게 깔려있다고 사용하지는 않는다. 자기가 필요한 것만 쓰기 때문이다. 즉, 힘들여 깔아놓은 들 큰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역효과라는 사람들도 있다.
- 세트판매모델은 지양해야 한다. 중국의 소비자들의 소비 방향은 세분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내가 사고 싶은 A제품과 별로 사고 싶지 않은 B 제품이 세트로 나온다면 사지 않을 확률이 높다. 세트제품의 가격이 싸다 한들 A제품 단독으로 나오는 것보다 싸지 않을 것이며, A제품만 단독으로 상품이 나오는 플랫폼도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업에게 앞으로 5년은 아마 안갯속일 것이다. 하지만 이 안갯속을 지나면 분명 새로운 인터넷 산업이 펼쳐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안개구간을 안전하게 지내야 한다.
인터넷 창업 준비 시 공략해야 할 지점 4가지
지금 만약 중국과 인터넷이라는 키워드로 창업이나 사업을 5년 내에 준비한다면 반드시 공략해야 할 지점이 4가지 있다.
- 기술+: 5년 후 인터넷과 관련된 산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의 응용, 클라우드컴퓨팅 같은 대표적인 신기술이 융합된 ‘기술+산업’이나 ‘기술+제품’이 되어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건 ‘기술+제품+비즈니스모델’이 같이 나오는 것이다.
- 시장+: 시장 자체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시장을 노려야 한다. 예를 들어 택시나 버스 같은 운송시장은 업그레이드되면서 택시를 불러서 쓰는 ‘디디다처(카카오택시)’ 서비스가 나왔다. 그리고 이 업그레이드 된 시장에서 다수를 위한 서비스가 아닌 소수를 위한 서비스를 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 차를 대여하는 쫜처 시장에서도 고급서비스가 성장 가능성이 높다. 중국 출장 갔을 때 부른 고급택시 서비스 션저우쫜처를 탔을 때 기사들이 단정한 옷을 입고, 껌을 씹지 않고, 차 안에는 간식이 있던 게 기억난다. 또한 2016년 업그레이드된 시장에서 성공한 100대 브랜드를 보면 음식 관련이 많다. 중국인의 1인당 소비수준이 오르면서 의식주 중 ‘식’에 쓰는 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찬찬히 살펴보면 예전에는 ‘○○식품’처럼 이것저것 파는 게 많았던 것과 달리 ○○아이스크림, ○○생과일주스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시장 자체가 업그레이드된 시장을 타깃으로 하면서도 세분화된 고객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업을 해야 승산이 높다는 이야기다.
- 데이터+: 사용자의 마음을 알려면 데이터가 필요하다. 내가 디디다쳐를 사용한 고객이라야 이런 운송수단과 관련한 출행 서비스를 사용할 확률이 높다. 내가 사업에 성공할 확률을 높이려면 반드시 고객 타깃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데이터는 필수다.
- 창업+: 창업을 하려면 큰 기업의 우산 밑으로 들어가길 권한다. 그들 기업의 전략이나 서비스와 연동되는 서비스를 기획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그만큼 인터넷 시장에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BAT 등 거두의 영향력은 크다. 연관이 있어야 그들도 협력하고 투자한다.
지난 2016년 중국 인터넷 관련 유니콘 기업은 71개다. 총 3,516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가지며 그중 65%가 BAT와 관련이 있다. 5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그룹으로는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파이낸셜(蚂蚁金服) 그룹이 랭크돼 있다.
100-500억 사이 6개 회사 샤오미(小米), 디디추싱(滴滴出行), 루진수어(陆金所), 신메이따(新美大), 중안바오시엔(众安保险), DJI(大疆科技)중 DJI를 제외하고는 모두 BAT와 관련있다. 샤오미도 알리바바 및 텐센트와 간접적인 투자 관계다.
50-100억 사이 기업 9개 진르토우이타오(今日头条), 차이우왕루어(菜鸟网络), 징동진롱(京东金融), 렌지아왕(链家网), 코우삐왕(口碑网), 웨이중인항(微众银行), 메이주(魅族), 웨이마치쳐(威马汽车) 중 8개는 BAT 관련이다.
결국 그들의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가능성 높은 성공 방법이다.
원문: 추정남의 Medi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