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애플을 사겠지요.
몇 년 전 애플이 태슬라를 사지 않겠냐는 지인의 전망 의견에 대해 필자가 한 말이었다. 그때만 해도 테슬라는 아직 모델 S만 나와 있었던 회사였고. 애플은 아이폰5가 나오면서 확실하게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회사였었다.
테슬라의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가 애플에게 회사를 팔만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애플이 테슬라를 살 수도 없었지만, 만약 두 회사 중 한 곳이 다른 곳에 팔린다면 (당장은 아니고 아마도 10년~20년 정도 후에?) 테슬라가 애플을 살 공산이 더 크다는 것이 당시 필자의 생각이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최초의 자동차는 벤츠가 아니다
전기차를 최초로 만든 회사가 테슬라는 아니었다. 전기차는 우리가 최초의 자동차라고 알고 있는 칼 벤츠의 ‘페이턴트 모터바겐’보다 더 먼저 세상에 나왔다. 벤츠가 최초의 차라고 인식되는 것은 정확하게는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이지 사실 최초로 발명된 자동차가 아니다.
그럼에도 승리자인 벤츠에 의해 최초의 자동차로 둔갑한다.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1888년 칼 벤츠의 부인인 베르타 벤츠에 의해 최초로 세상에 선보였는데, 완벽주의를 추구하던 칼 벤츠가 자동차를 공개하지 않자 애들을 태우고 106km 떨어진 친정에 방문하는 이벤트를 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최초의 전기차는 이보다 50여 년 먼저 스코틀랜드의 사업가 앤더슨이 전기자동차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원유 전기 마차’를 발명한 것을 이야기할 수 있으며, 그 이전인 1842년에 미국의 토마스 데트와 영국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데이비슨은 이전보다 실용적이고 성공적인 전기자동차를 발명한다. 1865년에 프랑스의 가스통 플란테가 축전지를 발명하고 그의 친구 카밀 포레는 더 많은 저장용량을 가진 축전지를 개발한다.
1899년~1900년에 전기자동차는 어떤 다른 방식의 차량(휘발유 내연 자동차, 증기 자동차 등)보다도 많이 팔리게 되고, 1912년에 생산 및 판매 정점을 기록한다. 그러나 1920년대 미국에서 텍사스 유전이 발견되어 원유가격이 떨어지고, 카네기에 의해 철강생산이 증가한 미국에서 휘발유 자동차의 대량생산체계를 갖추면서 전기차는 휘발유차와의 가격경쟁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후 1996년까지 전기차는 산업용이나 특수분야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캘리포니아의 환경법 때문에 1996년에 GM에 의해 3년간 리스형식으로 운영되었던 EV1이 있었지만 1920년대 이후 제대로 된 상용차로서의 전기차는 테슬라모터스의 ‘모델S’가 가장 먼저 시작한다. 테슬라 모터스는 2003년, 마틴 에버하드(CEO)와 마크 타페닝(CFO)가 창업했고 2004년 페이팔의 최고경영자이던 일론 머스크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2003년에 창업 후 첫 모델인 전기차는 로터스에서 만든 로드스터를 전기차로 개조한 차였었는데, 일종의 프로토타입이었다. 본격적인 테슬라의 양산 전기차는 ‘모델s’로서 2009년 프랑크프루트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였으며 2012년 미국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 시작했다.
창업 후 첫 모델이 시판되기까지 거의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기간 동안 테슬라는 ‘전기차는 불가능하다’라는 루머에 시달렸다. 막상 모델 S가 시장에 나오자, 이번에는 안정성과 성능, 충전에 대한 집요한 공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테슬라의 모델 S는 안정성에 대해 모든 분야에서 별 다섯 개의 평점을 받아 가장 안전한 차로서 인정받았고, 5.3초대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 측정-자동차의 성능 척도 테스트이다)은 포르쉐보다 0.1초 빠른 고성능임을 숫자로서 증명하였다.
그러자 기존의 휘발유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는 고가의 배터리 가격과 장시간의 배터리 충전시간, 부족한 배터리 충전소의 문제로 기존 가솔린, 경유 자동차를 대체할 수 없다. 시기상조다’ 라는 주장을 시작하게 된다. 이들은 시기상조론을 펴면서도 BMW i시리즈와 닛산의 리프 등 다른 한편으로는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해 자체적으로 전기차를 개발하여 시판하였다.
전기차는 단순히 휘발유 엔진에서 모터만 바꾼 것이 아니다. 보닛에 들어있는 엔진, 트랜스미션, 워터펌프, 휘발유 탱크 등이 없으며 타이밍 벨트, 점화플러그, 연료필터, 엔진오일이나 부동액을 갈아줄 이유도 없다. 기존 휘발유 자동차에서 쓰이던 기술 중 전기차에 쓰일 기술은 조향장치나 쇽업소바, 새시 정도이며, 나머지는 기존의 휘발유 자동차 제조기술과 전혀 상관이 없다. 그래서 휘발유 자동차를 만들어 판 적이 없는 테슬라나 중국의 BYD 같은 회사가 전기차 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심지어 애플이나 구글 같은 IT회사에서도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전기차의 구조를 보면 기존의 휘발유 자동차보다 오히려 애들이 가지고 노는 RC카에 더 가깝다. 새시와 바퀴, 조향장치, 그리고 모터와 배터리, 휘발유차에 비해 훨씬 구조가 단순하며 가벼워서 에너지 효율도 좋은 데다가 결정적으로 소음과 공해물질 배출이 전혀 없다.
전기차의 단점이라면 아직까지는 충전소가 부족하다는 점과 기존 휘발유 차를 몰 때보다 조작하는 부분이 적어 심심하다는 정도이다. 충전소가 부족한 단점은 물리적인 숫자를 늘리면 해결된다. 현재 주유소가 있는 만큼 충전소가 있다고 가정해보면 충전소가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단점이 아니다. 더구나 주유와 달리 충전은 집에서도 가능하다.
전기차는 파괴적 혁신이다
모든 혁신은 기존의 산업을 파괴하고 대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필름 카메라를 디지털카메라가 대체하자 영원할 것 같았던 코닥, 후지가 망하고 디지털이 그 자리에 들어섰으며, 아이폰을 위시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피처폰의 강자였던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 등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혁신의 본질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기존의 시장을 파괴하지 않는다면 혁신이 아니다.
기존 자동차 업계인 메르세데스, BMW, 아우디는 자동차 업계의 모토로라, 노키아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코닥이 그랬던 것처럼 신생 전기차 업체의 약진과 전기차의 도입을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기존 휘발유차의 판매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아주 천천히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해가 안 되는 바도 아니다. 전기차의 전체적인 전환은 기존 기술과 생산시설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며, 새롭게 전기차 개발에 투자를 하는 것을 뜻한다. 휘발유차 메이커가 남는 것은 ‘브랜드’ 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반드시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모토로라가 스마트폰을 만들었음에도 잘 안 팔리던 이유 중 하나는 구시대의 상징성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기존의 자동차 업계를 뒤집을 파괴적 혁신이다. 기존 휘발유 자동차 업계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기를 쓰고 전기차의 보급을 막아왔으며 한편으로는 생존을 위해 전기차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이해의 상충은 휘발유차 업계뿐 아니라 정유업계와도 맞닿아 있다. 만약 한국에서 모든 차를 전기차를 바꾼다면 석유를 수입하지 않아도 될까?
원유를 정제하면 휘발유뿐 아니라 경유, 등유, 기유, 아스팔트, 요오드, 비닐, 플라스틱 등 수많은 물질이 생산되기에 휘발유나 경유차가 한대도 없다고 해서 석유를 수입하지 않을 수 없다. 휘발유나 경유는 사용 용처가 자동차의 연료 외에는 쓰이는 곳이 거의 없기에 전기차의 보급이 늘어날수록 남아도는 휘발유와 경유의 처리가 정유업계의 문제가 된다. 그래서 정유업계 역시 겉으로 대놓고 전기차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전기차의 보급을 반기지 않는다. 정부 역시 휘발유와 경유에서 거두어 들이는 유류세라는 세원 때문에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러한 외부적인 반대 요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는 환경보호라는 기치 아래 전면적으로 휘발유, 경유차를 금지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해가고 있다. 노르웨이는 공식적으로 2025년부터 휘발유, 경유차를 금지시킨다는 발표를 했고, 자동차의 왕국이라는 독일의 상원도 2030년부터 휘발유, 경유차를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휘발유차 업계가 원치 않고 전기차 도입을 반대한다 한들 전 세계적인 기조는 이미 전기차로의 전환이 대세가 되었다. 전기차는 기존 휘발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인력의 10% 정도로 생산이 가능하다. 3만 여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휘발유차보다 부품수도 1만여 개로 훨씬 적고 자동차의 구조와 공정도 휠씬 단순하다. 기존 자동차 공장의 노조 역시 전기차를 반대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으며 이들의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도 같은 포지션을 취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이 전기차의 생산과 보급을 최대한 늦추면서 완성차 업계와 정유업계, 국세청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가정하면 소비자를 제외한 모두가 해피할 것 같지만 그 늦추는 기간 동안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같은 곳에서 훨씬 안전하고 고성능이지만 가격은 더욱 저렴한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시장을 잠식할 것이다.
마차에서 자동차로 바뀔 때도 전기차처럼 수많은 사람의 반대에 부딪쳤었다. 심지어 자동차의 속도를 늦게 가게 하기 위해 깃발을 들고 자동차 앞에서 걸어가게 한 말도 안 되는 규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전기차 역시 기존 이익집단의 반대에 의해 전체적인 보급에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결국은 마차가 사라졌듯이 결국 휘발유차 역시 사라질 것이다.
테슬라는 과연 애플을 살 수 있을까?
자, 그 시절이 되어 테슬라가 지금의 벤츠나 BMW의 위치에 간다고 가정해보자. 애플이 과연 테슬라를 살까, 아니면 테슬라가 애플을 살까?
나는 테슬라가 애플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동차는 내구 소비재 중에 가장 비싼 물품이다. 시장의 규모로 봤을 때 테슬라가 애플보다 훨씬 더 큰 회사가 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물론 애플이 전기차를 내놓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애플이나 구글도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애플은 전기자동차에 대해 노코멘트이다. 사실 전기차는 테슬라 뿐 아니라 애플이나 구글 같은 IT업체에서 만드는 전기차가 벤츠나 BMW가 만드는 제품보다 더 사람들이 선호할 확률이 높다.
전기차가 파괴적 혁신으로서 기존의 완성차 업계를 몰락시키고 새로운 업체가 지배를 할지, 기존 휘발유 업체의 변신 정도로 시장이 정리될지 흥미있게 지켜보자.
원문: Vertical Platform / 필자 : 김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