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에서 룸을 잡아서 놀다가 유명 작곡가와 합석해 즉석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원활하게 이루어지게끔 한 모 PD님께 감사드린다.
작곡가가 실수로 표절할 수도 있는가?
더블린 : 자기소개합시다.
작곡가 : 저도 이 바닥 사람인데, 그냥 ‘작곡가’라고 하죠.
더블린 : 좋습니다. 그래서 로이킴은 표절입니까?
작곡가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깜짝 놀랐다데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블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곡가 : 닝겐노 표절와 똑같데스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블린 : 이렇게 똑같은 표절은 정말 처음인 듯요… 막걸리사장 아들이면 다야? ㅋㅋㅋㅋㅋㅋ
익명 : ㅇㅇ 심하죠.
더블린 : 그런데 곡 쓰다 보면 이런 현상 종종 생기지 않아요? 인식하지는 못하고, 남의 노래 비슷하게 나오는…
작곡가 : 그쵸.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는 힘들어 ㅋㅋ
더블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곡가 : 곡 쓰는 사람들이 천재인지는 모르겠는데, 자연스럽게 쓰는 멜로디는 오히려 멜로디가 부딪히지 않아요. 차라리 비슷하게 쓰려고 용쓰면 맞춰지지…
더블린 : 여튼 표절 땅! 땅!
작곡가 : 네.
표절과 레퍼런스, 오마쥬의 경계
더블린 : 근데 요즘 노래들은 샘플링, 미디 이름으로 다 조금씩 표절 삘이 나기는 합니다?
작곡가 : 뭐 그렇다 하던데 전 요즘 노래에 관심이 없고, 듣지도 않아서 아예 모르겠어요.
더블린 : 그런데 대체 표절의 기준이 뭘까요?
작곡가 : 이건 대중이랑 전문가 기준이 좀 달라요. 대중들이 이야기하는 것 중에는 은근히 어거지도 많아서… 가장 대표적인 게 서태지 표절이라고 우기는 바닐란가 뭔가…
더블린 : 그거 좀 표절 같던데요?
작곡가 : 에이, 레퍼런스죠. 레퍼런스랑 표절은 달라요.
더블린 : 레퍼런스?
작곡가 : 네. 우리나라 가요들의 대부분은 닮고 싶은 테마나 레퍼런스가 있어요. 국악인가요? 다 팝에서 영향을 받은거잖아요.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뮤지션이나 곡들에서 영감 받고, 이런 노래 쓰고 싶다…! 해서 쓰기도 하는 거죠.
더블린 : 오호…
작곡가 : 물론 그 중에 좀 심한 곡도 있죠. 전람회의 ‘고해소에서’ 같은 곡은 좀 시네마천국 OST 중 한 곡이랑 많이 비슷하긴 해요. 실망했음. 그런데 유희열은 라디오프로에서 전람회 곡과 소스곡을 같이 트는 패기를 보이더군요. ㅋㅋㅋ
더블린 : ㅋㅋㅋ
작곡가 : 그러면서 그 분도 TOTO라는 그룹을 존경한다고 TOTO의 Lea와 비슷하게 쓴 게 ‘넌 어떠니’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들어보면 알겠지만 그 정도는 표절이 아니에요. 오마쥬죠.
더블린 : 오오..!!!
작곡가 : 그러니까 표절 경계는 그거에요. 오마쥬를 얼마나 잘하느냐의 경계인데 로이킴은 오마쥬고 뭐고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블린 :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오마쥬면 대놓고 밝혀야 하지 않나요? 나 이 곡 존경해, 참고했어… 이런.
작곡가 : 그건 곡 덕후들이 밝혀내는 거죠. 외국 팝가수들도 서로 오마쥬하고 난린데 뭐. ㅋㅋ
짜깁기라고 다 표절이 아니다
더블린 : 다시 서태지… 이런 글이 있네요. “당시는 샘플링 CD를 사용해 음악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여러 뮤지션들이 같은 샘플링 CD를 사용해 작업을 했기 때문에 언뜻 들리기에는 음악이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서태지의 곡과 밀리바닐리의 곡은 코드 구성, 악기, 멜로디, 랩 구성등 모든 면에서 다른 점을 보이기 때문에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작곡가 : 발언이 센 걸 보니 서태지 컴퍼니 발언인가 보네요. 반박하면 소송당할 기세. ㄷㄷㄷ
더블린 : ㅋㅋㅋㅋㅋㅋ
작곡가 : 어쨌든 ‘난 알아요’ 그 곡은 정말 잘 만든 곡이에요. 이런 건 표절이라 보기 힘들어요. 서태지는 천재죠.
더블린 : 짜깁기라 볼 수 있지 않나요?
작곡가 : 그렇게 다 짜깁기 해서 곡 잘 쓸 수 있으면, 개나 소나 작곡하겠죠.
더블린 : ;;;;;;
작곡가 : 짜깁기로 잘 쓰는 사람의 대표가 박진영이에요. 근데 박진영도 인정해요. 경계를 잘 타는데, 대중이 뭘 좋아하는지 감을 알아요. 정말 속된말로 ‘세삥한’ 곡을 잘 쓰죠. 멜로디 감도 좋고, 후크도 알고, 샘플링도 잘하고… 요즘은 예전 같지 않지만 짜깁기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짜깁기라고 하니 좀 그렇다. 잘 취합한다고 하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옷 가져다가 갖다 붙이기가 어디 쉬운줄 알아요? 그것도 능력이고 …. 멜로디 자체도 팝을 인용하지만 한국에 어울리게 멜로디 잘 만들고 … 어쨌든 박진영은 크레이이티브 요소가 많은 작곡가에요. 표절로 확정된 곡도 있기는 하지만. 로이킴은 크레이이티브고 뭐고 없어요. 아니 요즘 트렌디한 음악도 아니고 컨츄리송 표절하는 하는 가수가 뭐임? 차라리 동요를 표절하지 그래…
작곡가 : 샘플링, 악기 구성… 이런 것들 가지고 표절 시비 붙이면 사실 외국 곡끼리는 더 많아요. 미국 본고장에서 서태지 사례는 수백만 개일 걸요? 그런 걸 표절이라 하는 건 좀 억지라고 봐요.
더블린 : 본인이 작곡한 곡은 표절시비 걸린 적 없나요?
작곡가 : 있죠. 폴 매카트니의 노래로 걸던데 폴 매카트니랑 비교해주다니 영광일 따름이죠.
더블린 : ㅋㅋㅋ
작곡가 : 근데 그 노래는 별도로 소스가 있었어요. 다른 레전드 가수 노래 듣고 그런 스타일로 곡을 만지다가 제 식으로 나온 게 그 곡이었죠. 뭐, 작곡가들이 내놓는 곡은 보통 그런 식으로 다른 노래 영향을 좀 받을 수밖에 없어요.
로이킴의 선별적 표절: 김광석과 어쿠스틱 레인
더블린 : 자, 말이 길었는데 다시 로이킴이나 깝시다.
작곡가 : 어쨌든 작곡가는 알아요. 곡이 비슷한 게 우연인지 아닌지. 하지만 저건 너무하자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블린 : 처음 들었을 때 느낌이 어떻던가요?
작곡가 : 사실 저는 처음 들었을 때 로이킴 노래가 김광석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이랑 컨셉이 똑같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설마 멜로디까지 썼을 줄이야(…) 편곡은 김광석거 가져다 쓰고 멜로디는 딴 사람이 또 있었다니…. 사실 그래서 로이킴은 자존심이 있나? 생각했어요. 김광석 노래에서 멜로디만 안 딴 거지, 대놓고 따라 쓴 거라서 웃겼는데… 그런데 김광석꺼는 기본이고 거기다 멜로디까지 썼다니.. 이건 표절이 아니라 번안곡….
작곡가 : 아뇨. 표절은 아니지만 같은 작곡가가 보기엔 쪽팔린 거죠. 저렇게 편곡하는 건 배알 다 내놓고, 존심 버리고…
더블린 : 근데 그렇게 하면… 애초에 어쿠스틱 레인도 김광석 노래 따라 만든 거가 되나요?
작곡가 : 음… 그건 좀 다른 게 어쿠스틱 레인은 리듬이나 전체 다이를 베낀 게 아니잖아요. 그냥 어쿠스틱레인과 김광석은 같은 포크송 가수계열이다… 이거죠. 솔직히 어쿠스틱 레인은 대중적인 곡도 아니고 … 21세기에 상당히 올디한 포크송을 하시는구나… 생각했을 뿐…
더블린 : 다이가 뭐에여?
작곡가 : 당구다이… 그러니까 편곡할 때 전체 판? 악기 구성? 그냥 우리끼리 업계에서 쓰는 말이에요. 녹음할 때 ‘다이 잘 짜고 가자’ 이렇게 이야기하죠. 근데 어쿠스틱 레인은 아쉬운 게 다이가 별로 안 좋죠. 그런데 로이킴은 어쿠스틱 레인에서 멜로디만 쏙~ 김광석한테는 좋은 다이만 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블린 : 대단하네요. ㅋㅋ
작곡가 : 장사 잘하는 것 같음. ㄷㄷㄷ
더블린 : 로이킴 너무 까는 것 같습니다만.
작곡가 : 제가 원래 병신 같은 애가 병신짓 하면 신경도 안 써요. 변희재가 뭔 소리하든 무시하죠. 근데 로이킴은 되게 멀쩡하고 스타성 있는 친구가 저러고 있으니…
표절여부는 누가 판단해야 하는가?
더블린 : 뭐, 따지고 보면 표절이 하루 이틀 전 일은 아니죠.
작곡가 : 그렇죠. 그래도 예전이 나은 것 같아요. 예전에 김민종도 귀천도애로 잠시 물러났잖아요. 사실 그거 김민종 작곡도 아닌데… 그리고 그 작곡가는 이후 밥줄 끊기다시피 했어요. 잘나가던 작곡가였는데… 그런데 요즘은 뭐 처벌도 없고 그냥 논란만 일어났다 끝나니…
더블린 : 음… 하긴 최근 표절로 조용히 물러난 사례는 이효리 정도로군요.
작곡가 : 네. 모 가수의 경우 또 표절이라고 할만한 곡은 단 한번도 공연장에서 안 부르더군요. 자존심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거죠. 정말로 우연히 걸려서 억울한 건지도(…)
더블린 : 와이낫과 씨앤블루의 표절 논쟁도 치열했죠.
작곡가 : 그 곡도 수긍이 가요. 그런데 김도훈씨 해명도 이해는 갔어요. 와이낫 말고 컨츄리 꼬꼬랑도 비슷함….. ㅋㅋ 근데 당시엔 와이낫이 너무 아이돌 vs 인디계의 대결로 몰아가서 좀 그렇더라. 어쨌든 로이킴 수준은 아니었음….
작곡가 : 옛날에는 그래도 표절심의단이 있어서 표절판정에 관해 좀 엄격해서 그건 좋았는데… 요샌 누가 제지를 안 하니 저렇게 막 표절해도 욕이나 먹고 끝나죠. 대중들은 또 자기들이 무슨 심판관이라고, 너무 말도 안 되는 잣대로 어거지 들이대고… 그래서 저는 표절은 심의단이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솔직히 프로하고 아마추어는 보는 시각의 차이가 크거든요.
더블린 : 감사합니다.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
작곡가 : 안 됩니다.
더블린 : 왜죠?
작곡가 : 삼국지 하러 가야 돼요. 황건적 잡으러 가야함…. 어제 낙양 불쇼했어요…
더블린 : ……
작곡가 : 어제 낙양 먹었으니 이제 허창 먹어야 함.
더블린 : 그러면… 마지막으로 한 말씀을…
작곡가 : 이번 로이킴 표절은 10년 가까이 음악하며 또 제가 31년 살면서 들은 최고의 표절곡인 것 같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