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에 앞서
안녕하세요.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는 이정훈입니다. 많은 분이 새해를 맞이하며 ‘제2외국어 공부하기’를 각자의 버킷리스트에 적지 않으셨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앞서 기고했던, 독일어를 영역별로 어떻게 독학할 수 있는지에 관한 글 「독일어 독하게 공부하기」와 현재 연재 중인 「독일어 시험공부 하기」 시리즈에 이어서 오늘은 독일어 탄뎀(Tandem, 이하 탄뎀)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앞선 글들과 마찬가지로 저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바탕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려해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해당 글은 독일어뿐이 아닌 다른 언어를 공부하실 때에도 두루 적용하실 수 있습니다.
목차
- 탄뎀(Tandem) 이란?
- 탄뎀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생각해야 할 것들
- 글을 마무리하며
1. 탄뎀(Tandem) 이란?
탄뎀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1. (두 명이 앞뒤로 탈 수 있는) 2인용 자전거[1]
2. 다른 언어를 서로 가르쳐주는 언어 교환 공부 파트너[2]
이번 글과 관련된 탄뎀은 두 번째 의미인 ‘언어 교환 공부 파트너’입니다. 오늘날에는 ‘나 오늘 탄뎀 한다’와 같이 ‘모국어를 서로 가르쳐주고, 해당 언어 공부에 도움을 주는 행위’를 의미하는 동사로도 많이 사용합니다.
탄뎀의 가장 큰 목적은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지만, 언어뿐 아니라 내가 배우고자 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음악, 영화, 예술, 사회 문제, 정치 상황 등 전반적인 부분을 함께 이야기 나누며 언어와 더불어 다양한 생각을 교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탄뎀은 우선적으로 언어를 습득하는 데에 있어서 좋은 방법으로 기능하고, 나아가 문화를 이해하고 21세기 다문화주의 사고에 걸맞은 톨레랑스(tolerance)를 함양하는 것에도 큰 기능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2. 탄뎀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생각해야 할 것들
지난 「독일어 독하게 공부하기」 글에서도 독일어 듣기를 공부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탄뎀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독일로 유학을 오신 주변의 많은 분을 보면 탄뎀 파트너를 정기적으로 혹은 비정기적으로 만나서 서로의 언어를 교환하고 문화·사회의 전반적인 부분을 이야기 나눕니다. 지속적으로 탄뎀을 하면서 종국에는 단순히 언어를 교환하는 탄뎀 파트너가 아닌, 함께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로 지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경우를 제 주변에서는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저도 처음에는 이 친구도 만나고 저 친구도 만나면서 일주일에 4-5번 탄뎀을 하는 등 의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주변에 남아 있는 친구들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탄뎀이 언어 공부에 도움이 되고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 저의 과오(?)들을 돌이켜보며 몇 가지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 탄뎀을 시작하기 전에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라.
인터넷에서 혹은 주변에 열심히 수소문하여 탄뎀 파트너를 만났습니다. ‘언어 교환을 목적으로 만났으니까, 목적에 충실하자!’라고 생각하면 오랜 기간 탄뎀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탄뎀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 속에서 각자의 언어를 교환하는 것입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심지어 나랑은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을 만났는데, 파트너가 ‘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지, 한국어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한국에 대해서 어떤 걸 아는지, 한국의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을 모르고 무턱대고 각자의 언어만 가르쳐준다면 그냥 외국어 과외수업하는 것과 다름없이 되어버립니다.
또한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서 잘 모르고 탄뎀을 시작하면 100% 완벽한 의사소통이 아닌 상황에서는 자칫 오해가 생깁니다. 이로 인해서 관계가 안 좋아져 탄뎀을 끝내버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따라서 탄뎀을 시작하기 전에 각자의 관심사에 대해서 알려고 노력하고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정기적으로 만날 날을 정해라.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기 때문에, ‘매주 토요일 혹은 주말마다 등’. 서로 만날 날을 확실하게 정하는 게 좋습니다. 본인이 하는 일이 유동적이라 정기적으로 날을 잡아서 만나기 힘들다면 처음에 파트너와 만났을 때 이 부분에 대해서 양해를 구하고 최대한 서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나의 시간도 소중하지만 파트너가 탄뎀을 위해서 할애하는 시간 역시 똑같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각자의 언어 공부 계획에 관해서 상세하게 이야기하라.
탄뎀을 처음 시작할 때 많은 분이 막연하게 시작하며 ‘어차피 외국어로 의사소통해야 하니까 뭐 어떻게든 도움이 되겠지’라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그냥저냥 아무런 계획 없이 탄뎀을 만나면 결국에는 흐지부지되게 마련입니다. 각자의 언어 공부 계획에 관해서 상세하게 준비하고 파트너와 이에 관해서 이야기를 반드시 나누셔야 합니다. 이를테면,
준비 중인 말하기 시험을 연습하고, 발음 교정을 받고, 그러고 나서 단어 시험을 칠 거고, 독일어로 한국과 독일의 영화에 관해서 독일어로 이야기 나눌 거야.
이와 같이 가능하면 자세히 계획하시는 게 좋습니다. 더불어 본인이 파트너의 한국어 학습에 있어서 어떤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지도 함께 이야기 나누시면 더욱 계획적이고 지속 가능한 탄뎀을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 여러 명의 탄뎀 파트너를 만나기보다 한두 명이 적당하다.
앞서 짧게 말씀드렸듯이 처음에는 욕심을 부려 언어 교환을 위해서 많은 친구와 만났고, 외국어 실력이 단기간에 상승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내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이로 인해서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외국어 실력도 제자리걸음을 하게 됐습니다. 저의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여러 명을 처음부터 자주 만나기보다는 한두 명의 친구와 빈도가 낮더라도 지속적으로 만나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다섯 번째, 언어 교환에 그치지 말고 각자의 문화를 나눠라.
탄뎀의 첫 번째 목적은 언어 교환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언어를 교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때로는 각자의 문화를 소개하고 함께 경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언어와 문화는 서로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언어를 통해서 그 나라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고, 그 나라의 문화가 언어를 통해서도 많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독일에는 다양한 한인 커뮤니티가 존재합니다. 이들 커뮤니티에서 주최하는 문화 행사에 탄뎀 친구와 함께 가보거나 혹은 베를린에 있는 주독 한국문화원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문화행사에 함께 참여하는 것도 문화와 언어를 함께 교류할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3. 글을 마무리하며
이상으로 탄뎀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생각해야 할 부분들에 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독일어 탄뎀을 기준으로 정리한 글이지만 다른 외국어를 교환할 때에도 도움이 되리라 조심스럽게 기대합니다. 언어교환을 시작할 때 앞선 다섯 가지 사항을 참고하시면 조금 더 효과적인 탄뎀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나날이 능숙해지는 본인의 외국어 실력도 함께 살펴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위 글에 관해서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email protected]으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독일어 학습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