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JTBC에서 방송한 신년 기획 토론회에서 법인세 인상을 두고 전원책 변호사와 이재명 시장이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법인세 인상이라는 화두는 몇 년 전부터 세제 개편 및 복지 재원 확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항상 등장했던 화제인지라 언젠가는 뜨거운 감자가 되리라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 보수주의와 진보주의 간 의견 차이는 조정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사실 다수결로 국회의 절대적 다수표를 가진 정부나 야당이 법인세 인상을 전격 처리한다면 모르지만, 그런 행동으로 인하며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부작용 또한 만만한 것이 아닐 테니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각국 정부들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법인세 인상을 주장할 경우 회사 생산 시설을 국외로 이전하거나 아예 자본을 철수하는 및 이전하겠다는 반협박성 멘트가 나오고 있다. 세계 금융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무디스’를 비롯한 신용 평가사들 역시 법인세의 변화에 따라 국가 신용 등급에 영향을 주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법인세 인상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렇다면, 법인세 인상은 정말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법인세 인상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이, 국내 법인세율이 국제 기준과 비교해서 낮은지 높은지, 실질세율은 얼마인지 등의 논의이다. JTBC에서 주로 이야기되었던 부분도 ‘실질 법인세율이 얼마인지에 대한 통계 자료의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한 논쟁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2016년 7월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높일 경우 국제간의 법인서 인하 경쟁에서 취약해질 수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서는 국내의 실효 법인세율이 국제적인 비교에 비하여 낮다는 논란에 대해 한계 효용 비율로 볼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에 따를 경우 우리나라는 국제 기준으로 약 1.5% 정도 법인세가 높은 편이라고 평가한다.
한국 경제 연구원과 같이 신자유주의적인 경제 정책을 지지하는 기관들은 이와 같은 논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2013년에 발표한 <명목 법인세율을 사용한 국제 비교평가의 오류>와 같은 연구 발표 자료 등은 법인세 인상이 실질적인 효과가 없었다는 결론과 함께 단순히 세율을 비교하여 법인세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법인세 인상이 결국 소비자 물가 인상과 고용 축소로 이어지고, 배당 감소 등으로 인하여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논점 역시 거세다.
시기적으로 불황에 접어들고 있는 현 상황에서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논거도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법인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법인의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이중과세라는 주장도 있다.
법인세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쪽의 논거는 무엇인가? 우선적으로 세 부담의 측면에서 한국의 세 부담율이 세계적인 추세와 비교하여 낮은 편에 해당하고, 이에 따라 세제 부족으로 인한 정부의 재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최우선으로 들고 있다. 조세 재정 개혁 센터와 같은 곳은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측의 논거에 대해 ‘고용 축소와 해외 자본 이탈은 법인세와 크게 관련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경기 침체 시기에 법인세 인상이 옳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인세 역시 소득세의 형태로, 법인이 소득을 발생시키지 못할 경우 세금을 내지 않으며 손실이 날 경우에 장기적인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선대인 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연구소장을 비롯해서 진보진영의 많은 사람들은 법인세 인상을 통한 세수 확보와 이를 통한 간접적인 부의 재분배 및 복지 재원의 마련을 주장한다.
이와 같은 논쟁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미국 대선 때에도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정책 대결 당시 뜨거운 감자로 취급된 바 있다. 이외에도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인상하는 국가와 인하하는 국가가 존재하면서 각국 진영 간의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쟁에 있어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법인세를 내리는 것이 과연 경제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부분이다.
인상을 반대하는 측의 의견을 들어 보자면, 법인세를 내리는 것이 결국 기업들의 이윤 확대를 통한 소득 증가가 일어나게 하며, 이윤의 확대를 통해 기업들이 투자를 확충하고 이를 통한 일자리가 확대된다는 결론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법인세 인하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기 활성화의 사례를 들어볼 수 잇지 않을까?
우선, 미국에서 법인세를 낮추었던 시기에 실질적인 고용 증가가 발생하였는지 확인해 보자. 이에 대해서는 2013년 미국의 Center for Effective Goverment에서 2013년 발표한 <The Corperate Tax rate debate>를 살펴보자. 이들은 지난 65년간 세율과 비적의 증가를 비교 분석한 아래 결과를 보여주며, 세율의 증가가 실질적인 직업 증가에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이는 세율 감소에 따른 소득의 증가가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는 의견이 얼마나 단순한지, 실질적인 시장 상황과 기업 운영에 맞지 않는 내용인지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두 번째로 보아야 하는 사례는, 법인세를 인하하면서 외국 기업들을 투자 유치하고 경제 부흥에 성공한 국가로 손꼽히는 아일랜드의 사례이다.
아일랜드는 전 세계적으로도 낮은 법인세율인 12.5%를 유지하면서 외국 기업들의 유치를 독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의 거대 기업인 애플이나 구글 등의 투자가 지속되면서 경제 발전을 이룩한 대표적인 국가로 손꼽힌다. 이와 같은 외국인 투자의 증가에 대해서는 아일랜드 정부뿐 아니라 전 세계의 전문가들 또한 입을 모아 아일랜드의 낮은 법인세 유지가 가장 큰 유인 요건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아일랜드의 이 성공을 본보기로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심지어 미국까지도) 법인세 인하 경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이 같은 정책에 대해서 아일랜드 내부에서도 비판이 존재한다. 더블린에 위한 Trinity College의 짐 스튜어트 교수 같은 이들은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이들 외국 기업은 다양한 회계, 세무적 기술을 이용하여 실제 법인세를 훨씬 낮게 지출하고 있다. 이 같은 행태를 유지하는 데다 법인세도 낮기 때문에 아일랜드에 투자하는 기업들일수록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한 법인세를 낮추어서 경기가 살아나게 된다면 실질적인 세수가 늘어나게 된다는 접근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기업들이 각종 세무회계적인 장치를 통해 실제 지출하는 세금을 낮추는 부분 등이 특히 그렇다.
마지막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은, 법인세를 낮추는 것만을 가지고 기업들의 활동을 활발하게 바꾸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냐는 부분에 대한 의문이다. 얼마 전 SBS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는 “만일 법인세율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외국 기업의 투자가 유치되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면, 이미 파라과이 같은 나라의 경제는 부흥의 날개를 달았을 것이다”라 비판한 바 있다.
아일랜드의 사례에서도 같은 비판을 적용할 수 있다.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와 EU멤버로서 비교적 작은 시장 규모를 가진 아일랜드의 전략적인 가치는 EU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좋은 시험 무대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높은 교육열로 인한 좋은 인력이 많이 존재하고, EU 멤버로서 관세 혜택을 추가로 볼 수 있는 점, 정치적·사회적 안정성 등이 아일랜드로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IBRD의 부총재를 지낸 MIT 공대의 조지프 스티글리츠 박사는 자신의 저서 『불평등의 대가』에서 법인세 인상에 대해 논한 바 있다. 우파와 자본가 그룹의 논리에 대해서는 ‘법인세 인하와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감면이 결코 경제를 성장하게 만들이 않는다’고 말이다. 그는 오히려 1년에 1200만 불을 벌어들이는 경제인이 1년에 1000만 불을 벌어들인들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 말하면서, 누진세 강화와 각종 기업 지원금 폐지, 법인세 인상을 비롯한 각종 세제 감면 혜택의 축소가 오히려 이런 제도들로 말미암아 벌어지는 계층 간의 소득 격차와 부의 편중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반면에 우파 측 경제 학자들과 정치가, 특히 이번 미국 대선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법인세 인하를 통해 미국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하겠다’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정책에 많은 기업들이 호응하는 것 같은 모양새 역시 갖추어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의 정부 출범 이전,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을 설립하거나 귀환을 추지하는 것은 법인세 인하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또 다른 공약인 국경세(※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제작한 제품에 부과하는 세금) 때문이라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법인세 인하와 소득 상위층에 대한 각종 세제의 혜택을 통해 경기를 부흥시키고, 이를 통해 다른 계층으로 부의 재분배를 이끌어낸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는 역사적으로 검증되거나 증명된 적이 없다. 오히려 저소득층과 사회 전반의 고용을 증가시켜 총 수요를 증가시킬 때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분수효과’는 50~70년대에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결국 법인세 인상에 대한 논의의 중심에는 ‘우리가 법인세를 얼마나 인상할 여력이 있는가?’가 아닌 ‘얼마를 인상해야 소득 재분배 및 복지 재원으로서 충분한가?’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법인세 인상으로 인하여 국내 기업이나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간다고 하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정치·사회·정책적인 요건에서 국내에 남아 세금을 내는 것이 베트남이나 인도, 중국에서 기업을 하는 것보다 유리한 환경임을 어필할 수 있다면 기업들과 투자자가 떠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법인세 인상을 하려고 마음을 먹을 경우에는 그것과 함께 정치·경제적인 구조 개혁을 통하여 투명하고 올바른 기업 문화 및 사회 문화가 정착되도록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문: 로빈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