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청년들에게 “취업 말고 창업해라!” 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세 가지 유형 중 한 부류일 것이다.
- 본인이 실제적인 창업경험이 없거나,
- 창업세계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하거나,
- 청년 창업활동을 통해 무엇인가 얻을 것이 있는 이해관계자이거나.
한국에서 청년창업을 ‘말려야 하는 이유’
- ‘연대보증제’는 절대 폐지되지 않았다. 여전히 강력히 살아있다. 상법과 민법을 통해 법률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있다. 여기에 형법도 한 다리 걸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폐지하였다고 홍보하지만, 상법과 민법을 개정하여 폐지한 것이 아니라 권고 및 감독에 그치고 있다. 법률로써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 금융기관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구조적 모순이다.
- 우리나라의 주식회사는 상법상 유한책임이지만, 현실 세계 속에서는 ‘무한책임’이다.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사람, 주식회사에 돈 빌려주는 사람, 주식회사에 투자하는 사람 모두 주식회사의 지배구조와 운영체계에 대한 기초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상법 자체가 현실의 경제와 괴리가 되도록 구조화되어있기 때문이다.
- 공정거래법과 이에 기초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지만 모두 유명무실하다.
- 우리나라에는 매출을 일으키고 이익을 창출해서 생존과 성장을 할 수 있는 유효 소비시장이 없다.
- 제한된 시장을 서로 나누어 갖겠다고 뛰어들다 보니 고상한 표현으로는 소모적 경쟁이고, 현실적 표현으로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이다.
- 이런 나라에서 청년창업 실패자가 잡을 수 있는 선택지는 3개뿐이다. 1) 영원한 경제적/사회적 실패자로 살아가는 것, 2) 사기꾼으로 변신하는 것, 3) 잠수, 또는 ‘극단적 선택’
창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그리고 기업생태계 관련 제도와 정책 전반을 새롭게 해야 한다. 용어의 정의에서부터 오류가 한둘이 아니다. 일반화된 상식으로 여겨지던 것들이 구조적 오류와 모순덩어리인 것을 공부하고 또 연구해 보니 수두룩하게 확인이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연대보증제도다. 1976년 신용보증기금이 설립되면서 없어져야 할 제도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연대보증을 하지 않기 위해 설립한 신용보증기금이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구조적 모순의 내용을 일반적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지금까지 왔다. 정부의 직무 방기이다.
대기업의 기술 빼가기, 사람 빼가기, 일감 빼가기 등을 방지하겠다고 만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피해자 입증’을 기초로 하고 있다. 당연히 가해자 입증이 되어야 이 제도의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료사고의 경우 피해자 입증은 환자나 사고를 당한 일반인이 의료사고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당연히 의사에 비해 의료지식이나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입증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의료전문변호사를 쓰지 않고서는 안된다.
우리나라는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데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쉽고 간편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에 반해 주요 선진국은 주식회사 설립을 상대적으로 어렵게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주식회사의 태동 배경과 기초 목적이 ‘자본의 외부 조달’에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의 복잡성을 고려, 일정한 체계를 갖추도록 한 데 있기 때문이다. 대신 개인 혹은 소수의 인원이 가볍게 사업이나 창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인격’을 부여하는 형태로의 회사구조 등 그 사업활동의 주체와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회사 구조’를 지닐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그리고 법인격의 회사는 기본적으로 ‘유한책임’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모든 비즈니스에서는 실제적 그리고 행정적으로도 이 원칙은 준용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가 일반적 상식으로 이해하고 있던 것들에 많은 구조적 모순과 오류가 점철된 기업생태계에 ‘시장에 대한 이해’, ‘기업과 경영에 대한 원론적 이해’, ‘CEO와 사장의 차이점 등 지배구조에 대한 이해’, ‘채권 보전과 관리에 대한 이해’, ‘투자와 위험에 대한 이해’ 등 ‘비즈니스와 경영에 대한 기초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을 수십 시간 교육하고, 수천만 원 안겨서 창업하라고 지원해주는 정책. 그다음은 어떻게 할 건가? 부랑아처럼 된 청년 창업 실패자들은 어떻게 할 건가?
미국에서 수많은 기업가 영웅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하는 이유는, 기업가들이 세상을 바꾸는 ‘체인지 메이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제도와 정책이, 그리고 교육과 문화적 기반이 기업가가 영웅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제도와 정책은 기업가들이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좀비’나 ‘범법자’가 되도록 촉진하거나 용인하는 구조적 모순에 둘러싸여 있다. 창조적 혁신가들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줄타기에 능숙한 곡예사가 살아남는 역설적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러니 벤처창업을 해서 소위 ‘성공했다!’라고 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인 매출 1천억 원을 넘기는 경우가 확률적으로 0.577%인 것이다.
창조경제, 정말 제대로 해야 한다!
원문 : NY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