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를 지지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에 반대할 뿐이다
친구신청 사인이 떴길래 봤더니 ‘추미애’다. 수락했다. 그렇다고 나 당신 지지하는 거 아니다. 지지해서 수락하는 거 아니라고. 멀리 사는 필부의 소리라도 좀 귀담아들으라고 친구 신청받은 거라고.
지난 주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사무실에 전화해서 왜 탄핵 발의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더니 “민주당 지지하세요?”라고 되묻는다. 나, 민주당 지지하는 거 아니다. 캐나다 사는 내가 왜 한국의 특정 정당을 지지해?
착각들 하지 마라. 야당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박근혜 정권을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 없어서 아우성치는 거다. 한국 출신으로 한국말을 쓰는 처지에서, 캐나다가 아니라 달나라 가서 살아도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가 박근혜가 저지른 악업들이다. 노무현이든 이명박이든, 아무리 잘하든 못 하든 개지랄을 떨어도 지지 혹은 반대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나는 캐나다 사니까.
그런데 박근혜만은 용서가 안 된다. 아이가 밤에 조금만 늦어도 부모는 애가 탄다. 그런 아이들 수백 명을 바닷물에 수장시키고도 진상조사는커녕 오히려 불쌍한 부모들을 겁박한 사람이 바로 박근혜다. 부모는 눈물샘도 말라버렸을 거다. 대통령이나 지도자는 고사하고, 이걸 사람이라 부를 수 있겠나 싶다. 세상 많이 살지는 않았으나 살다 살다 이렇게 모질고 독하고 비정한 종자는 본 적이 없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슨 일이든 상상을 가뿐하게 뛰어넘으니까.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만천하에 공개되어 국민이 아우성을 치는데, 야당 의원 보좌관이 되어 “민주당 지지하세요?”라는 한가한 소리를 어떻게 입에 담냐고. 지금 내가 누구를 지지하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내가 누구 지지해서 국제 전화질 한 줄 아느냐고. 외국 살면서 한국의 누구 지지한다고 돌아다니면 그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 줄 당신들은 모르지?
또 내가 그렇게 전화하는 것이 ‘박근혜의 노림수’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분노가 그렇게 체감이 안 되나? 광화문에서 여의도가 그렇게 먼가? 캐나다보다 멀리 있냐고.
동업자의 윤리
저잣거리의 상인들도 동업하면서 지키는 룰이 있다. 동업자는 숙명적으로 나를 서운하게 하는 사람이다. 나도 그러니까. 그래도 대세에 지장 없으면 그냥 간다. 추미애가 김무성을 독고다이로 만나는 죽을 죄를 지었다 치자. 그래서 그게 탄핵 ‘발의’하는 거 하고 무슨 상관있냐고. 일단 동업은 진행해가며 쌍욕을 퍼붓든 멱살을 잡든 해야 할 거 아니냐고. 왜 판을 깨는가 말이지.
그럼 박지원은 비박을 설득 중이라고 당당히 말하는데, ‘접촉’ 없이 어떻게 설득하며, 그 접촉은 다른 야당 허락 받고 하나? 무엇보다 박지원은 박근혜 동업자들을 무슨 근거로 믿냐고.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사람들인데. 최순실 터지고 난 다음에도 그 무리들이 거짓말을 어디 한 두 번 했냐고.
작은 거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저잣거리의 작은 동업도 깨지게 마련이다. 미천한 장사치들도 서운함은 표시하되 판은 깨지 않으려고 죽자고 애를 쓴다. 그게 동업자로서의 최소한의 윤리이자 도리다. 꼬투리 잡아 위세나 부리려고 하면,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박지원이 그랬다.
변명할 생각일랑 하지 말고. 박근혜의 장단에 춤추는 거 이 멀리에서도 보이는데, 정치 9단 밑에서 정치 시작한 당신이 모를 리가 없다. 호랑이 아버지한테서 개새끼가 나와도 유분수다. 뉴욕 한인회장 출신이라면서, 미국 정치 돌아가는 건 보지도 못했나?
나는 지지하는 한국 정당, 지지하는 한국 정치인 없다. 누가 되었든 박근혜를 가장 앞장서서 청와대에서 쫓아내는 사람을 나는 지지할 거고 죽을 때까지 존경할 거다. 박지원이 그리하면 박지원 열혈 빠 될 거다.
결국 우리 국민만 불쌍하다.
원문 : 성우제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