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엘리트코스를 밟은 엄친아, 스타트업계에 뛰어들다
리: 부대표… 라고 되어있는데, 언제 야놀자에 합류하셨나요?
김: 2015년 중순께 합류했습니다.
리: 어쩌다가 이 모진 곳으로…
김: 2015년 여름에 1차 투자한 투자사에 계신 담당 임원 분이 제 MBA 동기였습니다. 야놀자에 전략을 담당할 사람이 필요하니 좋은 인재를 추천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를 셀프 추천(…)해서 합류하게 됐어요.
리: ……
김: 그렇다고 넙죽 감사합니다, 하고 간 건 아니고… 일단 회사에 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수진 사장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죠. 그러다 보니 생각이 맞는 부분도 많고, 회사 포텐셜이 커 보였어요. 이런 좋은 리소스를 잘 쓸 기회는 드물다 생각했죠.
리: 오시기 전에는 뭘 하셨나요?
김: 맥킨지에서 근무했어요.
리: 연봉 많이 주는 회사를 박차고…
김: 컨설팅에서 쌓아온 경험을 실전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보다 스타트업계에서 컨설팅 경험이 더 의미있고 큰 공헌이 가능하다는 믿음도 있었고요. 사실 5년 정도 컨설팅을 하면서 좀 다르고 의미있는 경험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온 거죠.
리: 지분 많이 준다고 해서 온 거 아닌가요?
김: 지분도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애초에 야놀자에 돈 벌러 온 건 아니라… 맥킨지 전에는 구글에도 있었고, 이런 경력 덕분에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오퍼는 왔어요. 하지만 제가 쌓아온 다양한 경험을 살려서 기업을 더 크게 키워낼 수 있는 곳은 야놀자 뿐이라 생각했어요.
리: 시작부터 자랑질이 대단한데 학교도 좋은 데 나왔군요.
김: 네. 서울대 졸업 후 3M와 구글에 다니다가 다트머스 칼리지라고 미국 동부에 있는 MBA를 나온 후에 맥킨지에 합류했었습니다.
리: 진짜 싫은 사람이다…
김: ……
리: 구글에서는 뭘 하셨나요?
김: 당시에는 구글이 워낙 뜨는 2000년대 중반이었고, 저도 온라인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구글 코리아는 그때만 하더라도 아직 작은 조직이라… 영업도 하고, 사업 개발 및 세일즈 파이낸스 업무에도 참여하고… 그냥 스타트업마냥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내부 소프트웨어 개발자분들과 협력해서 내부 툴도 만들고…
리: 어찌 외국계가 국내 회사보다 더 굴리는군요.
김: 그래도 구글의 좋은 점은 내부적으로 20%의 시간은 자기 맘대로 프로젝트를 벌이는 문화는 지켜진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단순 영업 업무에서 시작했지만, 다른 분야까지 공부할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사업개발이나 세일즈 파이낸스 영역까지 경험하면서 현재 야놀자에서 일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리: 그 좋은 회사를 박차고 왜 MBA를 간 거죠?
김: 구글에 다니면서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구글 혹은 다른 외국계 기업 본사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업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되었죠. 마침 맥킨지에서 BTO(business technology office)라고 IT 시스템 관련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는 업무 분야 공고가 떴기에 그쪽으로 지원하게 되었죠.
리: 맥킨지는 어떻던가요?
김: 일단 맥킨지 BTO 프랙티스에서 1년 정도 근무하다가 IT 관련 프로젝트가 많지 않아 맥킨지 서울 오피스로 옮기게 되었어요. 어차피 맥킨지는 본사 개념이 없어요. 프로젝트 단위로 돌아 가는지라… 서울 오피스에서도 국내 회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회사에 대한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어요.
리: 야놀자 와서는 어떻습니까?
김: 주말에도 주중과 같이 치열하게 일합니다. 제가 고객솔루션 센터도 담당하고 있어서 연휴 등 야놀자를 찾아주시는 고객들이 많은 시기에는 더 바쁠 수밖에 없죠.
리: 이수진 대표님이 뭐라고 꼬드겼습니까?
김: 만날 때마다 사업 관련 이야기만 했어요. 남자끼리 5번이나 둘이서 만나면서 술 한잔 안 마시고 일 얘기만 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어떻게 야놀자를 운영하면 좋을지 같이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너무 재밌어서…
리: 다들 그렇게 브로맨스가…
김: 이수진 사장님을 만나면서 제 생각이 바뀐 게… 전 원래 스펙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었어요. 그래서 이수진 사장님이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는 약하시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비즈니스 이해도가 엄청나시더라고요. 제가 조언을 드리기도 전에 이미 한참 앞서 나가고… 유명 MBA와 맥킨지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을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깊게 생각하고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빠르게 이해하시는 분은 정말 드물었어요.
리: 시작부터 아부라니, 과연 비즈니스 내공이 대단하시군요. “MBA와 맥킨지에서 배우는 아부”라는 책 내면 잘 팔릴 것 같습니다.
김: ……
리: 네… 아무튼…
기: 그렇게 여러차례 만나는 동안 향후 야놀자가 나아갈 방향에 관한 그림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이를 함께 현실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IR 담당에서부터 출발하게 됐죠.
리: 아까 고객 서비스 담당이라 하지 않았나요?
김: 제가 담당이 좀 많아요. 참고로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이 카페도 제 담당입니다.
리: ……
김: 이 카페도 단순 직원 복리후생용이 아니라 나름 고심 끝에 만든 거에요. 컨설팅 직업병인지 타겟 잡고 운영 방식 세팅하고… 1층에 있는 카페보다 좀 올라와야 하는 입지적 단점은 어떻게 커버하고… 스타트업 사랑방처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등등… 많은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또 홍보를 위해 여기 있는 소품들은 다 야놀자 모텔에 실제로 있는 제품들로 채웠고요.
2. 단순 예약 서비스를 넘어 가맹점주의 비즈니스 파트너로
리: 잡다한 일 말고 가장 핵심적인 업무는 무엇인지요?
김: 제겐 모두 중요한 업무입니다. 그 중 가장 핵심은 비즈니스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죠. 기업의 비전을 명확하게 정립함으로써 기존에 복잡했던 비즈니스 구조를 단순화시켰어요. 일반적으로 스타트업들은 규모가 커지면 업무가 복잡해지고 의사결정이 느려지는 단점이 나타나게 되는데, 야놀자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를 정의하고 나니 향후 전략이나 조직구조를 잡는 게 훨씬 명확해지더라고요.
리: 기업 비전이 뭐죠?
김: ‘노는 문화를 개척하여 행복을 현실로 만든다’가 야놀자의 기업 비전입니다. 기업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간상의 제약을 없애야 하고, 모텔만으로는 고객들이 원하는 충분한 공간의 제공이 부족하기 때문에 펜션, 게스트하우스에 이어, 호텔나우 인수를 통해 특급 호텔 공간까지도 크게 강화했죠. 네 가지 숙박 카테고리 모두 가장 많은 제휴점을 가장 좋은 가격에 제공하려고 해요. 이런 노력으로 작년 연결기준으로 매출이 367억이었고, 올해는 2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예상하고 있어요.
리: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군요.
김: 지속적으로 2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야놀자는 아직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빠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기업 내부 체질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리: 빠른 성장을 위해 가장 힘을 기울이는 분야는 어디인가요?
김: 직원 교육이었어요. 야놀자가 지금처럼 성장하는 데 핵심은 영업직원 덕분이었거든요. 하지만 10년 이상 되다 보니, 단순히 광고나 예약 상품을 제안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휴점주 분들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영업사원 모두에게 ‘숙박 컨설턴트’라는 호칭을 부여하고 매주 지속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호텔, 모텔을 찾아다니며 광고나 예약 상품을 권하는 것이 주업무 였다면, 이제는 호텔, 모텔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매출 증대 방안, 비용 절감 방안을 컨설트 해드리는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 쪽으로 변화한 거죠.
리: 컨설팅으로 매출을 늘려주겠다?
김: 정확히는 매출보다 이익이죠. 굳이 ‘컨설턴트’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이기도 한데, 광고를 통해 매출을 늘리는 걸 넘어 비용을 줄여주는 게 컸어요. 숙박업소에는 여러 소모품 구매는 물론 세탁 등의 이슈도 있잖아요. 서베이를 돌려 봤는데 모텔 기준 50%의 고객이 모텔 비품을 안 쓴다고 하더라고요. 찜찜하고 신뢰를 하지 못하다 보니 자기가 직접 챙겨가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걸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저렴하게 구성해서 제공하니, 숙박업소에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리: 모텔은 대실이 주 수익모델 아닌가요?
김: 서울에만 있다 보면 착각하는데, 조사해 보면 절반 이상의 고객들이 여행 목적으로 모텔을 사용해요. 특히 휴가 시즌에는 관광지 모텔은 구하기 힘들 정도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는데, 모텔 비품에 대해 의심이 많죠. 침구도 마찬가지인데 그래서 호텔에서 쓰는 린넨 이불을 저렴하게 제공해요. 이건 거의 남는 것도 없는데, 일단 숙박업소의 수익을 높여 신뢰감을 쌓으면 앞으로 더 많은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리: 최근 경쟁사들이 엄청 치고 올라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후발주자들 중 일부가 투자금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긴장한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면도 분명 있습니다. 시장 파이 자체가 커지고, 우리는 광고를 하지도 않았는데 덩달아 매출이 올라간 시기도 있었고요… 최근 군소 동종 업체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도 다 시장이 커진다는 시그널이라고 봐요. 개인적으로 좋은 파트너라는 생각을 합니다(…)
리: 타 경쟁사들은 모두 공격적으로 투자 받고 사업을 키우고 있습니다. 야놀자가 이들에 비해 우위를 가질 수 있을까요?
김: 저희는 타 업체들과 사업 모델이 완전히 다르다고 봐요. 저는 단순 O2O는 국내에서 힘들다고 보는데, 야놀자는 단순 O2O가 아니라 첨단 기술 기반의 종합 숙박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오히려 상당 부분을 전통 비즈니스에 IoT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 서비스의 품질과 오퍼레이션 효율 개선에 할애하고 있어요. 단순한 온라인중개사업과 수수료 싸움으로는 결국 한계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리: 그 적자를 감당하고 계속 가다가 승자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김: 올해부터 투자사들의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어요. 수익을 내지 못하면 큰 밸루에이션을 인정 받기 힘들어졌죠. 그런 측면에서 저희 야놀자는 타 업체들과 사업 모델이다릅니다. 야놀자는 숙박 예약 및 광고 등 온라인 매출 비중이 전체 50% 정도예요. 프랜차이즈나 비품 공급 등 MRO(유지·보수·운영) 사업을 통한 오프라인 사업 매출 비중도 상당합니다. 온라인 사업에서 큰 수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관련된 오프라인 사업영역을 통해 추가로 발생하는 수익이 훨씬 높기에,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봅니다.
리: 그것도 미투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김: 오프라인 사업은 단기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어요. 과거 5년 동안 야놀자 말고도 오프라인 사업을 시도한 경우는 많았지만 쉽지 않았어요. 이수진 사장님께 왜 그런지 물어보면 16년 이상 쌓아온 사업 노하우는 쉽게 따라가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야놀자 프랜차이즈 팀은 부동산, 금융, 인테리어, 운영 슈퍼바이징까지 모든 숙박업소 운영에 필요한 영역에 대한 노하우가 많아서 그 누구보다 훨씬 빠르게 프랜차이즈를 세팅하고 매출을 극대화시켜요. 정산 기간이 짧은 것도 자영업자에게는 큰 메리트고요.
3. 객실 품질까지 높일 수 있어야 진짜 O2O다
리: 최근 야놀자 프랜차이즈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김: 모텔도 음식 장사와 비슷하게 망하든 잘 되든 권리금 돌리며 인수하는 케이스가 많아요. 그런데 잘 되는 곳이라면 몰라도, 안 되는 곳을 내놓으면 리브랜딩을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인수자금은 있는데 노하우가 없어서 믿을 만 한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는 경우가 많죠. 야놀자는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운영, 마케팅 등 모든 사업 영역을 도와드리고 필요하면 구인구직 서비스를 통해 가장 적합한 역량을 보유한 근무자분까지 뽑아드리니까 가맹 요청이 많이 옵니다. 저희 직영과 프랜차이즈를 보고 아주 좋은 성공 사례라 생각한 거죠.
리: 인테리어비로 돈 남겨먹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김: 일반적으로는 인테리어 마진이 20~30% 이상 됩니다. 그런데 야놀자의 인테리어마진은 이의 절반 수준이에요. 가맹점주 분들이 원하시는 인테리어 컨셉을 선택하시면 그에 맞는 최선의 인테리어 공사를 한 후, 명확하게 실비 정산하고 영수증까지 제공합니다. 야놀자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리: 재일교포들이 일본에서 숙박업소를 상당히 많이 운영하는데, 이런 프랜차이즈가 계속 생기지 않을까요?
김: 현재 중소형 숙박으로 프랜차이즈 등록된 곳이 야놀자 밖에 없어요.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을 보면 브랜드된 숙박 체인 비중이 50%를 넘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1%도 안 되니까, 분명 시장은 생기겠죠. 편의점도 CU, GS25 등으로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전환될지 몰랐지만 그렇게 됐잖아요. 규모의 경제와 브랜드가 있으면 비용을 절감하면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니, 숙박도 그렇게 바뀔 것이라 생각합니다.
리: 편의점은 대자본 유통 싸움이니 당연하지 않습니까?
김: 편의점보다 숙박업소가 심하죠. 편의점이야 들어가서 마음에 안 들면 나오면 그만이지만, 숙박은 들어가서 보기 전에 품질을 알 수가 없으니까요. 여기에 프랜차이즈는 믿음을 줄 수 있잖아요. 아무리 모바일 앱에 사진이나 사용 리뷰가 있어도, 그것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최근에 프랜차이즈 확대 속도가 엄청나게 빨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리: 그러고 보니 시중의 숙박 앱들에 있는 사진 보고 모텔 가면, 실제로 구린 경우가 많더군요.
김: 기본적으로 주는 사진 쓰는지라(…) 그것도 중요한 해결과제 중 하나에요. 단순하게 온라인 중개사업자로 예약까지만 해주고 끝내는 건, 무책임하잖아요. 객실에 대한 품질도 개선시킬 수 있어야 완전한 O2O 서비스죠. 이를 위해 자재 공급관리, 인테리어 강화에 힘을 쏟고 있어요. 야놀자 본사에 좋은숙박연구소를 만들어서, 제휴점 및 가맹점주 분들이 보다 선진화된 시스템과 인사이트를 얻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열기도 하고요.
리: 그냥 다 하는군요(…)
김: 네. 물리적으로 보이는 건물과 객실의 품질에서부터 무형의 서비스 부분에도 많이 관여하고 있어요. 관리 시스템 업그레이드, 프론트 등 근무자분들의 친절함 등… 이런 부분은 최소마진으로 해 더 많은 사장님들과 관계망을 형성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요.
리: 야놀자는 뭔가 O2O 비즈니스 치고는 영역이 굉장히 넓어 보입니다.
김: 사실 O2O에 대한 정의가 참 어려워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느 쪽이든 가치가 더해져 시너지가 있을 때 O2O라고 하는데… 저희는 그냥 질적, 양적으로 숙박과 관련된 모든 문제해결을 해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일종의 모든 숙박 영역에 대한 기술 기반의 종합 솔루션 회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리: 야놀자에서 못하는 건 어떻게 해결하나요?
김: 다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풀어가려 해요. 현재 식신, 요기요, 쏘카, 카카오 등 5개 기업과 함께 O2O 얼라이언스 형태로 서비스 연동 협업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협업기업 수를 늘려나가려 합니다. 맛집 쿠폰을 주거나 쇼핑 정보를 주는 식으로, 서비스 연계를 진행하고 있는 거죠. 어디 놀러 가면 당연히 먹고 자고 사고 하잖아요. 그걸 서로 연결하는 거죠. 또한 플랫폼 사업자분들과도 협업해 O2O 생태계 자체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통해 자영업자들 마케팅 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구조의 협업까지 나아가려 해요.
4. 호텔 라인업과 IoT 기술 도입으로 노는 문화를 개척한다
리: 앞으로 확장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김: 기본적으로 숙박에 더 집중할 생각이에요. 이미 펜션, 게스트하우스, 호텔, 모텔까지 모든 숙박 카테고리에 대한 최고의 라인업 구축은 마쳤고, 이젠 고객들이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더 편하게 숙박을 이용하시도록 돕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숙박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비즈니스에요. 그래야 결국 더 많은 고객들이 더 잘 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 자는 게 아니라 노는 거?
김: 말씀 드렸지만 야놀자 모토가 ‘우리는 노는 문화를 개척하여 행복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다’인데, 결국은 여행 수요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존에는 여행과 놀러 간다는 것의 거리가 멀었어요. 보통 사람들이 주말을 보낼 때 집에서 자고 인터넷 하고 티비 보고… 이게 전체 절반 이상이에요. 왜 그러냐고 물으면 놀러가고는 싶은데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거죠.
리: 사실이지 않습니까…
김: 한국인이 여행을 좀 무겁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긴 시간 동안 준비하고 여행을 가려면 많은 돈이 든다는 고정관념도 있죠. 저희는 여행이 아니라 놀러 간다는 개념을 통해 좀 더 즉흥적으로 사람들이 놀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맛집 가 보고 싶으면 전주에 놀러 가고, 포켓몬 하러 동해로 떠나기도 하고… 1년에 한두 번 돈 많이 들여서 여행을 떠나기 보다는 1년에 10번 이상 가볍게 놀러 가는… 숙박 업소 중 싸게는 3만원 이하, 게스트하우스는 2만원 이하도 있기 때문에 10만원 이하의 예산으로도 얼마든지 놀러 갈 수 있거든요.
리: 생각보다 싸군요.
김: 네. 놀러 갈 때 쓰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우리의 지향점이에요. 놀러 갔을 때 뭐하고 노는지 찾아보는 게 또 하나의 장벽인데… 저희가 ‘야놀자 캐스트’ 등 콘텐츠 사업을 계속 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남해 놀러 가면 어디가 맛집인지 알려 주고… 우리가 잘 할 수 없는 서비스 부분은 O2O 얼라이언스로 해결하려고 하고요. 잘 놀아야 사람이 더 행복해지잖아요. 그래서 편하게 놀러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서 결국 여가의 퀄리티를 높여드리려는 거죠.
리: 투자금은 어디 쓰고 있나요?
김: 작년에는 마케팅 비용 중심으로 투자금을 사용했어요. 올해부터는 마케팅 보다는 오프라인 사업 확장에 사용하고 있고요. 마케팅은 야놀자 서비스의 변화와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지속적인 집행이 필요하지만, 결국 더 중요한 건 실제 서비스의 품질 개선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여행수요가 많은 여름과 겨울 시즌 중심으로 합리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고, 더 나은 오프라인 서비스를 통해 내실을 기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리: 어차피 헬조선 계절은 이미 여름과 겨울밖에 없는데(…)
김: ……
리: 최근 호텔나우를 인수한 이유는 무엇이지요?
김: 저희 야놀자는 국내 온라인 숙박 서비스 중에서 유일하게 모텔, 펜션, 호텔, 게스트하우스를 모두 다루고 있어요. 하지만 프리미엄급 호텔 및 리조트는 좀 약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특급호텔과 리조트 제휴점까지 확보함으로써 완벽한 숙박 제휴 라인업을 완성한 거죠. 덕택에 그 어떤 숙박 서비스 관련 업체들과 비교해도 3~5배 많은 1만개 이상의 예약 제휴점 라인업을 확보했어요. 즉, 고객의 숙박 목적과 상황에 따라 호텔, 모텔, 펜션, 게스트하우스까지 모든 유형의 숙박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기에 이젠 야놀자에서 편하게 찾을 수 있게 된 거죠.
리: 단순히 제휴점 늘리는 건 영업으로도 풀 수 있지 않았을까요?
김: 말이 쉽지, 제휴업체 늘리기 굉장히 어려워요. 영업 비용의 문제를 떠나서 제휴점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상호 시스템을 연동하고 협업 경험을 안정화시키는데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요됩니다. 돈으로 쉽게 제휴점을 얻을 수 있다고 접근하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리: ……
김: 특히 중국인 인바운드 여행객 시장을 노린 점도 컸어요. 야놀자와 호텔나우 모두 이미 중국인 관광객 대상 서비스를 가지고 있었어요. 고급호텔과 저렴한 중소형 숙박으로 양분화된 중국 고객들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는 채널과 숙박 상품을 모두 확보한, 사실상 국내에서 유일한 중국인 인바운드 여행객 대상 온라인 숙박 서비스를 완벽히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리: 그밖에는 또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김: IoT 기반의 통합 시스템을 호텔로 확장하고자 했어요. 야놀자가 이미 개발해서 중소형 숙박업계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IoT 기술은 사실 대형 고급 호텔과 리조트에게 더욱 필요한 기술이에요. 많은 객실을 운영하면서 업무 효율이 낮거나 채널이 많아 예약관리에도 어려움을 겪는 호텔 및 리조트에게 IoT 기반 시스템은 최적화된 통합 솔루션이죠. 이 솔루션을 국내외 시장으로 확대하고자 합니다.
리: IoT?
김: IoT 업체 커누스에 투자했어요. 야놀자 앱을 통해 예약을 하면 고객 핸드폰으로 스마트키가 들어와요. 프런트에서 키를 받지 않고도, 스마트키로 예약한 시간 동안 편하게 객실 문을 여닫을 수 있어요. 또한 수건이나 조식 등 다양한 컨시어지 서비스도 스마트키를 통해 클릭 한번이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리: 뭔가 별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김: 객실 수가 많은 호텔이나 리조트의 경우에는 이 시스템이 굉장히 유용하거든요. 프런트에서 한참 기다릴 필요도 없고, 객실에 고객이 계시지 않으면 쓸데 없이 에어컨이나 객실등이 켜져 있는 것도 방지할 수 있고요. IoT 기술이라는 게 고객 입장에서도 편하지만, 숙박업소에서 일하는 분들의 손을 많이 덜어줘요. 어차피 무선이라 시공 비용이 안 들고 기존 제품보다 오히려 저렴해서, 점점 많은 숙박업소 점주분들이 관심을 갖고 설치 요청을 해주시고 있어요.
리: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김: 요즘 사회적으로도 매우 혼란스럽고 삶 자체가 팍팍해지면서 우리 삶 속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우려가 듭니다. 결국 사람은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일 텐데 ‘일’ 혹은 ‘노력’이라는 영역이 너무 부각되다 보니 정작 ‘놀고’ ‘즐긴다’ 라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 싶어요. 돈과 시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노는 권리를 박탈당하고 노는 것에 대해 눈치를 보게 된다면 ‘일’과 ‘노력’만으로는 ‘행복’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리: 그러면서 본인은 야근에 주말 근무를…
김: (…) 아직 야놀자가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 놀 수 있는 서비스를 완벽하게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노는 문화를 개척하고 잘 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끊임없이 증명하고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는 그런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