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스테디셀러에 올라 있다. 이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로 가득찬 종북좌빨 세력들은 ‘허리 휘니까 부모냐?”, “쫓겨나니까 세입자냐?”, “짤리니까 노동자냐?” 등의 냉소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청춘은 그저 나이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끊임 없이 열정을 가지고 아프다면 청춘일 것이다. 이 땅에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청춘인 집단이 발견되어, 그들의 삶을 공유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들을 chairman(회장)이라 쓰고 chaebol(재벌)이라 읽는다.
선두주자는 한보그룹 총회장 정태수로, 휠체어를 탈 당시 75세의 고령이었다. 그는 국가를 너무나 걱정한 나머지 97년 외환위기를 맞아 자신까지 뇌졸중에 걸려버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후 그가 형집행정지를 요청할 때 병명은 당뇨와 고혈압으로 은근슬쩍 바뀌어 있었다. 어쨌든 아프니까 청춘이자, 시니어 청춘의 원조다.
휠체어 포인트 : 오리지날답게 투박하지만 그만큼 멋스럽다. 녹슨 메탈의 질감에서 레트로한 감성이 느껴진다.
다음은 대한민국 최대의 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다. 안기부 X-파일이 한창일 때 갑자기 출국하더니 5개월만에 휠체어를 타고 돌아왔다. 그 아픈 와중에도 “삼성, 비대해지고 느슨해진 줄 몰랐다”는 뼈아픈 자기반성을 하며, 리빙 레전드 청춘임을 입증했다.
휠체어 포인트 : 세련된 삼성맨 답게 비비드 칼라가 눈에 들어온다. 그 어느 부분도 빼놓지 않고 깔끔하게 정돈된 것이, 성공한 남자의 감성을 가져다 준다.
라이벌이지만 서로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일까? 정몽구 회장도 5개월 뒤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라이벌에게 질 수 없는지 링거에 마스크에 빵모자에 환자복에, 심지어 잘 보면 신촌 세브란스 병원 병동 마크까지 붙이며 풀착장으로 등장했다. 병명도 화려했는데, 협심증, 관상동맥 협착증, 폐렴, 폐결핵 등의 증상으로 불면증은 물론 돌연사 가능성까지 있다고 한다.
휠체어 포인트 : 브랜드를 일부러 노출시키는 워드프린트 방식은 네오클래시컬리즘을 상징한다. 낡아 보이지만, 그 이상의 강렬함이 현대의 프라이드를 보여준다.
자식 이길 부모 없다고, 자식을 위해 야구 빠따까지 휘두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님… 그래도 2007년에는 좀 덜 젊으셨는데…
휠체어 포인트 : 쉬크하고 클린하다. 올곧은 강직함이 스뎅 룩 휠체어에서도 드러난다.
올해는 완전히 청춘의 끝을 보여주고 계신다(…) 이런 분을 법정에 세운다니, 인권 운동이라도 해야 할 판…
휠체어 포인트 : 사람이 다 죽어가는데 휠체어가 무슨 상관이랴… 사람이 먼저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선애 태광그룹 회장님. 거의 우주인 코스프레를 하고 계신다(…)
휠체어 포인트 : 이 휠체어는 텍스처나 칼라가 아닌 폼으로 그 감성을 전달한다. 기존의 형태를 무시한 듯 가볍게 누운 휠체어는 파스텔 톤의 천으로 덮여 무심한듯 시크함을 더한다.
재벌들에게 이 나라가 지배당하는 걸 눈뜨고 볼 수 없었던 것일까?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은 당장이라도 다 죽을 상태로 북부지검에 출석했으나, 구속영장이 발부된 오후에는 걸어서 나오는 엄청난 청춘의 회복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청춘은 아프지만 그만큼 회복도 빠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휠체어 포인트 : 휠체어가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하지 말자. 없음을 통해 있음을 드러내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성향일 뿐이다. 그의 교육자적 마인드는, ‘두 발로 일어서라!’는 올곧은 메시지다. 그의 침상은 검소한 룩을 강조하며, 나아가 그것을 버리고 일어설 때 비로소 완성되었다.
이에 대해 의학전문가 김성모 씨는 “만화에서는 병원에 가면 모든 게 회복되지만, 이 나라 청춘들은 법원을 다녀오면 회복된다. 모든 청춘들은 법원에 한 번씩 서면서 근성을 키워나가야 한다.”면서 자신의 역작 럭키짱을 건넸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젊은 사람이 긍정적으로 살아야지”라는 말로, 청춘들을 독려했는데, 실제로 청춘을 잘 이끌어주고 있는 훈훈한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역시 각하는 아파봐서 알아.”, “박근혜 시절 되니, 저 인자한 미소가 그립다.”, “은퇴하셨어도 종종 먹짤 올려 주세요.”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