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워크에서 ‘4.16 달력’을 제작한 적이 있습니다. 가슴에 새겨야 하는 어느 날에 대한 기억이었습니다. 휴일도 기념일도 표시되어 있지 않고, 화려한 수식도 없이 몇 마디 문구와 날짜, 그리고 흰 여백으로 가득한 불편하고 불친절한 달력이었습니다.
이 달력은 텀블벅에서 크라우드펀딩으로 판매했고, 이 중 제작비와 결제수수료 등을 제외한 수익금 전액을 416가족협의회에 기부했습니다.
많은 요소들을 배제한 이 작업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 나희덕 시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시인께서는 1980년대에 발표한 ‘살아라, 그리고 기억하라’라는 시를 달력에 싣는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그리고 ‘살아라, 그리고 기억하라’라는 시의 제목을 프로젝트의 성격에 맞게 변형하여 ‘기억하라 그리고 살아라’라는 부제를 지어주셨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하고도 절반이 지났지만, 선체 인양이 언제 완료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청와대에서 세월호 참사를 ‘여객선사고’로 규정한 문건이 공개되는 등,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는커녕 진실이 밝혀지는 것도 요원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추모를 넘어서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가 이루어져야 하는 사안입니다. 그래서 슬로워크xUFOfactory 2017 달력 <다양력>에도 ‘세월호 참사 기억의 날’을 표기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한 달 안에 대부분의 희생자 시신이 가족에게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양, 2학년 2반 허다윤양, 6반 남현철·박영인 군, 단원고 교사 고창석·양승진 씨, 권재근 씨와 아들 혁규군, 이영숙 씨 등 9명의 시신을 찾지 못한 상태로 2014년 11월 11일 수색 작업 종료를 발표했습니다. (경향신문 2016.4.12.)
4월 16일, ‘세월호 참사 기억의 날’은 아직 인양되지 못한 세월호에 남아 있는 9명의 미수습자를 기억하자는 의미로 ‘9’를 상징하는 그래픽을 담았습니다.
미수습자 수 ‘9’가 새겨진 에나멜 핀과 함께 판매되는 세월호 참사 기억의 날 세트(27,000원)의 판매 수익금은 전액 ‘416가족협의회‘에 기부될 예정입니다. 달력 3개와 에나멜 핀 10개를 드리고 기부금액도 더 많아지는 세월호 기부 세트(150,000원)도 있습니다.
특별한 날은 내가 만든다, 2017 달력 <다양력>에서는 ‘세월호 참사 기억의 날’ 말고도 다양한 13개의 기념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2월 7일까지 텀블벅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원문 : 슬로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