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입자를 충돌시키면 다량의 제트가 발생합니다. 제트는 입자들이 덩어리로 뭉쳐 나오는 현상을 말합니다. 제트가 몇 개고 각각의 제트의 에너지가 얼마인지를 측정하는 프로그램은 입자실험에 있어 매우 중요한 툴 중의 하나입니다. 저 역시 여기에 관심이 많아 아틀라스 실험에서 포닥을 할 때, ‘물귀신(Mulguisin)’이란 제트 찾기 알고리즘을 만들어 배포했었는데, 뭐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 몇 명이 모였는지를 놓고 주최 측과 경찰의 추산이 5배나 다르다고 합니다. 경찰은 직접 촛불을 세서 발표했다고 하더군요. 근데 이걸 어찌 셌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사진을 쪼개 의경들에게 나눠주고 세라고 했겠지요. 아니면 인공지능 컴퓨터에 넣고 세보라고 했던가. 그래서 포샵이나 몇몇 이미지 프로세싱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니, 이미지 처리에 관한 여러 가지 알고리즘은 많이 있는데, 막상 촛불 개수를 세주는 기능은 없더군요 (혹시 페친 분들 중에 아시는 분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경찰은 정말 어떻게 셌지?
그래서 간단히 코드를 짜봤습니다. ‘CandleCounter.C.’ 몇 줄 안되는 코드지만 어제 반나절 코딩을 해서 만들어 보니 나름 잘 작동하네요.
우선 조선일보에서 서울시의회에 모인 분들 사진 한 장을 얻고, 그곳에서 아주 작은 영역을 잘라내어 촛불 세기가 잘 작동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490개가 나왔습니다. 눈으로 셀 수 있는 것과 비슷한 나름 흡족한 결과입니다. 물론 흔들리는 희미한 촛불에, 사람에 가린 촛불 등은 어쩔 수 없이 못 찾고요. 자신감을 얻어 전체 사진에 들어 있는 촛불을 세보았습니다. 사진 속에는 대략 1만8천 개의 촛불이 세지더군요. 물론 조선일보 건물 유리에 반사된 것도 다 포함됐지만 이건 후처리로 뺀 값입니다.
별의 개수를 셀 때도 안 보이는 별이 몇 개인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촛불 든 사람과 촛불을 안 들고 대신 피켓이나 깃발, 아니면 아무것도 안 들고 온 분, 핸드폰만 들고 온 분들… 몇 대 몇일까요? 저 역시 지난 3주간 광화문을 매주 나갔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은 있습니다. 대충 1:1~1:2 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저 사진 속에 들어있는 군중의 수는 대략 3만6천 명 (1:1인 경우) 최대 5만4천 명(1:2인 경우) 정도 됩니다. 그러니 4만 명은 좋은 추산치입니다. 저 사진에 보이는 도로의 면적은 대략 10,000m^2 정도인데, 그렇다면 1m^2에 대략 4명 정도 들어 있다는 얘기이니 얼추 감에도 맞습니다.
잠실 주경기장 관중석만의 면적은 3만m^2입니다. 여기에 10만 명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1m^2에 3.3명이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광화문광장에 ~4명이 들어 있다는 것은 매우 타당성 있는 추산입니다.
광화문광장, 서소문, 율곡로, 시청 앞 광장, 종로에서 종각까지 대략 면적을 합치면 15만m^2가 됩니다. ‘CandleCounter.C’를 여기저기 돌려보고 얻은 수치에 위의 비율을 적용하면 50~70만 명이 모일 수 있습니다. 유동인구는 고려하지 않고 어느 한순간의 수치입니다.
이 짓 저 짓 하다 보니 밤을 꼬박 샜네요. 나무에 달린 크리스마스트리 전구도 잘 세는지 확인해 보고 잠을 청했습니다. 제가 원래는 연구비가 입급되지 않으면 코드를 짜는 법이 없는데, 내가 이럴려고 입자실험을 전공했나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원문 : Inkyu Park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