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에서, 페이스북에서, 그리고 이런저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트럼프 지지율이 높은 진짜 이유‘라는 글이 떠돌고 있다. 이 글은 트럼프의 높은 지지율이 무슬림들로 인한 미국 내의 과도한 PC에 대한 반동이라고 설명하며 사례들을 들고 있다.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무슬림들 때문에 회사/쇼핑몰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 무슬림들의 반발로 인해 미국의 상당수 중고등학교에서 미국 국기 게양을 금지하고 있다.
- 무슬림 배달 기사가 선물 배달 중에 종교적 이유로 술을 고의로 배달 누락시키는 일이 종종 있어서 해고되었지만, 회사는 그 해고로 인해 엄청난 벌금을 물었다.
- 대부분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그 남녀 간 연봉 차이는 성차별 때문이 아니라 전공 선택과 초과근무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의 대학들은 남녀 연봉 차이에 대한 토론을 취소시키고 이러한 연구를 숨긴다.
하지만 나는 이 사례들은 악의적으로 왜곡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1. 우선 ‘메리 크리스마스’에서 ‘Happy holidays’으로의 변환은 ‘금지’가 아니라 대형 쇼핑몰 등이 자발적인 선택이다.(사회적 압력 내지는 시장의 압력은 있었겠지만) 무슬림을 포용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같은 시즌에 있는 유태인의 ‘하누카’나 아프리칸의 ‘Kwanzaa’를 포용하려는 시도라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할 것이다(더 자세히 아시는 전문가가 있다면 도움 부탁드립니다). 적어도 이 문제에 대해 무슬림을 걸고넘어지는 것은 비열하다. 무슬림이 많아지기 훨씬 이전부터 그렇게 변했을 것 같다.
2. ‘깃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어떤 학생이 자신의 차에 (인종차별적 뉘앙스가 있는) 남부연합 깃발을 공공연히 달고 학교에 오는 일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남부 연합기만 금지’하는 대신 주차장에서는 ‘모든 깃발 금지’를 선택했는데, 여기에 대해 남부 연합기를 못 달고 오게 된 아이들이 그럼 “성조기도 안된다는 거냐”고 반발한 사건이다. 그래서 결국 학교는 그 조치를 철회했다.
단 한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남부 연합기 이야기는 빼고 맥락에 닿지 않는 무슬림 얘기를 끌고 오는 것은 악의적이다. 많은 학교에서 성조기가 문제 없이 휘날리고 있다.
3. 무슬림 배달 기사가 술을 고의로 배달 누락시킨 것이 아니고, 무슬림 배달 트럭 기사가 ‘나는 술 배달은 못 하겠으니 술이 화물인 경우에는 다른 기사를 쓰고 나는 다른 화물을 맡겨주시오’라고 요청을 했는데 운송 회사가 이를 묵살하고 강제로 배달하게 한 것이 문제가 된 사건이다.
조사에 따르면 그 운송 회사에서 화물 변경은 그리 어렵지 않게 해줄 수 있는 일임이 밝혀졌고, 회사는 그것이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소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징벌적 배상금을 물게 된 것이다.
크리스천이 ‘난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야 하니 다른 날 일을 하게 해주쇼’ 했는데 일요일에는 다른 사람이 일하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계속 크리스천을 일요일에 일하게 했다면 마찬가지로 배상했을 것이다.
4. 대학들이 이 문제에 대한 토론을 취소시키거나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본다. 그리고 여기 워싱턴 포스트의 남녀 임금 격차에 관한 기사를 보자. 인적 자본, 고용 유형을 통제하더라도 여전히 임금 차이가 존재한다는 코넬 대학의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내 생각에, 트럼프의 지지율이 높은 진짜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이런 악의적으로 조작된 무슬림에 대한 유언비어들을 사람들이 비판 없이 수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떠돌아다니는 그 글은 트럼프의 지지율이 높은 진짜 이유를 아주 잘 설명하고 있다.
당신이 그런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그 이유로 트럼프의 지지율이 높다.
원문 : 황용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