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글은 몇몇 특정 브랜드를 아주 쥐 잡듯이 씹어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미 카메라를 선택한 분들께는 굉장한 불쾌감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적당히 걸러서 들으세요. 어차피 카메라는 찍는 사람의 능력 문제입니다. 브랜드별 장단점은 그다음 문제에요. 우선은 지금 있는 카메라 열심히 쓰세요.
이 글은 철저히 새로 카메라를 사시는 분들께 초점을 맞춰 쓴 글입니다.
미러리스면 충분하다
예전 블로그 글에서 카메라 선택과 관련된 장문의 글을 남겼는데, 똑딱이는 솔직히 선택지가 좁습니다. 거기까진 안 바랍니다.
근데, 미러리스면 여러분이 찍고 싶은 사진 다 찍을 수 있어요. 솔직히 동체 추적 능력도 예전이랑 비교 안 될 정도로 좋아졌고, 플래시 어차피 안 쓰실 거잖아요. 그러려면 좀 들고 다니기 쉬운 거 사세요. 팔 아프다고 짐 많다고 맨날 집에 두지 말고. DSLR 자체도 무겁지만 렌즈 포함하면 더 무거워집니다. 전문 사진사들이 덩치가 큰 사람이 많은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업으로 하실 거 아니면 큰 카메라 굳이 필요 없어요. 업으로 하는 사람이 DSLR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클라이언트들이 카메라가 작으면 무시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주로 웨딩 촬영 같은 데서 그런 문제가 자주 발생하거든요.
제발 비싼 카메라 사시고 장롱에 처박아놓지 좀 마세요.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제일 중요합니다. 어차피 카메라는 노출이랑 초점 잘 맞으면 그다음부터는 자기 능력껏 찍는 겁니다. 비싼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보장해주는 거 절대 아니라니까요.
소니는 쓰지 마시고
미러리스는 소니 아닙니다. 소니는 선택지가 소니밖에 없는 풀프레임에서나 위용이 있지, 크롭프레임에서는 색감도 성능도 그닥 뛰어난 편이 아닙니다. DSLR이면 캐논이고 미러리스면 소니라는 건 정말 브랜드 파위를 실감케 하는 부분인데, 실제 성능 따져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웃기는 짜장입니다. 오히려 가성비는 둘 다 최악이에요. 풀프레임이 필요하시면 소니 쓰시고, 아니면 올림푸스 쓰세요.
어차피 성능 좋다는 소니 센서는 (캐논을 제외한) 모든 브랜드에서 돌려쓰는 판국이고, 기계적 성능이나 편의성에서 올림푸스가 미러리스 중에선 가장 낫습니다. 파나소닉은 장점이 참 많은 바디이긴 한데, 캐논만큼이나 센서 우리기가 좀 심합니다. 캐논 M이나 니콘1은… 그냥 쓰지 마요. 제발 좀 쓰지 마. 아니, DSLR 시장 침범할까봐 일부러 허접대기로 낸 카메라를 왜 써. ㅠㅠ
그리고 전 DSLR 유저입니다만, 미러리스 쓴다고 무시하지도 좀 마세요. 미러리스 가격이 싼 편도 아니거니와, 성능에서 DSLR에서 꿇리는 게 사실상 없다시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라도 어차피 제일 중요한 건 찍는 사람의 능력입니다. 잘 찍는 사람은 폰카로도 잘 찍고 못 찍는 사람은 수천만 원짜리 중형 들려줘도 못 찍어요.
카메라의 능력치를 만약 수치로 환산한다면, 좋은 카메라는 1등급에서 10등급까지 찍을 수 있고 나쁜 카메라는 3등급에서 10등급까지 찍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못 찍는 사람은 어떤 카메라를 들려줘도 10등급의 사진만 찍는 겁니다. 카메라 욕심내시지 말고 사진을 공부하시고, 카메부심 챙기시지 말고 사진을 공부하시며, 카메라 보고 깔보지 말고 사진을 공부하세요.
DSLR을 선택한 당신에게 드리는 조언
DSLR을 선택하셨습니까? 축하드립니다. 우선 팔굽혀펴기 하루 50회를 추천해 드립니다.
DSLR을 쓰신다면, 가장 필요한 건 힘입니다. 특히 풀프레임 DSLR이라면 진심 무겁습니다. 제가 쓰는 바디가 D750인데, 풀프레임 바디 중 가장 가벼운 바디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다 24-70이랑 플래시 끼고 다니면 대충 2kg은 찍어요. 사진 찍을 때 렌즈 하나만 쓰나요?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면 가방 무게가 10kg이 거뜬히 넘습니다.
제대로 찍으려면 여행 다닐 때 광각, 표준, 망원, 초망원 하나씩 싸고 단렌즈 2~3개 싸고 삼각대랑 플래시 하나씩 넣고 다닙니다. 혹시나 고장 날까 봐 서브 바디도 하나 들어갑니다. 그거 들고 다녀보실래요? 카메라 장비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 전용 캐리어를 쓰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게 제대로 찍는다는 사람의 기본 장비 수준입니다.
중요한 건 찍으면서 흔들리면 사진도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그 정도 힘은 각오하시고 사세요. 2시간 웨딩 들고 다니면 저같이 건장한 남자도 팔에 어깨에 통증이 밀려옵니다. 특히 플래시 분리해서 한 손으로 들고 촬영 한 손으로 찍거나 하면 손목 나갈 거 같습니다. 참고로 저 한창 운동할 때는 벤치 100kg까진 해봤던 사람인데도 그렇습니다.
이러한 상황인 만큼, 적어도 여행을 위해서 쓰시는 분이라면 광범위 줌 사세요. 심도가 필요하실 때 쓸 단렌즈 1-2개 사시고요. 화질 따지면서 쓰시다가 팔 나가고 허리 나갑니다. 욕심 좀 그만 부리시고 렌즈는 적당한 수준만 쓰세요.
비싼 렌즈 사면 어찌 되는지 아세요? 렌즈 망가질까 봐 사진을 못 찍어요. 붓 망가질까 봐 그림 못 그리는 화가 얘기를 들어보셨나요? 제발 그 꼴 좀 내지 마세요.
DLSR은 캐논이라는 생각에 대해
DSLR을 제작하는 회사는 실질적으로 총 3개가 있습니다. 캐논, 니콘, 펜탁스.
펜탁스는, 성능은 좋은데 풀프레임을 낸 게 얼마 안 되서 풀프레임 카메라 렌즈군이 좀 부실한 건 사실입니다. 이건 추후 발전 가능성과 팬심으로 커버하세요. 펜탁스는 솔직히 그리 까고 싶지 않습니다. 저력은 분명 있는 회사라. 이건 말 그대로 투자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DSLR은 캐논이라는 편견이 아직도 너무 많습니다. 좀 황당합니다. 캐논 성능은 요리 뜯어보고 조리 뜯어봐도 정말 최악 중의 최악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캐논 1D급 플래그십은 정말 좋아요. 그게 정말 웃기는 겁니다. 기술이 없어서 그렇게 만드는 게 아니라, 위의 급을 사라고 그렇게 만드는 게 캐논의 특징입니다. 캐논의 카메라 등급 나누기, 렌즈 등급 나누기는 정말 이놈들은 마케팅의 악마로구나 싶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EF 85mm F1.2L II USM(만투)나 50mm F1.2 단렌즈(오이만두) 같은 렌즈들 보면, AF 속도가 극악으로 느리다는 말이 많습니다. 저도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돈 주고 따로 Z3000 가서 속업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속업 안 해도 1DX에 꼽아서 쓰니 거의 문제 없던데요. 동체까지 착착 잘만 잡아냅니다. AF 성능, 측거점의 노출 연동 등 기능 제한 엄청나게 걸어놓습니다. 측거점 개수만 따져도 동급의 니콘 바디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현저해집니다.
센서 개선? 5D MK4와 1DX2는 솔직히 인정합니다. 정말 저 사골을 저렇게 우려낸 거 보면 정말 대단하긴 대단합니다. 문제는, 여전히 저 두 놈의 가격은 하늘 위에 있다는 거죠.
게다가 AF 성능을 본격적으로 캐논이 개선하기 시작하면서, 별의별 기능에서 서드 파티 렌즈들이 캐논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제한들이 하나둘 계속 나오고 있고, 애초에 가장 핵심인 AF 성능에서 현저한 저하가 일어나고 있어요. 솔직히 그놈의 색감만 아니면 캐논을 쓸 이유 자체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심지어 그 색감은 철저히 인물이고, 풍경에서의 색감은 캐논은 정책적으로 풍경을 찍기 어렵도록 설정해놓은 게 현실이에요. 청색과 녹색의 발색이 다른 카메라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오직 인물, 낮의 야외에만 특화시켜놓은 게 바로 캐논의 바디 특성입니다.
여러분이 야외에서 주광 촬영만 하신다면, 저는 캐논 쓰시는 걸 찬성할 겁니다. 여러분이 돈이 정말 많거나 반드시 필요해서 비용 제한 안 두시고 바로 플래그십 지르신다면, 저도 캐논이 니콘보다 플래그십 한정으로는 훨씬 낫다고 추천 드릴 겁니다. (솔직히 D5보다 1DX MK2가 성능 면에서 앞서는 부분이 꽤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 아니라면, 카메라는 캐논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좀 버리세요. 당장 5D Mark III 랑 성능상 준동급에 해당하는(셔터 스피드 1/8000에서만 꿇리고 고감도 성능 및 DR 등 센서 문제, 측거점 노출 연동 등 다른 점은 오히려 더 앞섭니다) D750이 160대입니다. 5D Mark III 는 그보다 100만 원이 비쌉니다.
왜 한정된 자원에서 힘들게 카메라를 사시면서, 오직 브랜드 이름 때문에 캐논을 사시나요. 심지어 캐논이 브랜드 가치가 니콘보다 높은지도 전 잘 모르겠습니다. 샤넬이나 루이비통에 비교할 만한 건 라이카 같은 거고, 솔직히 캐논이랑 니콘 차이는 나이키랑 아디다스 정도 차이 같은데?
카메라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순간
뭔가 사진을 제대로 찍고 싶어 카메라를 선택하는 분이시라면, 카메라를 선택하는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한번은 첫 카메라를 사는 순간이고, 두 번은 풀프레임 카메라로 넘어가는 순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또한 업이 아니라면 굳이 풀프레임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첫 번째 순간에서 어떤 바디를 선택할지는 미러리스에 대한 질문일 거고, 만약 크롭프레임을 사신다면 캐논이든 뭐든 일단 열심히 찍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사진을 처음 익히는 입장에서는 카메라 성능보다는 사진 찍는 능력을 열심히 연마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따라서 중보급기 수준에서 캐논은 충분히 가치가 있고, 한 번쯤 다뤄볼 만한 물건이기도 합니다.
다만 풀프레임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라면, 보통은 이제 본격적으로 사진에 투자를 해보겠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점이라면 정말 이제는 카메라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때입니다. 어떤 카메라가 진짜로 내가 원하는 사진에 맞고 그 성능을 뽑아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고, 만약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면 같은 성능이라도 좀 더 싼 제품에 투자하는 것이 당연히 이익일 것입니다. 여기서부터는 가성비를 철저하게 따지셔야 해요. 풀프레임까지 넘어가서 렌즈 서너 개 사고 난 이후에는 다른 브랜드로 옮겨타는 게 100배는 힘들어집니다. 제가 그랬어요.
저는 7년간 캐논을 써왔고, 1년 반 정도 니콘을 썼습니다. 캐논을 산 까닭은 정말 간단했어요. 첫 카메라가 캐논이었고 그러니 풀프레임도 당연히 캐논으로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썼습니다. 그리고 그게 가장 제 사진 생활을 통틀어 후회되는 일 중 하나입니다. (물론 그 덕에 강의할 때 캐논이든 니콘이든 다 강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생기긴 했…)
어차피 풀프레임으로 넘어가게 되면 렌즈는 몽땅 다 바꿔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거든요. 완전히 새로 사는 겁니다, 그 시점에서는. 근데 전 이미 다 지른 상태였고, 성능상의 문제를 체감하며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니콘으로 옮겨 탔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그 선택에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450D 쓰다가 처음 6D 썼을 때 느꼈던 희열을 같은 풀프레임인 D750에서 똑같은 수준으로 느낍니다. 진짜 그 정도의 격차 차이가 나요.
저의 (개인적인) 추천
제가 보통 추천한다면 이런 식으로 해요.
성능 수준 및 적응 환경
- 크롭 중보급기: 캐논 승 (성능은 분명 떨어지지만 일단 단순해서 적응하긴 쉽습니다)
- 풀프레임 중보급기: 니콘 승
- 풀프레임 플래그십: 캐논 승
인물 촬영
- 전천후 촬영: 니콘 승 (특히 야간 노이즈 문제는 수가 없어요)
- 스튜디오 한정: 캐논 승
- 야외 주광에만 한정: 캐논 승
풍경 촬영/접사&망원 등 생태 촬영
- 캐논은 저리 가라.
가격 대 성능비
- 캐논은 제발 저리 가라. 그리고 캐논은 서드 파티 렌즈, 플래시 되도록 쓰지 마시고요. 돈은 캐논 렌즈, 플래시 쓰시면 약 1.5~2배 이상이 더 들 각오 하세요. 캐논은 가장 비싼 카메라와 가장 비싼 렌즈를 사셔야 제 성능을 발휘합니다.
제가 이제껏 카메라 추천 요청 받은 것만 수십 회는 족히 넘겠고, 답변글 달아드린 것까지 하면 100번은 족히 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 다들 답정너로 해놓고 확신을 가지고 싶어서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거 아니에요. 적어도 아시려면 확실하게 알고 자기한테 필요한 카메라로 좀 고르세요. 실컷 설명드렸는데도 그냥 모르쇠로 넘어가시면 솔직히 설명하면서도 답답합니다. 애초에 그럴 거면 왜 물어보나 모르겠어요 =_=;;
원문 : 조현민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