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듣보잡 취급하던 두 사람이 뭉치다
리승환(이하 리): 안녕하세요. 뭐하다가 창업을 하게 됐나요?
우혁준(이하 우): 원래는 컨설팅 펌 출신이에요. 딜로이트 있다가 LG로 이직했는데, 딜로이트 선배가 사업 한 번 같이 하자고 꼬시더라고요. 아무 생각 없이 주말마다 모여서 아이디어를 짰는데, 주말만 하니까 답이 안 나와서 아예 휴직까지 했어요. 그런데 선배는 외주를 주자고 했고, 저는 CTO를 구하자고 해서 의견이 안 맞다가 결국 이흥현 이사(이하 흥사마)를 만났는데 이 친구랑 하면 더 잘될 것 같아서 바람피고 이 친구와 함께 창업을 하게 됐어요.
리: 어쩌다 만난 건가요?
우: 학교 동문인데 전혀 친하진 않았고… 그냥 길에서 인사하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흥사마가 대학 다닐 때 좀 유명했어요.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만든 시간표 프로그램을 아무도 안 쓰고 흥사마가 내놓은 프로그램을 사용했으니… 저도 이름보다 ID로 먼저 알았어요. 그래서 아는 사람 통해서 연락을 했죠. 사업하고 있는데 잘 안 돼서 외주로 전전긍긍하고 있더라고요.
리: 그래서 바로 힘을 모았나요?
우: 아니오. 처음에는 둘 다 서로를 병신이라 생각했어요.
리: …….
우: 저는 흥사마를 코파운더랑 두 번 결별한 사회성 없는 놈인 줄 알았고, 흥사마는 저를 수치만 이야기하는 대기업 병신인 줄 알았죠. 그래서 먼저 법인 만들기 전 두세달 정도 호흡을 맞춰봤어요. 그러다보니 서로 병신이긴 해도 쓸만한 병신이라 생각해서 함께 회사를 만들게 됐죠. 흥사마도 저도 기술 기반으로 뭔가를 하자는 철학은 잘 일치했지요.
리: 님은 컨설팅 펌 출신이고, 흥사마는 원래 어떤 일을 했지요?
우: 여러 일을 했지만, 후잉이라는 가계부 서비스가 가장 유명해요. 복식부기 기반이고 굉장히 편해서, 저도 회사 재무 관리를 후잉으로 하고 있어요. 그런데 BM이 엉망이라서 수익이 거의 없어요. 정작 저 같은 헤비 유저도 돈 한 푼 안 내고 쓰고 있으니(…)
비노블과 투블루의 교훈: 투자자는 속일 수 있어도 고객은 못 속인다
리: 그래서 둘이 뭉친 후 뭘 하셨나요?
우: 비주얼 노벨 만드는 툴을 만들었습니다.
리: 야겜 좋아하세요?
우: …….
리: 대체 왜 그런 서비스를… 이미 일본에서 나온 서비스들이 줄줄이 망하지 않았습니까?
우: 대개 그런 서비스는 웹이 아닌 패키지 SW에요. 웹의 경우에는 기술력이 딸렸고요. 좀 더 쉽고 편하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빠르게 베타 서비스를 출시하고, 그 실행력을 인정 받아서 초기 투자도 좀 받았어요.
리: 엄청나게 빠른 투자로군요…
우: 그런데 정작 사용자는 별로 많지 않았어요. 비주얼 노벨이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부터 그다지 많지 않아서… 그때 주변에서 이 좋은 기술을 왜 매니아층에게만 접근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네이버도 움직이는 스마트툰을 밀고 있으니, 바로 그쪽으로 피벗했어요. 미연시에 한정하지 않고, 네이버 스마트툰 같은 걸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로 확장하면 고객이 더 있지 않을까… 그래서 비노블을 접고 투블루라는 서비스를 내놓았죠.
리: 이번에는 사용자가 좀 늘던가요?
우: 정말 초기 사용자 확보를 위해서 별짓 다 했어요. 스마트 애니메이션 공모전, 서포터즈… 그래도 사용자가 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퀄 작품을 늘리기보다 고퀄을 만들어내면 사람들이 따라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래서 아예 작가들에게 돈을 주고 작품을 맡겼어요. 그리고 루리웹, 오유 같은 덕후성 짙은 사이트에 올리니까 반응이 좋더라고요.
리: 그런데 왜 접었습니까?
우: 프라이머 데모데이에서 성과 발표를 해요. 그때 지표는 엄청 괜찮게 나왔죠. 트래픽 신기록을 거의 매주 갱신했으니… 그런데 그 지표가 결국, 돈 주고 만들어진 트래픽이었어요.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지표이지, 계속 돈을 쓰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었거든요. 데모데이 끝나고 나니 공허하더라고요. 잘하고 있는 게 맞나… 계속 돈을 태워야 하나… 정말 괜찮은 서비스라면 돈을 안 써도, 자연적으로 수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리: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우: 일단 모든 마케팅 활동을 멈추기로 했어요. 돈을 쓰지 않고 2주가 지나니까 우리 서비스를 사랑하는 사람이 100명이 안 된다는 걸 알았어요. 한마디로 돈을 때려박지 않으면 안 되는 서비스였던 거죠. 이렇게 비즈니스 못 끌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투자자는 속일 수 있어도, 고객은 속일 수 없다는 생각을 했죠.
타일의 탄생: 신중하게 니즈를 검증하다
리: 돈 많이 까먹었을 듯한데, 어찌저찌 잘 버텼습니다.
우: 창업하고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엔젤 투자 받고 또 프라이머 투자 받고… 처음에는 돈 들어오니까 그냥 다 잘 되는 줄 알았어요. 2억 정도 투자를 받았는데, 이미 거의 다 써버린 상태여서 자동차도 팔고 월급을 줘야 할 때였어요. 더 이상 투자금을 끌어올 수도 없었고요.
리: 이제 드디어 망하는 길만 남은 거군요.
우: 그렇죠. 이미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고… 멤버들 사기가 완전히 떨어져 있었어요. 이제 뭘 해도 안 된다… 그때가 추석 즈음이었는데, 이야기를 했어요.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고… 그리고 추석 기간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했죠.
리: 무슨 생각을 한 겁니까?
우: 투블루가 죽은 서비스이긴 했는데 총선 기간에 상당히 많은 콘텐츠가 올라왔어요. 자기 후보들 띄우는 내용이 많았는데, 디자인이 좀 조악하더라고요. 그동안 타겟이 명확하지 않고 기술과 마케팅에 의존했는데, 이번에는 명확한 소비자를 그리자… 기업이 마케팅 목적으로 쉽게 디자인할 수 있는 툴을 만들면 어떨까. 그렇게 타일의 프로토타입을 그린 거죠.
리: 멤버들은 뭐라 하던가요?
우: 마침 흥사마도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전날 밤새며 이미 시안까지 그려 뒀더라고요. 그동안 봐왔던 게 같으니까, 둘 다 이렇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한 거죠.
리: 그렇게 바로 개발에 들어간 건가요?
우: 이렇게 감으로 사업하다 두 차례 말아 먹었던지라… 이번에는 니즈 검증을 확실히 하기로 했어요. 프라이머 클럽에 속한 회사는 물론이고, 에이전시나 언론사도 다 소개 받아서 하루 5팀 정도씩 미팅을 했어요. 그러면서 뭐가 좀 불편함이 있었는지 알아보고, 어떤 서비스가 있으면 사용할 생각이 있는지 인터뷰를 반복했어요. 그렇게 니즈를 검증하면서 프로토타이핑만 한 5번 바꿨어요.
리: 카드뉴스 만드는 녀자(이하 카만녀)도 그때쯤 만들어진 건가요?
우: 그렇죠. 사실은 마케팅 비용이 없으니 뭐라도 하라고 해서 시작하긴 했는데(…) 사람들은 정보공유 페이지로 생각했지만, 우리에게는 니즈 검증을 위한 곳이었어요. 처음에는 PPT 템플릿 공유로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사람들이 어떤 카드뉴스 형식을 요구하는지 조금씩 알게 됐죠.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돼서, 지금은 마케팅 비용을 태울 필요가 없을 수준까지 커버렸네요.
리: 카만녀 월급 좀 올려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우: 거의 답이 없을 때 팁스 자금을 받았는데… 정작 팁스 자금을 받고 나니, 월급을 맘대로 올릴 수 없게 돼 있더라고요. 팁스 끝나면 올릴 건데… 그러면 카만녀보다 제 월급부터 올릴 겁니다(…)
리: ……
우: 아, 참고로 배부른 소리 하나 하자면… 팁스 실제 받아보면 엄청 빡빡한 규정과 감사가 있어서 맘대로 쓰지도 못해요. 저희도 결국 받은 돈 절반 정도만 쓰게 됐을 정도니까요. 사람을 늘릴 수는 있는데, 제가 채용에는 굉히 보수적이에요. 한 번 왔으면 3년에서 5년 정도는 함께 할 사람을 찾거든요. 그래서 스타트업 치고는 직원들이 꽤 오래 눌러 앉는 편이에요.
타일이 단순한 이유: 이것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다
리: 아무튼 돈도 들어왔으니 개발에도 불이 붙었겠군요.
우: 분위기가 가장 좋을 때죠. 10월부터 2월까지 피터지게 개발하고, 니즈 검증하고, 카만녀로 마케팅하고… 4개월만에 진짜 MVP를 내놓았어요. 로그인도 없고 남들이 뭐 만들었는지 다 보이고… 우리끼리 다듬으며 지인들에게 약간 테스트를 부탁했어요. 그런데 그 지인이 피드에 올려버리고, 권도균 대표님이 공유해버렸어요. 알파 버전도 아니고 프로토타입인데, 망했다 싶더라고요. 버그도 엄청 많은 상태였는데…
리: 그런데 왜 안 망한 거죠?
우: 그게 오히려 니즈 검증보다 고객 반응을 더 빠르게 알게 해줬어요. 오히려 사용자들이 버그를 알려주며 디버깅이 가능했고, 불편해하는 점을 알려줄 때마다 기능 개선도 할 수 있었으니까요. 실제로 반응도 빠른 속도로 좋아졌어요. 카만녀 등으로 홍보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사람들이 공유할 정도였으니.
리: 주로 어떤 기능 개선이 더해졌나요?
우: 사람들이 빠르게 좋은 이미지를 찾고 싶다고 해서 게티 이미지와 계약을 했어요. 또 폰트도 다양하길 원해서 산돌 폰트와도 제휴했고요. 또 단순히 페이스북에만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소셜 플랫폼에 최적화 가능하도록 변경했고요. 가장 공을 많이 들인 부분은 결국 디자인 고도화에요.
리: 디자인 고도화?
우: 네. 결국 타일은 디자인에 공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카드뉴스를 만들어서 명료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도구잖아요. 그러면 폰트, 색상, 배치 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굉장히 세밀하게 신경 써야 해요.
리: 엄청 단순하다 생각했는데…
우: 그 단순함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사실 타일의 틀은 단순해요. 이미지, 텍스트 박스, 폰트, 이렇게 셋으로 구성돼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세 요소를 어떻게 해야 가장 미적이면서도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가, 이는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리: 그렇죠. 원래는 디자이너들이 수동으로 하는 일이니.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우: 더 단순화해서 해결했어요. 심플함의 끝을 보자… 이런 거죠.
리: 더 단순하게?
우: 네. 사실 지금도 타일에 가장 많은 요청이 들어오는 게 각 장마다 폰트 다르게 할 수 없냐, 텍스트 박스나 이미지 투명도 설정할 수 없냐… 이런 거에요. 그런데 이건 기능적으로 구현을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거에요. 마치 PPT 템플릿이 그렇듯 제한을 걸어야 ‘쉽게 만들고’, ‘명료한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어요. 단순하게 갈수록 가독성이 올라가는 거죠. 대신 그 조합은 그만큼 탄탄해야 하겠지만.
리: 아무리 그래도 텍스트 간격, 자간 조합까지 안 되는 건 너무 빡빡한 것 같습니다.
우: 앞으로도 기능 추가는 되도록 줄이려고 해요. 타일은 결국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에요. 디자인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고요. 물론 나중에는 그런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은 일관성의 원칙을 유지하려 해요. 물론 단순히 수익만 생각하면 많은 기능을 넣는 게 그럴듯해 보이고, 결제도 편하게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사용자를 돕는다는 원칙에 충실한 게 좋다고 생각해요.
리: 부가 플러그인으로 추가 수익 창출할 수도 있지 않나요?
우: 그럴 생각은 없어요. 빠르게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 충실해야지, 기능에 돈을 부과할 생각은 없어요. 지금은 카드뉴스를 곧바로 동영상으로 바꿔주는 서비스를 개발 중인데, 이것도 추가 과금할 생각은 없어요. 과금 모델이 복잡하다는 것부터 생산성이라는 사용자 효용을 줄인다고 생각해요. 그런 원칙으로 서비스를 다듬으며 7월부터 베타 서비스에 들어갔어요.
리: 항상 베타 서비스였던 것 같은데, 왜 굳이 베타 서비스를 천명한 거죠?
우: 남들 다 그러니까 뭔가 멋있어 보여서(…)
리: ……
우: … 도 있고… 유료화 의지를 밝힌 것이기도 해요. 비노블과 투블루를 다 실패하고 나서 느낀 게, 정말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서 고객 돈을 받겠다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베타 서비스 이후부터는 지속적으로 유료 도구임을 이야기했어요. 7월에 이미 가격 정책을 밝히며, 9월까지만 무료라고 못을 박았죠.
유료화: 첫 결제보다 재구매가 중요하다
리: 유료화가 되면 좋지만 참 양날의 검이죠.
우: 네. 그래서 더 빨리 하고 싶었는데, 일부러 유료화를 늦춘 것이기도 해요. 기능 개선도 필요했지만, 무료 회원들이 계속해서 활동하다 보니 데이터가 축적됐거든요. 이 사용자가 얼마 주기로 발행하고, 몇 장 정도를 발행하는지… 이를 기반으로 해서 가격 체계를 정할 수 있었어요. 패턴을 지켜보고 분석한 후 베이직, 프로, 엔터프라이즈 등 모델을 설정했죠.
리: 주력 요금제인 29,700원이라는 가격은 어떻게 설정한 거지요?
우: 리니지가 그렇기에(…)
리: ……
우: 아무튼 게임 회사는 분석과 가격 설정에는 도가 튼 곳이니… 리니지는 열혈 유저가 많고, 그 가격은 그들이 최소한으로 지불할 돈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다지 많은 마케팅 비용을 들이기 힘들고 또 자주 카드뉴스를 발행하기 힘든 스타트업과 자영업자를 베이직 모델 대상으로 삼았어요. 이후 프로와 엔터프라이즈는 전문적인 에이전시와 대기업, 언론사를 대상으로 삼았고요.
리: 좀 더 장기적으로 무료 고객을 확보한 후 유료화해도 되지 않았을까요?
우: 팁스가 끝나가는 것도 있고… 강제 커밍아웃 때도 그랬듯 유료화를 해야 제대로 반응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리: 잘 되던가요?
우: 처음에 한 보름 동안 결제가 거의 없어서 이제 드디어 회사 망했나 싶었죠. 그런데 이후부터 반응이 많이 오더라고요. 회사에서 결제 올리는데 시간이 걸렸던 거죠. 그리고 마감 효과라는 게 엄청났던 게, 9월까지 할인 기간이었는데 9월 28일까지 결제했던 것보다 29일, 30일 결제했던 양이 더 많았어요. 한 달 만에 약 500명이 유료결제를 했고, 이후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요. 가입자 2만 명에 액티브 유저 5천 명이니 결제율은 엄청 높았던 거죠. 20% 가까운 수준이니.
리: 그래도 아주 큰 수익은 아니니 계속해서 유저를 늘려야겠군요.
우: 그보다는 리텐션, 재구매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유저가 한 달만에 이탈했다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간단한 설문 등을 통해서 받고 있어요. 기존 고객이 만족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요. 그러면 그분들이 자연히 다른 사용자를 데리고 올 거라고 생각해요.
기술 고도화를 더한 타일의 미래
리: 나름 고생도 많이 했지만, 지금 잘 일어난 것 같습니다. 혹시 투자나 인수 제의는 들어오지 않나요?
우: 기술 기반 광고업체 쪽과 이미지 스탁 쪽에서 인수 제의가 들어온 적은 있어요. 또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꽤 큰 IT 기업에서도… 일단 광고업체 쪽에서는 타일이 배너 솔루션으로 적합하다 본 것 같아요. 이미지 스탁 쪽은 저희 솔루션이 워낙 좋은 궁합이기도 하고… 하지만 저희 꿈은 사용자가 편하게 일하도록 돕는 걸 고도화하는 쪽이라 거절했어요.
리: 인수 제의가가 싸서 거절한 거 아닙니까?
우: 그렇기도 하죠(…) 그런데 아무리 큰 돈 줘도 개발이사(흥사마)가 무조건 컷할 태세에요. 일찍부터 사업하며 워낙 자주 망하다 보니 억하심정이 많이 쌓여서(…)
리: 투자 쪽은 어떤가요?
우: 당장 돈이 급하지는 않아서 천천히 생각하고 있어요. 다행히 먼저 찾아오는 투자자들도 있고 해서, 좀 여유를 가지려고요. 저도 투자 받으려고 굽신굽신한 시절이 길어서, 억하심정이 좀 쌓여서(…) 아무튼 브릿지 투자로 1년 정도 버틸 돈을 받을 생각은 있어요. 그 동안에 마케팅과 기술 고도화를 더하고 싶고요.
리: 기술 고도화를 더한 타일의 미래는 뭐죠?
우: 아직까지 완전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기본 정신은 계속해서 사용자가 좀 더 빠르고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툴을 발전시키고 싶어요. 예로 카드뉴스로 쉽게 동영상을 만든다거나, 아예 PPT와 같은 문서 작업도 타일 같은 툴로 더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사실 보고서 만드는 데에도 우리가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낭비하잖아요. 할 수만 있다면 이 시장은 카드뉴스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해요.
리: 해외 진출을 권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습니다.
우: 네. 서비스는 플랫폼에 비해 아무래도 해외 진출이 수월하니까요. 저희도 1년 동안 동남아 3개국의 페이스북을 주기적으로 보면서 적은 돈이지만 마케팅비를 집행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모바일 사용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카드 형식을 활용하는 이들이 조금씩 늘더라고요. 지금도 소수이지만 미국, 유럽, 동남아 해외 사용자가 있어요.
리: 하지만 해외 대세는 동영상 아닐까요?
우: 물론 대세는 동영상 쪽이기는 하지만 니치 마켓은 존재할 것 같아요. 문화라는 장벽이 있어서 무조건 잘 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닌데… 반대로 한국이 굉장히 빠르면서도 독특한 문화가 있잖아요. 영상이 굉장히 직관적이고 서술적이지만, 또 귀까지 내줘야 하거나 제한된 상황에서는 못 보는 문제도 있어요. 또 텍스트는 아무 때나 편하게 볼 수 있고 좋은 건 있지만 너무 장황하고… 카드뉴스는 그 둘 사이의 장점이 있다고 봐요.
리: 파워포인트나 슬라이드쉐어를 대체하는 것보다는 훨씬 현실적일 것 같습니다만…
우: 그렇죠. 아무래도 파워포인트는 너무 많이 쓰이고 있는 소프트웨어이고… 타일은 타겟이 마케터이지만, 파워포인트는 기획자잖아요. 마케팅 단에서 연성 콘텐츠를 뿌리는 건 사고날 일이 없지만, 기획자는 정말 특정 타겟에게 프레젠테이션하는 것이니… 아무튼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툴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우선은 타일에만 집중해야겠지만.
리: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우: 아직 갈길이 멉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고객님들… 항상 타일이 빠르게 발전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는데요. 더 빠르게 진화할테니 결제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