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탄핵 얘기도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하는 분들이 있다. 맞다. 맞는 말이다. 맞는 정도가 아니고 지당한 말이다. 박근혜는 탄핵도 아깝다. 그냥 쫓겨나야 한다. 그게 당위다.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 현대사에서 벌어져야 할 마땅한 일이란 게 과연 있었을까? 그런 나라였다면 이승만은 대통령이 되기는커녕 독립운동자금 빼돌린 걸로 싸대기 맞고 외국으로 쫓겨났을 것이다. 4.19로 본인이 하야할 것이 아니라 단두대에 세워져야 했다.
하지만 실제 이승만은 눈물 흘리는 국민들을 뒤로 하고 하와이로 가서 편안한 노후를 보냈다. 지금도 이승만 개새끼를 국부라고 부르자는 정신 나간 놈들이 있다. 그 밑에서 한 자리씩 해 먹던 친일매국노 새끼들인 노덕술,김창룡,하판락 같은 새끼들도 편안히 살다 갔고, 백선엽이는 아직까지 영웅이란 소리를 듣는다.
박정희는 18년씩 대통령을 해 먹을 것이 아니라 쿠데타를 일으켰으니 내란죄로 사형당해야 했다. 그러나 18년 동안 헌법을 바꿔가며 대통령을 해 먹었고, 여대생들을 불러다 술자리를 즐겼다. 그 시대를 살다 지금 노인이 된 사람들은 반인반신 어쩌고 하면서 추앙한 것도 모자라 그 딸이 불쌍하다고 대통령을 시켜준다.
박정희의 뒤를 이어 탱크를 몰고 나타나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짓밟아 홀연히 청와대를 차지한 전두환은 7년간 편안하게 대통령을 해 먹었다. 일해 재단을 만들고 평화의 댐 운운을 하면서 횡령했고, 한 때 사형을 당할 위기에 놓였지만 사면받아 지금은 전 재산 29만 원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오병이어급의 신기술을 선보이며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 그래”라는 어이 털리는 소리를 하면서 편안히 살고 있다.
전두환의 절친이던 노태우도 국민 뒤통수 친걸로 부족해 베프의 뒤통수를 치고도 편안히 잘살면서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그뿐인가? 잘난 놈 제끼고, 못난 놈 보내면서 인생을 오로지 자기만을 위해 살던 이명박은 국가를 수익모델 삼아 천문학적 돈을 빼먹고 여기저기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편안한 퇴임 후를 보내고 있다.
당위로 치자면 이들 중 한 새끼도 곱게 가서는 안 된다. 하지만 어디 그런가? 장기하처럼 아주 깜짝 놀랄 소식을 들려주고 있다. 그들은 다들 별일 없이 산다.
한겨레와 경향이 노무현을 난도질하고 민노당이 가루를 낼 때, 본인들이 하는 짓이 이명박 당선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을까? 아니, 그걸 알았다면 그런 짓을 했을까? (요새 하는 짓을 보면 하도 병신같아서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박근혜를 떨어뜨리러 나왔다며 이정희가 “다카키 마사오”를 외칠 때 본인이 박근혜를 돕는 결과가 될 거라 짐작이나 했을까?
생각해보면 그렇다. 프랑스 혁명에서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의 목을 딴 이래 민중을 구원한 것은 대부분 사이다가 아니라 ‘고답이’었다. 한 사람의 열 걸음이 아니라 열 사람의 한걸음이 답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장 시원함을 주는 일은 대부분 최악의 결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이 그렇다. 이상의 등불을 든 자는 현실의 길을 걸어야 한다.
정치공학적 계산에만 매몰되면 개새끼가 되지만, 정치 공학을 무시하면 병신이 된다.
원문 : 이승훈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