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세계일보에 실린 최순실 인터뷰를 보며 ‘순수한’ 궁금증이 돋았다.
“왜 세계일보인가?”
세계일보를 무시하자는 건 아니지만, 인터뷰 수준을 보니 세계일보여야 할 이유가 딱히 없어 보였다. 자기 입장을 보다 널리 확산시키고 싶었다면 보수 언론이나 종편이 더 나을텐데 굳이 통일교 산하 세계일보를 택한 이유는 뭘까 궁금했다. 내 주변의 ‘팩트체크’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하여 작금의 상황을 ‘한국인의 종교’ 관점에서 보자면 대략 이렇다.
- 최태민은 신천지라 불리는 영세교 창시자(1대 교주)다.
- 최순실은 최태민의 영적 후계자이며 부녀는 박근혜의 정신세계를 지배해왔다.
- 최순실은 통일교 유럽 총책임자이자 세계일보 전 사장 S을 이탈리아대사로 추천했다가 까인 적이 있다. 최순실이 외교관 인사에 통일교 관련자를 앉히도록 관여할 위치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최순실과 통일교는 언제부터 관계가 있었고, 어느 정도 관계인 걸까?
- 통일교 산하 세계일보는 2014년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이라는 보도를 했고, 그 보도 이후 청와대는 통일교 관련 회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통일교에는 ‘대통령 하야시킬 핵폭탄 7~8개를 가지고 있다’는 내부 문건이 돌았다고 한다. 세무조사 이후 세계일보 회장은 교체된다. 그런 세계일보와 최순실이 인터뷰를 한 것이고, 이번 인터뷰는 최순실이 이탈리아 대사로 추천했다가 까인 S가 총지휘했다고 한다.
- 통일교가 그 정도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건, 박근혜와 최순실이 통일교와 꽤 오래 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은 통일교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선화음악영재아카데미와 경복초등학교를 거쳐 선화예술학교(선화예중)을 다녔다. 모두 통일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학교다. 이 정도면 통일교와 박근혜-최순실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
- ‘핵폭탄급 특급 정보’를 가진 세계일보라면 정권 실세에게는 가시 같은 존재인 동시에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 관계일 것이다. 그런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본 본 수준 낮은 최순실 인터뷰는 그녀와 세계일보의 합작품일 것이다(통일교가 그녀의 도주를 도와주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 기회를 통해 과거 ‘정윤회 국정 개입’ 건으로 소원해진 관계도 회복할 수 있고, 모든 언론이 등을 돌릴 때 단 하나 ‘아니오!’ 라고 편을 들어준다면 팔선녀의 상급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파고들어야겠지만 국정 농단 배후는 뜻밖에도 ‘통일교’일 수 있다.
- 이건 위의 상황과는 다른(혹은 연장하여 생각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세월호와 관련하여 ‘사라진 7시간’을 추적하다 보면 우리는 ‘구원파’라는 이름을 또 듣게 될 수도 있다. 박근혜와 구원파와 무슨 상관인지 밝혀야 할 문제다.
- 영세교는 ‘종교’라기보다는 ‘사이비’ 집단이다. 우리는 그동안 박근혜의 행동과 말을 통해 ‘사이비’ 집단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탈 사회적인 면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미 대선 전부터 ‘굿’을 해왔다는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고, 청와대에서도 ‘굿’을 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박근혜는 최태민을 상징하는 목걸이를 부적처럼 하고 다닌다. 한마디로 ‘영이 탁하다’.
- 최태민은 지금까지 ‘목사’로 알려졌으며 이 와중에 가장 빠르게 박근혜의 개헌 제안을 지지하고 나선 (거의 유일한) 집단은 보수 개신교 집단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무속 신앙과 신천지-영세교-통일교-구원파로 이어지는 사이비 종교의 콜라보레이션 하는 가운데 보수 개신교가 낄 자리인지 분간도 못 하고 촐랑촐랑 끼어든, 이른바 종교 대통합스러운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대단한 신정국가다. 물론 그중의 갑은 통일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