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책없이 혜자스러운 이러닝 서비스를 만나다
리승환(이하 ‘리’): 안녕하세요, 누구세요?
윤미선(이하 ‘윤’): ‘나만의 이러닝 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는 컨셉의 ‘아카데미 클라우드’를 운영하고 있는 윤미선이라고 합니다.
리: 뭔가 굉장히 흔해 빠진 서비스 느낌이군요(…)
윤: 이러닝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라고 해요. 그런데 이 구축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솔루션을 쓴다 해도 최소 월 30-50 정도는 써야 해요. 그런데 우리는 신청 버튼 하나 누르면 바로 나만의 사이트가 생성돼요. 또 위지윅 방식으로 휙휙 강의 등록과 편집을 아주 편리하게 할 수 있고요.
리: 와, 쩌네요. 이거 얼마에요?
윤: 무료에요.
리: 돈은 뭘로 버나요?
윤: 인터뷰 여기까지 하시죠.
리: ……
윤: ……
리: 밥은 먹고 다니십니까…
윤: 처음에는 좀 돈을 받을까 생각도 했어요. 기존 LMS보다 기능적으로 훌륭한 것만을 우위로 삼으려 하니, 이미 불편한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끌어오기는 힘들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프리미엄 모델을 별도로 두고 기본 버전은 무료로 푼 거죠. 우선은 많이 퍼지는 게 더 중요하고, 그 피드백으로 기능 개선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리: 하지만 그 기능 개선도 하기 전에 망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윤: ……
리: 죄송합니다(…)
윤: 다행히 빠르게 고객사가 늘고 있어요. 그 중 일부는 계약을 통해 유료 모델을 사용하고 있고요. 어느 스타트업이나 그렇지만 고단한 버티기 싸움에 들어간 거죠. 서비스가 좋은 것보다 중요한 건, 그걸 잘 팔고 운영하는 것이니…
리: 해외에서도 보기 힘든 수준의 서비스라 생각하는데, 대체 회사에서 몇 분이 일하시는 거죠?
윤: 저, COO, CTO, 이렇게 셋이에요. 뭐, 흔한 스타트업답게 개발자가 하드캐리하는 조직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리: 뭔가 개발자 하드캐리 같군요.
윤: 네. 개발자가 능력이 쩝니다. 본인은 nProtect 메인 개발자임을 숨기고 사는데(…) 아무튼 e러닝에 있어 보안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서, 그 쪽 걱정을 더는 건 정말 좋아요. 힘들다고 때려치겠다고 협박하는데, 주니어 개발자 모십니다. [email protected]로 연락 좀…
2. 10만 회원의 스터디 카페 운영 경험으로 교육업에 뛰어들다
리: 저도 교육업을 하고 있지만 참 사람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윤: 어벤져스쿨은 그래도 흑자라도 보잖아요?
리: 패캠 같은 곳이야 광고 빵빵 때려도 버틸 수 있지만, 저희는 흑자를 못 내면 바로 망합니다(…)
윤: ……
리: 아무튼 그 험한 교육업의 현실을 알고 뛰어드신 건가요?
윤: 교육회사에서 일한 경험은 없지만, 대학생 때부터 이미 일본어 공부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다음 일본어 카페 중에는 손에 꼽힐 정도로 회원이 많아서, 한 때 거의 10만 회원까지 모아봤어요.
리: 그것만 가지고도 먹고 살겠는데요…
윤: 그런데 뭐, 아시다시피 일본어도 죽고, 결정적으로 다음이 죽어버려서(…) 대신 제 동생이 그 노하우를 전수 받아 네이버에 회원수 55만명 포토샵 공부 카페를 만들었지요.
리: 카페는 왜 만드셨나요?
윤: 사람들이 누구나 공부하고 싶어하지만 사실 또 막상 하려니 힘들잖아요. 그래서 스터디를 조직하고 하는데, 같이 할 사람들을 온라인에서 모으자… 이런 생각이었죠. 더 열심히 하려면 같이 하자…
리: 돈은 좀 버셨나요?
윤: 그때는 20대 초라 너무 어리기도 하고 돈 생각도 별로 없어서… 그냥 커뮤니티를 키우는데 집중했어요. 주로 대표님이 하시는 것처럼 중개 역할을 했죠. 고수들 모셔서 특강도 하고, 출판사도 엮어서 JPT 수험서도 여러 권 만들고, 무가지에도 실려 보고… 막상 해보니까 정말 동기부여가 잘 되더라고요. 또 점점 고수가 모이다 보니 카페도 활성화되고…
리: 그래서 그걸 직업으로 삼았나요?
윤: 당시 책도 쓰고, 유료 스터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저와 동생은 우리의 카페들이 너무 소중한 공간이라 순수한 공간이 되길 원했고… 취업은 또 현실이라 우선 팬택에 취업했어요.
리: 그렇게 잘나가던 팬택을 망쳤군요.
윤: 아니에요. 저는 일본 담당이었고, 일본은 꽤 잘 됐어요. 담당했던 휴대폰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할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제가 나간 후 망했고… 그러고보니 그 다음 일한 광고회사도 제가 나간 후 망했군요. 마지막 직장은 미스터피자였는데, 거기는 언제(…)
리: ……
윤: 아무튼 마지막 직장인 미스터피자에서 각종 온라인 실무를 맡게 됐어요. 그리고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뜨는 걸 보고 뭔가 해봐야겠다 생각했어요. 오랜 교육 관련 카페 운영 경험으로 교육 쪽 창업을 해야겠다 결심한 거죠.
3. 눈물을 머금고 1억 들인 플랫폼의 실패를 돌아보다
리: 그렇게 아카데미 클라우드를 시작한 건가요?
윤: 아니오. 제가 십 년 이상 카페를 운영하며 느낀 게, 공부는 그냥 한 번 보고 끝인 게 아니라 여럿이 함께 모여 수업을 듣고, 수업 결과물을 코칭을 받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나만의 온라인 사수’라는 컨셉으로 ‘클레비’라는 서비스를 오픈하게 됐어요.
리: 나만의 온라인 사수?
윤: 네. 기존의 대부분 이러닝은 일방적으로 강의만 들을 뿐, 사후 관리가 없었잖아요. 그런데 클레비는 온-오프라인에서 업계 고수에게 배우고 코칭 받는다는 쌍방향 교육 플랫폼이었어요. 예를 들어, 컬러 디자인 고수 강의를 듣고, 숙제를 업로드하면 코칭을 해주는 식이죠. 이런 식으로 댓글로 소통하기도 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영상 피드백을 주기도 했어요.
리: 컨셉 좋네요. 멘토들도 빠방하고…
윤: 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쉽지는 않더라고요. 우리 서비스는 코칭이 붙으니 인원 제한이 있잖아요. 맘 같아서는 늘리고 싶었지만, 강사분들 대부분이 본업이 있다 보니 그럴 수도 없었고요.
리: 녹화하고 e러닝으로 제공할 수도 있잖아요.
윤: 우리의 특징이 멘토 코칭이라는 사후 관리라… 어느 정도 시험적으로 해 봤는데, 또 직무교육 쪽은 강의를 덩그러니 올려놓는다고 보지 않더라고요.
리: 클레비는 장사가 잘 안 됐나요?
윤: 매출은 괜찮았어요. 아이디어로 네오플라이 투자를 받고, 1차 성과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로 입주까지 했으니까요. 그런데 ROI가 쉽게 나오지 않더라고요. 모든 콘텐츠 서비스가 그렇듯 교육도 오랜 기간 투자가 필요한 비즈니스였던 거죠. 그나마 처음에는 마케팅비용을 쓰며 이름이라도 알릴 수 있었는데, 나중에는 그것조차 할 수 없었어요. 게다가 고수들은 너무 바빠서, 8주씩 시간을 내고 숙제까지 피드백 줄만 한 여유를 갖기도 힘들었죠.
리: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운영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낸 거군요.
윤: 솔직히 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시스템을 잘 구축하면 교육은 자연히 따라올 줄 알았는데… 교육의 본질은 결국 콘텐츠잖아요. 되돌아보니 콘텐츠보다 시스템에 더 힘을 쏟은 것 같아요. 플랫폼 구축에만 1억 가까이 돈을 쓰면서, 정작 콘텐츠 확보할 여유를 갖지 못했던 거죠.
리: 눈물의 사업 정리로군요.
윤: 아직 운영은 하고 있지만… 제가 좀 쉽게 본 건 맞아요. 결국 콘텐츠 비즈니스는 돈을 넣어야 그만큼 돌아오는 업계였고, 마케팅이 중요했어요. 또 직무교육이 이제 막 태동 단계라는 것은 잘 읽었지만, 그만큼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던 걸 몰랐던 거죠.
4. 콘텐츠 플랫폼에서 솔루션 서비스로 강제 피벗하다
리: 그래서 바로 e러닝 솔루션으로 피벗한 건가요?
윤: 그때는 그럴 여유도 없었어요. 어떻게든 더 좋은 콘텐츠를 소싱하려고 노력했죠. 우선 개별 소싱이 쉽지 않아 단체 소싱으로 전략을 바꿨어요. 그렇게 기존 교육 업체들을 접촉하게 되었고 그 때 처음 직접 이러닝을 하고 싶어하는 니즈를 발견했어요. 때마침 그 시점에 우리 걸 개조해 쓰고 싶다는 외주 의뢰도 많이 받았구요.
리: 외주는 스타트업의 덫 아닙니까.
윤: 먹고 사는데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자기도 외주 하면서.
리: ……
윤: 아무튼 그렇게 수요가 꽤 있는 걸 알게 됐어요. 패스트캠퍼스나 블로터아카데미 등은 이미 오프라인에 브랜드 인지도가 있잖아요. 콘텐츠와 마케팅 파워가 있어서, 직접 e러닝 서비스를 하고 싶은데 정작 시스템 구축이라는 일은 굉장히 큰 일인 거죠. 몇몇 외주를 하고 나면서, 이를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어요.
리: 기존 e러닝 플랫폼 구축 시스템을 이용하면 되지 않나요?
윤: 시간과 돈 문제죠. 외주나 솔루션을 써야 하는데 외주는 당연히 몇천 깨지고, 솔루션도 결국은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하니 돈이 들거든요. 미팅해 보니 구축 기간도 최소 3~6개월 잡고 있고… 그리고 기존 e러닝 솔루션들이 좀 올드해요. 다들 10년씩 된 툴을 쓰다 보니 모바일은 물론이고 웹표준도 잘 지키지 않고, 엄한 액티브엑스 깔게 하고요. 클레비는 굉장히 늦게 나온 만큼, 시대에 맞게 잘 세팅되어 있었던 거죠.
리: 구축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되지요?
윤: 좀 많이 비싸요. 지난 주 이러닝 박람회 가서 봤는데 구축에만 3~5천에 유지보수 비용이 추가로 들어요. 매년 15% 정도 추가로 떼고 하면 1억은 생각하고 가야 한다고 보는데… 그 비용을 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죠. 그런데 아카데미 클라우드는 아예 무료인 데다가, WIZWIG이 잘 갖춰져 있으니 이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거죠.
리: 덕택에 강제 피벗이 되어버린 거군요.
윤: 네. 클레비는 콘텐츠보다 시스템을 중시해서, 강의 자체로는 재미를 보지 못했죠. 하지만 시스템을 중시하다 보니, 다른 교육업체들에서 좋아할만한 시스템을 만들게 된 거고요. 우리가 기존 교육업체가 고생했던 시스템 부분을 해결해주면, 교육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쉽게 e러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만들게 된 게 아카데미 클라우드에요.
리: 콘텐츠에서 솔루션 서비스로 넘어가게 된 거군요.
윤: 네. 사실 클레비가 뜻대로 잘 되지 못한 건 사이즈 문제도 컸어요. 일정 수준 사이즈가 돼야 의미 있는 수익이 나는 게 콘텐츠 비즈니스잖아요. 다른 곳들도 각종 강의가 다 있으니, 수익이 나올 수 있는 거고…
리: 그래도 자체 서비스인 클레비와 달리, 아카데미 클라우드는 사용자 레벨에서 생각하느라 추가 개발이 많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윤: 그렇지는 않았어요. 이미 만들어놓은 LMS 시스템이 있었고, 고객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들으면서 개발자에게 최대한 쉽게 쓸 수 있는 LMS 구축을 주문했거든요. 또 패스트캠퍼스, 블로터, 서울시 사회적기업교육 운영사 상상우리 등과 계약하며 자잘한 문제점도 해소했고요.
리: 주로 어떤 개선이 이뤄졌나요?
윤: 주로 손쉬운 WIZWIG에 집중했어요. 예로 데모 페이지를 보면, 관리자 페이지에서 변경한 UI가 사용자 UI와 완전히 똑같아요. 기존 e러닝 시스템은 관리자단에서 수정한 것과 사용자 페이지와 다르게 보였거든요. 복잡했고. 개발과 디자인을 전혀 할 줄 몰라도 손쉽게 페이지를 구성할 수 있게 한 거죠.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되자 바로 학원이나 강사들에게 서비스를 런칭했어요.
5. 이렇게 된 이상 교육 불평등 해소의 한 길로 나아간다
리: 시장 반응은 어떻게 체크했죠?
윤: 강사, 학원, 기업 HR등… 타겟을 극세분화해서 페이스북 광고에 올인했어요. 그런데 반응이 엄청 좋더라고요. 방문자 대비 가입률이 15%가 넘고 계정도 2주만에 500개 이상이 생겼어요.
리: 특별한 프로모션 없이도 그 정도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니, 대단합니다.
윤: 일단 무료라는 것 자체가 젤 큰 프로모션이죠. 수천, 최소 수백은 써야 하고 디자인이나 기술적 이해가 동반돼야 하는 작업을, 누구나 할 수 있게 했으니까요.
리: 시작부터 반응이 뜨거우시다니, 아주 신났겠군요.
윤: 음… 무료 고객 늘어난다고 딱히 신나지만은 않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솔직히 서버비 걱정만 늘고 있습니다(…)
리: ……
윤: 어차피 저희도 freemium 모델이기에 고객들이 유료전환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무료 단계로 테스트를 하는 거고요. 유료 모델은 외부 영상을 임베디드하지 않고, 아카데미 클라우드에 직접 올릴 수 있게 돼요. 또 VOD 재생은 물론이고 직접 라이브로 할 수도 있고요. 또 디자인 커스터마이징, 혹은 부가 기능 등 다양한 부분유료화도 고려하고 있어요.
리: 이대로 J 커브를 그리는 걸 바라시는 건가요.
윤: 그렇지는 않아요. 일단 B2B 위주이니 매스 시장에서처럼 시장이 확 커질 거라 생각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타겟이 뚜렷하고, 그들에게서 명확한 니즈가 있는 만큼 지속적인 성장은 확신하고 있어요.
리: 앞으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길로 나아가고 싶나요?
윤: e러닝이 굉장히 양극화가 심해요. 탑 10 기업이 입시와 영어, 자격증 위주로 거의 다 해먹죠. 그런데 돌아보면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잖아요. 하지만 이들의 콘텐츠를 상품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이런 분들이 모두 아카데미 클라우드를 통해 손수 자신을 알리고, 또 좋은 콘텐츠를 e러닝으로 유통하고자 하는 게 저희의 목표에요.
리: 장기적으로는 매니지먼트로 나아갈 생각도 있는 건가요?
윤: 그런 이야기도 듣는데, 당분간은 본질에 집중하고 싶어요. 좀 더 좋은 콘텐츠를 가진 분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마케팅적 지원하는 정도는 해야겠죠. 또 함께 해서 시너지가 날만한 분들은 코스웍 형태로 엮을 수도 있을 테고요.
리: 굉장히 좋은 서비스이긴 한데, 무료이다 보니 보는 입장에서 걱정도 됩니다.
윤: 우선은 시장 확대가 우선이라 생각했어요. 좋은 프로그램과 강사분들이 많이 사용하시고 콘텐츠 마켓 플레이스가 되면, 이후 캐싱은 따라올 거라 생각해요. 물론 저도 지금 있는 총알로 반년 정도 어떻게든 버틴다 생각하고, 투자 유치 중이고요. 서비스 완성도는 여러 고객사들이 인정한 만큼, 지속적인 스케일 업은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믿어요.
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윤: 교육 콘텐츠를 가장 잘 담는 그릇이 되고 싶어요. 우리 고객이 콘텐츠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죠. 시스템 보급을 통해 교육 불평등 해소라는 미션을 수행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유능한 인재가 많이 필요한데… 주니어 개발자 뽑습니다. 우리와 비전을 함께 할 분은 꼭 지원해주세요. [email protected]…
리: 수고하셨습니다. 밥이나 드시러 가시죠.
윤: 주니어 개발자 뽑습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