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0만 명 가까이가 열성적으로 사용하는 명합 앱, 리멤버 대표를 만나다
리승환(이하 ‘리’): 자기소개를 해 보세요.
최재호(이하 ‘최’): 드라마앤컴퍼니 대표 최재호입니다. 창업한 지 3년이 좀 넘었네요. 리멤버도 3년을 향해 가고 있고…
리: 제 주변에도 리멤버 사용하는 분이 점점 늘던데, 지금 총 사용자 수가 어떻게 되지요?
최: 130만명 정도에요. 등록된 명함은 6천만 장이고요.
리: 헐. 액티브 유저는요?
최: 전체 사용자의 60% 정도 돼요. 그만큼 한 번 들어오면 쉽게 나가지 않는 서비스에요. 일반적인 모바일 서비스들의 지속사용률 대비 10배 이상 높은 수치라 하더군요.
리: 어떻게 액티브 유저 비중을 그렇게 높일 수 있었죠?
최: 일단 리멤버가 필요한 사용자 입장에서 정말로 필요로 하는 한 서비스이기도 하고… 또 사용자를 늘리기에 앞서, 이탈이 없도록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세심하게 관리했어요. 사진 촬영 때 자동으로 깔끔하게 명함 윤곽선을 따주는 것도 그랬고, 명함 정보를 휴대폰 주소록에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 것도 그랬고…, 입력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관리 방법과 기술적 노력들도 모두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보안 이슈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잘 관리하려고 노력해왔어요.
리: 그러고 보니 사용자들이 보안은 민감하게 여길 수 있겠군요.
최: 그렇죠. 정확하게 입력해주는 건 좋은데, 내 명함 정보를 남의 손에 맡기는 게 좀 그렇거든요. 연예인 명함 정보를 입력원이 빼올리면 적어두면 어쩌나 걱정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보안에는 엄청 힘을 기울여요. 사실 그래서 리멤버에 올린 명함 한 장을 한 사람이 모두 입력하지 않아요. 명함 이미지를 정보 항목별로 분할해낸 다음에 A는 이메일을 입력, B는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식이에요. 그래서 설사 전지현 명함을 올려도, 이 전지현이 배우인지는 입력원도 알 수 없어요.
리: 최근에 광고를 시작했는데, 이에 관한 불만은 없나요?
최: 거의 없어요. 오히려 좋아해주시더라고요.
리: 왜죠?
최: 맨날 돈 안 벌고 있으니까, 이 서비스가 지속 가능할까에 대한 우려부터, 얘네가 우리 정보 팔아먹는 거 아닌지 걱정했다고(…)
리: ……
최: 그리고 기본적으로 저희가 노가다로 입력해주는 것을 아시기 때문에 이 정도의 광고는 심정적으로 양해해주시는 것 같아요. 오히려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니 내가 저장한 명함이 날아간다는 걱정도 줄었고요. 실제로 사용자들이 광고에 관해 피드백도 잘 주는 편이라 많은 참고가 되고 있어요. 다행히도 초기 광고는 모두 직장인 타겟이 뚜렷해 반응도 좋은 편이고요.
리: 광고주들 반응은 어떤가요?
최: 리멤버 유저 구성이 굉장히 독특해요. 연령대로 보면 40대가 40%, 30대가 30%, 50대 이상이20%, 20대가 10%에요. 또 보통 서비스는 여자가 많아야 남자가 유입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지금 남자가 85% 정도에요. 직급도 독특한데 사원이 가장 적고 그 다음 대리… 이런 식이구요. 부장급 이상이 60%나 되고 CEO도 20%나 되는 특이한 사용자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 이 무슨 본격 아재 서비스(…)
최: 그렇죠(…) 그래도 이게 굉장한 힘인 게, 부장급이상의 의사결정권자가 많은 서비스는 드물거든요. 또 남녀를 막론하고 굉장히 사회활동이 활발하신 분들이에요. 그런 분들이 당연히 명함을 많이 주고받게 되니… 이 정도로 소비력도 높고 활발히 경제활동하는 분들이 많은 서비스이니, 광고주는 당연히 매우 가치있는 타겟이라고 여기게 되지요.
리: 하지만 구글, 페이스북은 이미 타겟화를 잘 하고 있지 않습니까?
최: 전 좀 다르게 봐요. 사실 구글과 페이스북의 맹점이 있거든요. 나이 들고 오프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온라인과 가깝지 않아요. 그래서 30대 후반 이상으로 이뤄진 리멤버와 같은 광고매체는 드물거든요. 정통 온라인과 안 친한 시장이 많이 무시됐는데, 리멤버는 이쪽 시장과 매우 가까워요. 또, 구글과 페이스북도 비즈니스 프로필 기반의 타겟팅을 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에는 링크드인이 그러한 타겟 광고를 해내고 있는 상황이고 리멤버도 그러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죠.
리: 사실 저는 리멤버가 잘 된 게 신기합니다. 명함 자체가 사라져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서…
최: 그렇게들 많이 이야기하는데… 전세계적으로 많이 주고받아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미국 서부와 중국의 IT 업계 정도만 줄어들고 있어요. 미국도 생각보다 보수적이에요. 월가에서 명함 안 주면 비즈니스맨도 아니라 생각하니.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IT와 모바일에 빠르게 친숙해진다고 해서, 전통 비즈니스 관계가 쉽게 변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특히 한국은 직함이 워낙 중요하니 더욱 그렇겠지요. 만나서 대화를 이어나갈 때 호칭에 직함을 넣어서 불러야 하는데, 그 시작이 명함이 되어야 하는 거죠.
2. 잘나가던 컨설턴트, 자신감 있게 회사를 열자마자 망한 서비스를 내놓다
리: 원래 뭐하다 회사를 만들게 됐나요?
최: 공학을 전공했는데, 사회 나가서는 컨설팅 펌에서 6년 정도 일했어요. 대학교 4학년 때부터 1년 반 정도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기도 했고요. 동대문에서 넥타이, 와이셔츠를 떼어 와서 지마켓, 옥션에서 팔고는 했어요.
리: 왜 접었죠?
최: 부업으로 하다가 일이 커져서…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나름 넥타이, 와이셔츠 분야에서는 1등도 찍었어요. 그런데 학생이 하다보니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있었고… 돈을 벌긴 했는데, 끝날 때는 재고자산만 잔뜩 쌓여 있었죠.
리: 눈물의 땡처리로군요.
최: 돈을 떠나 일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컨설팅 회사 인턴으로 들어갔다가 엉겁결에 6년 정도 눌러앉았어요. 딜로이트에서 시작해 BCG… 로 옮겨서 총 6년 정도 있었죠.
리: 돈 많이 주는 좋은 직장을 다녔군요.
최: 나름 재밌었고, 성장과 성취감도 큰 편이었어요. 그런데 더 궁극의 성취를 느껴보고 싶어서, 오너십을 쥘 수 있는 창업을 결심하게 됐죠. 그래서 그냥 무턱대고 사표를 썼어요. 아는 게 없어서 오히려 창업을 결심할 수 있었죠.
리: 컨설팅하며 기업 경영에 관한 틀은 꽤 빠삭하게 익히지 않았나요?
최: 대기업 경영 관점에서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기업을 성장시켜 나가는 것과, 새로운 업과 회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이미 기존에 잘 짜인 판에서 시작하는 것과, 판 자체를 새롭게 짜는 것의 차이랄까요. 지금은 어느 정도 조직이 커져서 유사한 점도 있는 것 같은데, 처음에는 정말 많이 달랐어요.
리: 그렇게 회사 때려치고 뭐했나요?
최: 막상 때려치우니까 할 일도 없어서(…) 그냥 한 달 정도 사람들 만나며 놀았어요. 그렇게 생각해 보니, 정말 대기업이나 컨설팅 펌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창업하자… 아버지께서도 항상 가슴이 원하는 게 뭔지 귀 기울이시라 하셨고… 마침 다른 아이템을 하고 있던 팀이 있었는데 정리되려는 시기였어요. 그래서 거기 개발자들과 디자이너를 끌어들여서 창업하게 됐죠.
리: 시작부터 4명 월급이라니, 빠듯했겠군요.
최: 그렇죠. 일단 자본금 까먹으며… 프로필미라는 서비스를 개발했어요. 명함 자체를 모바일로 만드는, 명함이 웹페이지로 나오는 서비스였어요. 그렇게 명함을 생성하고 링크를 남들에게 카톡이나 문자로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였죠.
리: 그 서비스가 리멤버의 전신이 된 건가요?
최: 아니오. 망했어요.
리: 왜죠?
최: 사실 처음에는 명함은 구실이고, 저는 그걸 매개체로 링크드인 같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굳이 모바일로 명함을 만들 니즈가 없더라고요. 회사에서 준 명함이 있는데 굳이 모바일 명함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뭐지… 이렇게 생각했던 거죠. 본인을 더 홍보하고 싶은데 종이명함의 공간이 부족한 분들로부터 일부 니즈는 있었지만, 결국 활성화되지 못하고 문 닫았어요.
리: 시간과 돈을 날렸겠군요.
최: 네. 개발에만 세 달 걸렸는데, 그냥 두 달만에 접었어요. 돈도 꽤 날아갔죠.
3. 고객이라는 본질에 충실하자는 철학, 리멤버로 피벗
리: 그런데 또 명함 사업을 했습니다.
최: 첫 번째 시도는 비록 실패했지만 한국형 링크드인을 만들겠다는 저의 일념은 변하지 않았었고요. 명함이라는 매개체는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링크드인은 거의 이력서에 준하잖아요. 이게 아시아에서 안 되니까, 명함으로 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래서 리멤버를 떠올렸죠. 본인 명함과 가지고 있는 명함을 다 모바일로 때려 넣으면 자동으로 매개체와 관계가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
리: 그렇게 리멤버가 탄생했나요?
최: 네. 우선 가지고 있는 명함들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하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런데 기존에 나와 있었고 저도 쓰고 있었던 OCR 기반의 앱들은 여전히 입력 정확도의 한계 때문에 사용자들의 불만이 존재하는 상황이었어요. 저도 그 앱들을 사용하다가 중간에 사용을 그만두기도 했었고요. 명함은 이름이나 전화번호, 이메일의 한 글자만 틀려도 아무 쓸모가 없어지잖아요.
리: 그래서 이번엔 어떻게 접근하기로 한 건가요?
최: 한 번 돈 날리고 나니 조심성이 생겨서(…) 이게 나만 그런가 싶어서 서베이 업체를 통해서 설문 조사를 해봤어요. 그런데 실제로 지속 사용 비율이 10%도 안 되더라고요. 정확하지 않으니 내가 하나하나 수정해야 하는데 귀찮고… 또 명함은 설사 글자가 잘 인식돼도 다들 배치가 다르니까 정확하게 분류하기도 힘들고…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가 편한 것이니 수기로 때려 넣자… 그런 생각을 한 거죠.
리: 최초 개발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최: 두 달 만에 개발했어요.
리: 정말 대충 개발했군요(…)
최: 처음에 돈 날리기도 했고… 시작 단계에서 중요한 건 완성도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열심히 해봐야 무시 받음 끝이니까요. 정말 라이트한 수준으로, 초기 사용자 반응을 얻을 수 있는지 보고 싶었어요. 사실 그때 이미 돈은 거의 떨어져가고 있어서… 사업계획서 만들어 투자받으러 돌아다니고 개발자는 개발하는… 그런 상황이기도 했고요…
리: 그래서 투자는 받았나요?
최: 네. 엔젤투자자 두 분과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초기 투자금으로 5억, 팁스 자금으로 5억… 이렇게 10억을 확보했어요.
리: 헐… 제대로 된 제품 출시도 없이 10억을?
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눈에 보이는 제품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 투자자분들은 이미 이러한 사업 모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보신 분들이라 리멤버 모델에 대한 확신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나름 생사의 기로라 정말 절박하게 매달리기도 했고요.
4.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으로 돈 안 드는 입소문 마케팅을 이루다
리: 막상 제품이 나오니 어떻던가요?
최: 폭발적으로 사용자가 늘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말이 10억이지, 띄엄띄엄 들어와서 마케팅을 팍팍 할 수도 없었고요. 그런데 리멤버를 알고 접한 분은 굉장히 리멤버를 사랑하는, 그런 열혈 이용자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가능성이 있겠다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리멤버 이전에 만든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좋아는 했지만, 서비스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거든요. 있으니까 좋다… 정도. 그런데 리멤버는 이거 없이는 못 살 것 같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이런 반응 보고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 거죠. 초기 10억은 오직 서비스 품질 개선에만 썼어요.
리: 초기에는 어떤 점에 고심했지요?
최: 처음에는 애초에 명함의 양이 별로 없어서 부담도 적었어요. 그때는 피드백을 많이 받으며, 어떻게 하면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지에 집중했죠. 예로 리멤버를 구글 주소록에 연동한 것도, 그때 고객들이 준 피드백 때문에 가능했어요. 또 어떻게 더 빨리, 정확히 입력할 수 있는지도 고심했죠.
리: 사용자가 이렇게 늘어난 건 마케팅 덕분인가요?
최: 저희가 사용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자주 해요. 어떤 경로로 리멤버 알게 됐냐는 질문에 40% 이상이 지인 추천이라 답하더라고요. 리뷰 보거나 하면 리멤버 전도사라 할만한 분들도 많아요. 내 옆에 직원과 거래처에 막 퍼뜨리는 거죠. 마케팅을 안 한 건 아닌데, 결국 입소문의 영향력이 가장 컸어요.
리: 그렇다고 그 전도사만 믿고 맡길 수도 없지 않습니까.
최: 아무래도 점점 마케팅을 늘려나가고는 있죠. 그래도 결국 제품이 마케팅인 것 같아요. 그걸 위해서 중요한 건 한 사람 한 사람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보고요. 그래서 명함을 우리 회사로 보내면 저희가 직접 스캔해서 입력해드리는 서비스를 지금도 하고 있어요. 진짜 바쁘고 사회적 지위 있는 사람은 그것도 못 보내서, 직원이 찾아가기도 해요.
리: 그거 적자 아닙니까?
최: 적자죠.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사용자들이 가장 편리하게 리멤버를 사용할 수 있게 돕는 거라고 생각해요. 명함을 촬영하면 수기로 입력해주겠다고 했는데, 촬영하는 것도 귀찮다라고 하면 우리가 스캔을 해줄 수 있는 거고, 스캔할 명함을 보내기도 귀찮다라고 하면 아예 찾아가서 명함을 수거해올 수 있는거죠. 방문수거를 할 때 어떤 분은 저희에게, 사과 박스 2개에 들어있는 명함들을 맡기신 적도 있어요.
리: 그렇게 쭉쭉 사용자가 늘었군요.
최: 네. 첫 연말에 25만, 해 바뀌니 100만… 계속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어요.
5. 무리한 유료화보다 애드 밸류로 승부할 계획
리: 추가 투자를 계속 유치하셨는데, 돈 안 되고 회원 많은 서비스라 설득하기 쉽지 않았을 듯 합니다.
최: 그렇죠. 일단 비용이 계속 발생하는 모델이니… 그래도 수익화에 앞서, 이렇게 직장인들이 모여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라면 큰 가치가 있을 거라고 집요하게 설득했죠. 사실 첫 투자 유치 후에도 여러 면에서 걱정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처음 서비스 런칭하고 7개월 정도 있다가 VC 3군데에서 20억 투자를 유치한 후에 자신감이 생겼죠. 스케일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리: 수익이 나지 않다 보니, 유지가 힘들지 않을까 싶다는 말도 많습니다.
최: 사실 아무리 사용자 많고 그들이 만족해도, 결국 돈을 잘 벌어서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하죠. 그러려면 한국판 링크드인으로 키워내야 하고… 하지만 저는 뭔가 사용자들이 굉장히 불편해하는 걸 기가 막히게 해결해주는 서비스라면, 언젠가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생길 거라고 봤어요. 2년 지난 지금, 조금씩 테스트하며 수익화를 꾀하고 있어요.
리: 하지만 유저 수가 돈을 낳는다는 관점은 이미 여기저기에서 깨지고 있지 않나요?
최: 사실 그런 서비스들은 애초에 재무 관점에서 돈이 안 되는 유저를 확보하고 있거나, 서비스 자체가 사용자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만한 불편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리멤버는 그렇지 않아요.
리: 그렇다면 예를 들어 어떤 방식의 수익화가 가능할까요.
최: 우선 중요한 건 리멤버의 사용자가 모두 직장인이라는 거에요. 예로 페이스북에서도 성별, 연령대 등에 따라 맞춤형 광고를 집행하잖아요. 링크드인은 종사하는 산업, 부서에 따라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요. 리멤버도 다양한 비즈니스맨에게 특화할 수 있는 타겟 광고가 가능하겠더라고요.
리: 링크드인 이야기하니, 확실히 리멤버도 유사한 측면이 있네요.
최: 네. 그리고 올해 안에 출시될 유료 부가 기능이 있는데요. ‘공유명함첩’ 이라고 불리는 팀 단위로 명함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에요. 사용자들로부터 매일같이 요청을 받을 정도로 필요가 많은 기능이에요. 이 것이 두 번째 수익모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리: 저는 좀 무료로 주십시오(…)
최: …… 그리고 인맥 관리를 도와줄 수 있는 부가기능들도 내년에는 추가될 예정이에요. 예를 들면, 리멤버에서 명함 인맥들의 승진, 이직 등의 정보가 실시간 업데이트 되니까 그 알림을 받고 나서 바로 축하 선물을 보낼 수 있는 선물하기 기능 같은 거요. 그리고는 비즈니스에 필요한 사람을 찾는 쪽과 이러한 니즈에 응할 수 있는 사람을 연결시키는 구인 매칭 솔루션도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밖에도 명함이란 걸 더 확장해서 풀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리: 컨설턴트 출신이라 그런지 말을 참 잘하는군요(…)
최: 이게 직업병이라 뭐든 구조화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리: 유료화 계획은 없으신가요?
최: 위에서 이야기한 수익화가 다 실패하면 할 수도 있겠죠. 물론 그러다 프리챌 꼴 날 거라 생각해서(…), 적어도 기본적인 명함 입력 기능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유료화 할 생각이 없습니다.
리: 그렇게 많이 투자 받고도, 정말 조심성이 크군요.
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지만 한꺼번에 다 하다보면 서비스가 산으로 갈 것 같아서 선택과 집중을 잘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수익만을 바라보고 서비스를 진화시켜 나가기 보다는 더 나은 사용자 만족과 가치 제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항상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용자에게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비즈니스적인 가치를 충분히 제공한다면 돈은 그 가치에 상응하게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돈은 억지로 뜯어내려고 해서 나오지 않더라고요.
6. 한국의 링크드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숙제
리: 사람이 손으로 때려 박는 건, 장기적으로 기술에 밀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최: 아직까지는 OCR 기술이 수기입력을 따라오기에는 기술적 수준의 한계가 확실히 있는데요. 저희는 수기 입력과 OCR 기술을 잘 접목시켜서 입력 비용도 줄여나가고 있고, 입력 방식의 고도화 등에도 활용하고 있어요.
리: 아무리 사람이 한다고 해도, 입력 오류를 제로로 만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최: 네. 사용자들은 기술로 접근하든 수기로 입력하는 것이든, 본인이 가장 편하면 그만이니 수기를 선택했지만… 사람이 입력을 하면 기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확하기는 해도, 1% 정도의 오류율이 존재해요. 하지만 이 1%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요. 먼저 입력원이 타이피스트 입력 시스템에 입력하기 전, 바로 실전에 들어가지 않고 연습문제 10개를 풀어요.
리: 뭔가 초등학교로 돌아간 느낌이군요…
최: 저희의 입력 정책을 교육시키기 위해서(…) 여기서 만점을 맞아야만 정식 입력이 가능해요. 또 샘플 조사와 사용자들의 신고를 통해 검수 작업을 진행하고요. 이러한 검수 작업을 통해 우수 입력원에게 인센티브도 제공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지금은 타이피스트만 1500명에 달해요. 한 달에 300만 장 정도를 처리하고 있고요.
리: 링크드인은 단순히 주소록 저장을 넘어, 필요한 사람을 소개 받을 수 있게 되며 커진 측면이 있는데, 리멤버는 어떤가요?
최: 궁극적인 지향점은 비슷해요. 리멤버에 등록된 사람들의 관계를 가깝게 해주려는 이유가 결국, 필요할 때 비즈니스적으로 도움 주고 받을 수 있게 만들려는 거잖아요? 이런 식으로 필요한 인맥과 필요한 정보를 연결해 주고 서로 도와주는 형태로 나가는 게 궁극적인 목표에요. 그간 뭔가 필요한 사람의 컨택 포인트를 찾기 위해 내 명함첩을 찾아보는 게 첫 번째였다면, 그걸 넘어 인맥에게 물어보자는 거죠.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인맥을 통한 소개가 일어나고 있지만 이걸 사용자들이 리멤버에서 풀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리: 그러면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지요?
최: 이제 처음에 꿈꾸던 ‘명함 입력은 거들 뿐…’을 실현하고 싶어요. 그것을 위해서는 서비스 진화와 수익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죠. 단순히 명함을 입력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등록된 명함들과 더욱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인맥관리 서비스로 거듭나야 할 것이고, 나아가서는 이러한 인맥들을 통해서 비즈니스에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진화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 과정에서 계획하고 있는 수익모델들을 계속해서 실험해 나가야 할 것이고요.
리: 개빡세 보이는데요(…)
최: 빡세죠… 리멤버에 있는 LIVE 기능도 이러한 향후 로드맵을 위한 첫 스텝 중 하나에요. 내가 명함을 입력한 사람의 이직과 승진을 알려주는 기능인데 이미 꽤 많이 활성화가 되어 있어요. 사실 이것만으로도 사용자 간 인터랙션을 도와줄 수 있어요. 누가 승진했다라는 알림이 오면 그 안에서 바로 축하를 해주고 간단한 선물을 보내도록 연계시킬 수도 있고… 나아가 내가 등록한 인맥들이 다니고 있는 기업의 기사가 나오면 알려줘서, 오랜만에 연락도 해 보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리: 사업을 하면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요?
최: 세 가지에요. 1. 내가 만들고픈 서비스를 2. 내가 일하고 싶은 사람과 3. 내가 일하는 방식으로… 앞으로도 이 세 가지가 유지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꽤 만족스러워요. 리멤버도 계속 발전하고 있고, 동료도 계속 늘어서 30명이 됐는데 회사 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리: 어찌 그리도 이직이 없는 거죠?
최: 소통이죠. 거의 모든 걸 오픈해요. 보통 직장에 있으면 회사와 직원이 서로 말을 가리게 되는데, 적극 소통하니까 오히려 굉장히 좋더라고요. 이런 고민까지 털어놓으면 회사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싶어서, 예전에는 제가 일정 부분 답을 내놓고 이야기를 시작할 때도 있었는데… 직원들을 더 적극적으로 믿고 소통하니까 충분히 더 건설적인 수준의 대화가 되더라고요.
리: 저를 믿고 광고 좀 주십시오.
최: 배고프니 밥 먹으러 가시죠.
리: ……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