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4일 오후 4시 2007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의 발췌본 및 전문을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전격 공개하면서, 정국은 시계 ‘0’의 혼돈 속에 빠져들었다.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법 및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상태에서, 새누리당이 주도한 NLL 문제 재점화는 물타기라는 의심이 짙게 풍긴다. 또한 2급 비밀로 분류되었던 문서를 급히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공개한 국정원도 같은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라는 ‘사태’ 그 자체의 심각성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어쨌든 언론도 바빠졌다. 여당과 국정원이 나서 정상회담 회의록을 ‘까 버린’ 초유의 사태에, 언론은 앞다투어 기사를 쏟아냈다. 개중에서도 가장 돋보인 것이 연합이다. 연합은 십여 개의 ‘속보’를 띄우며 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의 내용을 보도했다.
문제는, 그것이 전부 제목뿐인 속보였다는 것이다. 내용 없는 속보. 클릭해봤자 ‘(끝)’ 한 글자밖에 만날 수 없는 속보.
물론 시급한 사태에 대해 한 줄짜리 속보를 내는 것이 반드시 잘못인 것은 아니다. 그 한 줄만으로도 어느 정도 사태의 정황을 전달할 수 있고, 속도가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그 한 줄짜리 소식도 독자들에게 중요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회의록 발췌본은 이미 ‘조선’ 등이 보도했던 것과 그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뿐더러, 한 줄짜리 속보는 대화의 맥락이 전부 거세되어 그 저의를 판단하기에는 현저히 모자란 것이었다.
게다가 연합이 이런 ‘한 줄 속보’를 쏟아낸 것과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다른 통신사인 뉴시스는 이미 발췌록 전문을 이슈별로 모두 송고해놓고 있었다. 빠른 속도를 위해 ‘한 줄 속보’를 내놓았다고 변명하기에도 낯부끄러워진 셈이다.
연합의 ‘한 줄 속보’가 어떤 의도에서 나왔는지 그 의중을 예단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정상회담 회의록의 전면 공개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이를 전하는 언론의 논조는 이 사태의 방향키를 좌우할 수도 있고, 일부 발언만을 ‘발췌’함으로써 그 내용을 오도할 수도 있으며, 또한 사태의 심각성을 묻어버릴 수도 있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태를 비롯한 오늘날의 시국에 대해, 사람들이 언론을 보는 불신의 눈은 실로 무겁다.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상황에서, 연합의 ‘한 줄 속보’는 정확성도 속도도 잃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