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형 주식들로 가득 찬 포트폴리오
고객 한 분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니 코카콜라, 킴벌리-클락 및 캠벨 수프 같은 소위 국채형 주식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들 각각은 안정적이고 성숙한 기업이다. 여러분이 이런 기업에 다니고 있다면 아마도 부모님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기업은 훌륭한 과거를 지니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매출과 수익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의 베이비붐 세대가 나이를 먹어가는 동안 훌륭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성장했던 시절은 백미러에 비친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의 시장은 성숙해져 버렸으며, 경쟁업체의 시장 점유율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혁신을 거듭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들은 더 많은 탄산수를 마시지도, 더 많은 기저귀를 사용하지도, 더 많은 캔 수프를 먹지 않을 것이다.
주가 차트에 속지 마라
만일 이들 기업의 재무제표를 살펴보았다면,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자사의 과거 시절을 정형화된 그림으로 그려놓고 있다. 이들의 매출은 몇 년 동안 정체되어 있고, 상당수는 하락해 왔다. 일부는 침체된 매출에서 비용 절감을 통해 얼마간의 수익을 더 짜낼 수 있겠지만, 이런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
바위에서 짜낼 수 있는 물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버드와이저와 하인즈에서 했던 것처럼, 3G 캐피털 같은 곳에서 기업을 인수해, 일단의 전용 비행기를 팔아버리고, 사모 투자 회사에 들어간 비용을 과감하게 삭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들 기업은 지금부터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이들의 수익성은 아마도 지금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크게 높아지지도 않을 것이며, 크게 낮아지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 이들 기업의 주가 차트를 살펴본다면, 어떤 문제의 징후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주가는 지난 몇 년 동안 거의 수직 상승했기 때문에 아직도 팔팔하다는 인상을 받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투자자들의 눈에 비치는 것이다. 늙은 수탉이 영계 행세를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불편한 진실
코카콜라를 보자. 미국 정부와 달리 코카콜라는 화폐를 인쇄할 권한이 없다(또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코카콜라의 재정적 능력에 의구심을 지니지 않는다.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치 미국 정부의 국채를 매수하는 것처럼 코카콜라의 채권을 매수해 돈을 빌려주고 있다. (코카콜라가 자사 회사채에 지급하는 이자는 아주 작다.) 투자자들은 코카콜라에 얼마를 지불하고 있는지 무시한다. 오직 한 가지 빛나는 목적에만 집중한다. 배로 배당 수익률이다. 코카콜라의 배당 수익률은 3%로 마치 소인국의 걸리버처럼 보인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그렇게 하면서도, 애써 불편한 진실을 무시하고 있다. 이 배당금을 받기 위해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있는 진실 말이다. 코카콜라의 주가는 순이익 대비 23배에 달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주가가 이 수준에 이른 것은 처음이 아니다(그리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1998년에 코카콜라 주식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10년 후 50%의 주가 하락을 경험했으며, 15년이 넘도록 매수가에 이르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점이 배당금이라는 반짝이는 대상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영원히 반짝이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이 아주 성숙해 버린 기업의 주식을 순이익 대비 23배를 주고 사고 있다. 건강을 중시하는 선진국 시장에서 코카콜라의 대표 탄산음료의 소비량이 줄고 있으며, 이런 사실은 손익 계산서에 확연히 나타난다. 지난 10년 동안 코카콜라의 매출과 수익은 약해져 왔다.
소비자의 선호도가 설탕 음료에서 다이어트 음료로 옮겨가고 있다고 해도, 코카콜라가 지난 10년 동안과는 다른 조치를 취해, 연간 3% 씨의 수익 성장을 해나간다고 하자. 그럼에도 그 여행의 끝에 가서 코카콜라의 PER 배수는 적정치인 대략 13 내지 15배에 도달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기대에 부풀었던 코카콜라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으로 인해 연간 몇 %씩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따라서 배당 수익의 상당 부분은 PER 배수 하락으로 인해 없어져 버리게 될 것이다.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을 구분하자
코카콜라를 통해 미국 주식 시장을 어느 정도 요약해 볼 수 있다. 금리가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코카콜라가 향후 10년 동안에 걸쳐 다양한 역풍 속에서도 연간 3% 이상의 수익 성장률을 보인다면(그래서 PER 배수가 현재처럼 “어떤 경우에도 3%의 배당 수익률 유지한다면), 코카콜라 주식은 훌륭한 수익률을 가져다줄 것이다.
하지만 만일 금리가 상승하고(하거나) 소비자의 취향이 이윤이 많이 남는 설탕 음료에서 적게 남는 (단순한) 물로 옮겨가게 된다면, 코카콜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즉, 수익은 떨어질 것이며, 투자자들은 그 빛나는 배당금도 외면하게 될 것이다. 갑자기 소비자들이 코카콜라의 정체를 알아버리게 될 것이다. 아쉽게도 성장의 시절이 이미 지나버린 124살의 관절염 걸린 미국인의 아이콘에 불과함을 말이다.
이 글에서 코카콜라를 예로 들었지만, 이는 단지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을 구분하는 것의 중요성과, 주식을 분석할 때 오로지 빛나는 목적(배당금)에만 집중하는 것의 위험을 예시하기 위한 것이다.
출처: Institutional Investor / 글: Vitaliy Ketsenalson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