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페이스북을 열어 친구들의 흔적을 본다
뭘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긴다
정말 좋아서 눌러주는 것이 아니다
그와 연결되고 싶어 누르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나와 연결되어 달라 누르는 것은 아닐까
2.
페이스북이 매일 물어오는 질문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매일 마주하는 똑같은 질문
내게 필요한 질문은 그런 질문이 아니다
오늘도 답하지 않고 지나간다
3.
‘밥 먹었니? 지금 뭐 해? 일은 다 했어? 언제 와?’
이것은 질문일까?
‘네 생각이 나, 혼자 있기 싫어, 빨리 와’라는 메시지를
단지 의문문으로 표현한 것
내 안의 목소리를 끌어내지 못하고
내 밖의 기대에 반응하는 것이
때론 너무 피곤하다
다르게 질문해 주는 사람이 그립다
나도 그렇지만 너도 그렇겠지
4.
‘네가 궁금한 거 말고
내가 말하고 싶은 걸 물어줘
네가 하고 싶은 결론으로 유도하는 질문 말고
내 생각과 느낌과 욕망들을
진정으로 듣고 이해하기 위해 물어줘’
하기야 나도 내게 못 해주는 걸
나도 내게 못 해주는 걸
나 아닌 네게 바란다는 건
너무 이기적이겠구나
5.
내게 묻는 사람은 많아도
나를 묻는 사람은 없구나
네게 묻는 사람이 많아도
너를 묻는 사람이 없듯이
6.
2500여 년 전 아테네의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들자 질문에 미친
소크라테스가 찾아와 물었다
‘누가 지혜로운 자인가?’
10억 명이 모여든 페이스북에서
질문하다 미쳐버린
질문술사가 묻는다
‘누구와 연결되려 하는가?’
한번 더 묻는다
‘당신에게 진솔하게
질문해주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원문: 질문술사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