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옐로트래블 대표, 따스한 회사를 뛰쳐나오다
리승환(이하 ‘리’): 안녕하세요,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조맹섭(이하 ‘조’): 저는… 사장 일을 하고 있습니다.
리: 사장 일이란 무엇인가요?
조: 제가 생각하는 사장이란… 일을 안 하는 겁니다.
리: 그래서 안 하고 계십니까?
조: 하고 있으니 문제입니다(…)
리: (…) 그러면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조: 3개 회사를 돌리고 있어요. ‘옐로트래블티켓’은 리조트 관련 총판 사업이고, ‘티켓매니아’는 제주도 레저 입장권 관련 B2B 사업이에요. 마지막으로 신사업 ‘피싱매니아’는 배낚시 예약 플랫폼 사업이고요.
리: 말씀만 들으면 재벌 같습니다. 다들 잘 되고 있나요?
조: 그보다는 구멍가게 세 곳을 돌리는데, 셋 다 파리가 날리는 모양새입니다. 그래도 티켓매니아는 꾸준히 잘 되고 있어요. 비전 측면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여는 피싱매니아가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요. 옐로트래블티켓은… 제가 이걸 왜 하고 있는 걸까요…
리: 그러게요. 하나도 잘 하기 힘든 세상, 셋 씩이나…
조: 짧게 이야기하면 원래 제가 옐로트래블 대표였어요. 2014년 5월 대표로 와서, 열심히 인수합병하며 일을 키워나갔죠. 그러다가 올해 4월 옐로트래블티켓과 티켓매니아를 지분스왑 방식으로 인수해서 나와서 대표가 된 거죠. 피싱매니아는 나오면서 이 사업 재밌을 것 같다고 추가로 시작한 거고.
2. 4개월만에 2억을 까먹다
리: 그 두 회사는 잘 되고 있는 회사였나요?
조: 그러면 제게 넘겨 줬겠습니까. 적자 보는 회사였지.
리: 그래서 돈은 잘 벌고 있나요?
조: 망해가고 있죠… 그때보다 적자 폭이 더 커졌습니다.
리: 저기요(…)
조: 픗픗 인터뷰든 뭐든 인터뷰를 보면 어려움을 겪었다가 재기해서 잘 된다는 이야기가 다수이던데… 그것보다 망했을 때 인터뷰하는 게 훨씬 더 재밌을 것 같아서(…)
리: 대체 월 얼마나 까먹고 있기에…?
조: 4월에 들고 나와서 월 1억씩 까먹었네요. 뭐, 그 시즌이 비수기이긴 하지만, 성수기인 7월, 8월도 5천씩 까먹었어요.
리: 저기… 괜찮으세요?
조: 선수들끼리 왜 그래요. 당연히 안 괜찮지.
리: ……
조: 물론 두 회사가 애초에 돈을 벌고 있는 회사는 아니었죠. 그래서 들고 나온 거고… 하지만 전 제가 인수한 회사니까 책임을 져야죠. 하지만 솔직히 제가 그렇게 잘 한 것 같지는 않네요.
리: 옐로트래블 계속 계셨으면 편히 살 수 있지 않았습니까. 지분 장외 거래도 좀 하고(…)
조: 돌이켜 보면 일종의 호기였던 것 같아요. 제가 항상 잘 된 건 아니지만 대학교 때 성공적으로 클럽도 운영해 봤고, 또 이후 회사생활 할 때도 성과가 좋았어요. 위메프에서는 창업멤버로 뛰었고, 어쨌든 옐로트래블 대표였으니… 나라면 살릴 수 있어, 내 거 되면 내가 열심히 하겠지… 이렇게 들고 나왔다가, 역시 사업이라는 게 허세와 호기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올해 서른 아홉인데, 한 번도 예상하지 못한, 또 이럴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는 일을 근 6개월 간 폭풍처럼 겪고 있네요.
리: 재무제표 다 봤을 거 아닙니까?
조: 옐로트래블 대표였으니 당연히 잘 알고 있었죠. 그 상황에서 잘해보려고 했어요. 그게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3. 연이은 소송과 세금 폭탄, 인생은 동화가 아니었다
리: 어쩌다 이렇게 힘든 일을 겪고 있나요?
조: 그렇게 근거 없이 회사를 나온 건 아니었어요. 옐로트래블티켓이 옐로트래블 산하에서부터 적자이긴 했지만, 시그널이 나쁘지는 않았어요. 사실 이 사업이 좀 전통적이에요. 관광지, 리조트에 돈을 넣고, 이 돈으로 티켓을 사서 소셜커머스 등 채널에 파는 비즈니스 모델이거든요. 여기에 자본을 좀 넣어서 고도화시키면 분명 회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리: 일종의 중간상인 역할이군요.
조: 네. 우선적으로 계속 자금을 순환시키며 투자 등을 받으려 했죠. 그런데 옐로모바일 산하에 있을 때는 보증보험을 끊을 수 있었어요. 모회사가 있으니… 그런데 들고 나왔더니 보증보험을 끊을 수 없더라고요. 지불유예 보증보험… 현실은 엄마아빠 없고 튼튼하지 않은 회사에 돈을 쥐어줄 리가 없더라고요. 그게 안 되니까 애초에 티켓을 매입할 돈이 없어서 현금순환이 팍 막혀버린 거죠.
리: 기존 거래처는 어떻게 안 됐나요?
조: 올 초 여러 개 회사, 리조트들과 총판 계약은 다 했어요. 그런데 돈을 못 구하니까 계약은 자연히 파기가 되더라고요. 채권채무가 여럿 얽힌 소송도 있어요. 사업을 하다 보니 소송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것도 잘 안 풀리더라고요. 그렇게 폭망해가고 있어요.
리: 소송은 어떤…?
조: 소송 하나는 승소했어요. A사에서 2년 전 받아야 할 돈 못 받은 케이스인데, 1년 간 소송하며 최근 승소했어요. 그래서 항소 없으면 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또 B사에서 우리가 몇 억 미지급했다고 소송을 걸었어요. 계약서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아무튼 그것 때문에 우리가 A사에서 받아야 할 돈을 B사가 가압류신청했고, 그걸 법원에서 받아들여줘서 돈이 묶인 상태에요. 자그마한 기업에서 3~4억이면 엄청 큰 돈이거든요. 그렇게 현금흐름이 막힌 상태에요.
리: 스트레스가 엄청나시겠군요.
조: 근본적으로 다 제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실 옐로트래블 있을 때부터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 많은 회사를 인수했는데, 제 철학이 좀 부족했어요. 그 중 일부 회사가 실패했고, 나중에 그 회사들에 대해서 제가 책임을 지려고 적자 난 두 개 회사를 들고 나온 건데… 제 착각이었어요. 아주 냉정하게 사업을 판단하고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잘 되겠지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이런 식으로 했으니… 결론적으로는, 4개월 허비하며 직원도 반 이상 구조조정한 상태에요.
리: 어디 쪽을 구조조정한 거지요…
조: 거의 옐로트래블티켓 위주로 구조조정했어요. 티켓매니아의 제주도 레저 사업은 여전히 잘 되고 있어요. 정말 아쉬운 건 피싱매니아인데… 정말 장래성이 큰데도 일부를 내보내야 했거든요.
리: 이제 곧 전세보증금을 빼는 슬픈 이야기로 이어지겠군요.
조: 제가 좀 즐기고 살다 보니 돈을 많이 모으지는 못했어요. 지금 남은 건 보증금 4억이 전부인데, 고민 중이죠. 저는 상관 없는데, 과연 가족에게까지 피해를 줘야 하는가… 이런.
리: 하지만 안 빼고 버티기도 힘들지 않습니까.
조: 그렇죠. 사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은 게… 두 개 회사를 인수할 때 지분스왑으로 했기에 국가에 내야 할 세금이 있더라고요. 그게 4억 정도인데… 사업도 이렇게 됐는데 4억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국세체납을 하면 압류가 되는데…
리: 뭔 세금이 그렇게 많죠?
조: 형식적이라고는 해도 지분스왑이란 게, 옐로트래블티켓 주식과 옐로트래블 주식을 팔고, 옐로트래블티켓과 티켓매니아 주식을 산 거잖아요? 종이를 주고 받아도 세금은 발생하더라고요. 옐로트래블 2% 이상 지주이다 보니, 과세가 2배… 20%가 넘고… 물론 그것에 대한 세금이 그만큼 발생할 건 알았어요. 다 알고 계약서 쓴 거지만, 돌이켜보니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했더라고요. 3개 회사가 그럭저럭 구르고 있고, 포텐셜이 있으니 투자 유치도 될 거라 생각했어요.
리: 하지만 인생은 동화가 아니고, 우리는 왕자님도 아니죠.
조: 네. 그렇게 한 축씩 무너지기 시작했죠. 보증보험 못 쓰고, 소송에 휘말리고, 체납 위기도 따르고… 사업이 시작한지 6개월도 안 돼서 한 방에 이렇게도 되는구나… 남의 이야기 들어보니 몰랐는데, 내가 이런 일 겪을 줄이야… 참 그렇네요.
4. 엄청난 가치의 주식, 헛바람만 들게 하다
리: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죠. 대학교 때 클럽 운영하고, 졸업 후 뭘 한 거죠?
조: 뭐, 그 다음에는 ‘주인장닷컴’이라는 쇼핑몰을 만들었어요. 아프리카라는 이름이 붙기 전 W라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거기서 매일 방송하는 컨셉이었죠. 동네 아저씨들끼리 물건을 설명하고 하는… 그걸 한 2년 가까이 운영하다 접고, 여기저기 회사를 다니다가… 위메프가 생길 때 창업멤버로 합류하게 됐어요. 브랜드팀장, 마케팅팀장을 맡게 됐죠.
리: 오… 계속 있었으면 지분으로 부자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조: 제 징크스가 있는데, 제가 나가면 다 잘 돼요. 위메프도 잘 될 것 같고, 말은 많지만 앞으로는 옐로도 잘 될 것 같고, 제가 사장 관두면 제 회사도 잘 될 것 같고…
리: ……
조: 아무튼 위메프에서 2년간 마케팅을 맡다가 여행을 맡게 됐어요. 2년간 위메프 여행 카테고리를 열심히 키웠는데, 어느 날 전혀 연고도 없는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님이 찾아오더라고요. 그래서 옐로트래블을 만들어 키울 생각을 이야기하며 함께 하자고 하는데… 아무 관심도 없어서 몇 번 거절했는데도 끈덕지게 찾아와서 설득하더라고요. 저도 커머스를 벗어나 여행업에서 뭔가 멋진 시도를 해보고 싶어서 그쪽으로 합류하게 됐죠.
리: 옐로트래블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했지요?
조: 다들 아시겠지만 주로 인수합병을 많이 했죠. 주로 옐로모바일 산하 그룹들끼리 시너지를 내는 형태로만 보도되는데, 그렇진 않아요. 한국 여행업계에 어느 정도 투자만 들어가면 잘 될 수 있는데, 여전히 낡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거든요. 그런 업체들을 모아서 여행업계를 뒤바꿔보고 싶었던 거죠.
리: 그런데 왜 나온 겁니까(…)
조: 옐로모바일이 외부에서 많은 비판을 받지만, 내부적으로 정말 열심히 하는 조직인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저였어요. 그 꿈이 조금씩 잘못되더라고요. 어차피 현금화도 불가능한데 주식이 있다 보니, 이미 많은 돈을 쥔 것 같고 어깨 뽕 들어가고…
리: 뭐, 그 정도가 큰 일이겠습니까만…
조: 그보다 제가 변하더라고요. 대단한 사람인 것 같고. 누구 판단도 잘 듣지 않고… 성격도 좀 독선적으로 바뀌더라고요. 결국, 언젠가는 이렇게 될 것이었어요. 어느새 제가 제 자신 조맹섭으로서가 아니라, 뭔가 바람 들린 모습으로 있었으니… 정신 차리니 이렇게 되어 있더라고요. 지금은 처절하게 느끼고 있어요. 지금이 어떤 상황이고, 제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리: 옐로모바일 주식 팍팍 오를 때 왜 안 판 거죠?
조: 일단 대표로서 상도의도 있고… 사실 크지는 않지만 약간은 현금화도 했어요. 1억 좀 안 되게… 아무튼, 1년 간 멍 때리고 있던 느낌이에요. 대표로는 되어 있는데, 대표도 아닌 것 같고. 조맹섭이라고 살고는 있는데 조맹섭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놀지는 않았고 열심히 하긴 했는데, 호러영화 같았달까… 나라는 사람과 내가 아닌 사람이 공존한 느낌이었죠.
리: 결국, 퇴사와 창업도 그렇게 이뤄진 거군요.
조: 그렇죠. 여행업의 혁신 꿈꾸고 위메프 뛰쳐나와서 인수합병을 위주로 열심히 뛰었는데… 어느 순간 허황된 꿈에 사로잡혀, 여행업은 멀리 하고 돈과 주식을 보고 있었으니… 그런데 정작 나와서도 낙관에 빠져서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죠.
5. 화려하지만 낡은 대한민국 여행업, 시스템과 고도화가 필요할 때
리: 이제 좀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 보지요. 인수한 두 회사의 시그널이 괜찮다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조: 일단 회사 업력이 10년이 넘는 회사들, 업계에서의 위치가 만만하지 않은 검증된 사업이에요. 그것만으로도 기반은 깔아준다고 봐요. 그리고 옐로모바일에서 제가 너무 인수합병에 집중하다 보니 못한 건 결국, 여행업의 고도화였어요.
리: 여행업의 고도화?
조: 여행업이 기술적으로 많이 낙후돼 있어요. 성장 사업이고 핫하다고 하는데, 기술과 시스템 면에서는 다른 산업에 비해 많이 떨어져요. 다른 산업은 기본적으로 ERP나 CRM이나 이런 게 기본적으로 잘 통합돼 있잖아요. 그런데 여행업은 이게 전혀 안 돼 있어요. 다른 산업처럼 효율화된 시스템과 솔루션이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봐요.
리: 뭔가 너무 기본적인 걸 혁신이라 이야기하는 느낌도 듭니다.
조: 맞아요. 여행업이 그만큼 후졌어요. 또 위메프와 옐로트래블에서 4년 간 여행업을 지켜봤는데… 저는 후진 산업이니까 기회가 있다고 봐요. 최근 주목 받는 야놀자나 띵동의 카테고리도 숙박과 배달이잖아요. 다 굉장히 전통적이고 낡은 사업이다가 기술을 만나며 완전히 탈바꿈한 거에요. 이게 여행업에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지요.
리: 예를 들어 어떤 변화가 가능할까요?
조: 관광지나 레저 시설의 가장 큰 고민이 시스템 통합이에요. 예로 워터파크에서 자기들 티켓을 여러 채널에 팔잖아요? 전산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으면, 위메프, 쿠팡, 옐로트래블티켓, 이렇게 세 군데에 팔아도 관리는 모두 한 곳에서 이뤄져요. 그런데 한국 레저업계는 정산을 채널별로 다 따로 해야 한다. 업체별로 다 다른 쿠폰을 뿌리니, 심지어 입장할 때도 A 채널 관리자 페이지, B채널 관리자 페이지 띄워서 입력하는 경우도 많고요.
리: 대체 왜 그런 기본적인 통합이 안 된 거죠?
조: 사실 고도화 운운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SW를 개발해야 맞긴 하죠. 아니면 중간에 총판업체를 써서라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고… 그런데 한국 레저 산업이 궁극적으로는 건설업체와 부동산 쪽에서부터 시작됐어요. 그러다 보니 마인드가 상대적으로 낡은 거죠. 검색과 티케팅 단계에서부터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고객 경험을 생각하는 측면이 많이 약해요. 고객 입장은 물론이고 직원 입장에서도 시스템적으로 불편한 내용이 많아요. 그나마 국내 여행이면 좀 덜한데, 해외여행객은 이런 전산화 때문에 상당히 버퍼링이 많이 생겨요.
리: 그래도 나름 해외 관광객 수도 늘어나고 있고, 관광대국으로 자리잡고 있지 않나요?
조: 한국 여행업계는 레저업계보다 더 골때리는데… 여행업계 급여가 되게 낮잖아요? 보통 급여가 낮은 업들은 뭔가 있어요.
리: 하긴 꽤 큰데도 연봉 2천 이하인 여행사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조: 네. 그래도 그 사람들이 버티는 이유가… 사실 다 뒷돈, 빽마진이에요. 사람들을 모아 해외에 보내면, 거기에 현지 여행사가 여럿 있어요. 국내 여행사가 현지 여행사 어디를 초이스하느냐 따라 현지 여행사의 먹거리가 결정돼요. 그래서 여행사에서는 갑질을 하며 브로커 피를 받을 수 있지요.
리: 이놈의 갑을병정은 해외에서도 그대로군요.
조: 그러면 회사 수익은 또 어디서 올리느냐? 우리나라 해외 패키지 여행이 되게 싸요. 그걸 커버하는 영역이 쇼핑이에요. 남기는 건 다 관광객들 단체로 쇼핑센터 보낸 마진으로 남기거든요. 업계 용어로 인두세라고 하는데… 이러다 보니 여행 구조가 좋을 수 없어요.
리: 그래도 어찌저찌 굴러는 가고 있는 게 신기합니다.
조: 여행을 통해 느껴지는 가치를 수익으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쇼핑으로 수익을 만드는 건 여행의 본질과 아무 관계 없는 거잖아요. 한국에 왔으면 좋은 기억을 남기고 가야 하는데, 쇼핑이나 바가지가 기억나면 재방문율도 낮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 입소문도 안 좋게 나거든요. 근본적으로 여행업의 돈 버는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이 바닥은 계속 낙후된 채로 남을 것 같아요.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고, 이 시발점은 시스템 통합과 고도화라고 생각해요.
6. 바다와 제주와 육지를 연결하는 여행회사로
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는 무엇에 주력하고 계신가요?
조: 지금은 ‘현장에 있는 시스템을 먼저 장악하자’는 생각으로 피봇 중이에요.
리: 말씀하시는 걸 들으면 일단 시스템에 관한 니즈는 분명히 존재할 것 같은데요.
조: 네. 그거는 제가 4년 동안 발로 뛰며 확인한 것이기도 해서 확신해요. 그런데 SW를 공급하겠다고 하면 다 좋아는 하는데, 얽힌 사업자들이 많아서, 이걸 하나하나 해결해야겠죠. 아무래도 전통 업계는 그만큼 반발도 크니까.
리: 적자가 쌓이는데, 그걸 해결하기까지 피가 마를 것 같습니다.
조: 옐로트래블티켓이 15년, 티켓매니아가 10년 된 회사에요. 둘 다 돈을 못 벌었던 곳은 아니고, 네트워크와 거래처가 다져진 회사에요. 옐로를 만나서 그런 건지, 날 만나서 그런 건지 잠깐 주춤한 거지… 사실 구조조정이란 건 대표 입장에서 정말 쪽팔리는 일이죠… 그래도 이미 어느 정도 비용을 줄였고 구력이 있는 회사들이니 충분히 턴어라운드 해서 유지는 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러면서 계속해서 기회를 찾아야죠.
리: 역으로 말하면 둘은 전통산업이라 크게 키우긴 힘들 것 같습니다.
조: 맞아요. 그래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길은 중간 유통 솔루션이에요. 그보다 레저 업체에 우리의 SW를 공급하고, 이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거죠. SW는 잘 만들어두기만 하면, 여러 곳에서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돈 놓고 돈 먹기의 여행업을 탈피해 테크 기반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리: 전통적인 B2C를 더 키우기보다 B2B로 전환하길 원하는 건가요?
조: 우리가 아무리 영업 잘 해도 쿠팡이나 위메프처럼 될 수는 없어요. B2C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려면 엄청난 마케팅 비용과 인력이 필요해요. 그래서 중간마진에 집착하기보다, 차라리 현장에 몰두하자는 거죠.
리: 거기야 당연하고 좀 더 작은 업체들과의 경쟁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조: 지금 옐로트래블티켓과 유사한 레저 입장권 B2C 사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어요. 이 중 프립, 와그와 같은 업체는 투자도 받고 있고요. 마치 숙박업계에서 야놀자를 필두로 호텔나우, 핫텔, 여기어때 등이 투자 받는 것과 유사하죠. 하지만 제 관점에서는 장기적으로 대형 커머스 기업을 이길 수 없어요. 그 싸움 가느니 현장을 잡자, 현장 기술력을 우리 것으로 바꾸자… 이런 생각이죠.
리: 두 개 회사야 전통이 있다 보고, 피싱매니아는 어떤가요?
조: 배낚시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당장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라서 해양 사업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지금까지 뜬 사업은 다 육지 사업들이잖아요. 그런데 아무도 바다에 관해서 고민하지 않고 있어요. 바다로 나가는 핵심이 뭘까 생각을 했는데, 일단 배낚시가 트리거 역할을 해줄 것 같아요. 실제로 배낚시는 매년 40%씩 늘고 있고요.
리: 연령층이 너무 높다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조: 실제로 높긴 해요. 아직도 40대, 50대가 주류이니. 그런데 대부분의 사업은 낮은 연령층에게 전파되며 커져요. 골프도 처음에는 50대만 쳤지만, 지금은 30대도 즐기잖아요. 막말로 모텔도 원래 20대와 거리가 멀었어요. 최근 파티, 비즈니스 등으로 확장되며 커진 거지… 배낚시도 마찬가지로 연령층 낮아지며 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또 계속 늘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리: 런칭 이후 고객도 점점 늘어나고 있나요?
조: 아직은 완전히 베타 테스트 단계라서, 고객 수를 논하기는 애매해요. 하지만 이미 사용자 재방문율이 65%나 돼요. 우리가 생각하는 결제, 예약 등 시스템 통합과 외부 협업이 완벽히 되려면 3개월 정도 남았는데, 그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지표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리: 옐로모바일이 비판받아 왔던 게, 내부 회사들이 시너지를 못 내는 점이기도 했습니다. 대표님도 3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염두하고 있는지요?
조: 물론이지요. 저도 옐로트래블을 운영하며 많이 배웠고… 결국 해보고 싶은 건 바다를 중심으로 섬과 육지를 연결해보고 싶어요. 한국에 섬이 3천 개나 돼요. 이걸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재밌는 걸 할 수 있어요.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우리는 바다와 제주와 육지를 연결하는 사업을 하자’에요. 바다(피싱매니아) – 제주도(티켓매니아) – 육지(옐로트래블티켓), 이렇게 셋을 연결해서 잘 통합시키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봐요.
7. 성공한 후 회고가 아닌 실패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리: 아무튼 각종 고생 중인데… 그 중 가장 힘든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조: 구조조정이죠. 안 나간 직원들에게는 지분 30%를 나눠줬어요. 월급도 원래 받던만큼 못 주는데, 이 상황에 남은 사람들이 정말 고맙죠. 솔직히 그 사람들, 뇌구조가 궁금합니다(…)
리: 성공적인 턴어라운드를 위해 투자 유치는 생각하고 있지 않나요?
조: 솔직히 투자자들을 안 만난 건 아니지만,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봐도 수 개월만에 회사가 망가졌는데 투자금 받으러 다니는 게 좀 낯짝 두껍고 구라 치는 양아치짓처럼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확신이 섰고, 다시금 투자 유치에 좀 적극적으로 뛰어들어볼까 해요.
리: 그럴 거면 인터뷰도 좀 멋지게 포장하셔야(…)
조: 아니에요. 오히려 그래서 인터뷰에 응한 건데… 일단 이런 이야기 투자자들에게 길게 하기 힘들잖아요. 사실 정말 쪽팔려서 친구들에게도 못해요. 그렇지만, 나중에 잘 되면 좀 꾸며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게 사업이잖아요. 그러면 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상황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리: 여행업이 힘든 거야 다 아는 거고, 그래도 뭔가 회사는 즐거운 게 있나요?
조: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죠. 워크샵을 강원도로 가서 정말 호화롭게 놀려고 했는데… 급류 타다가 배가 뒤집어지질 않나(…) 그래서 한 명은 병원까지 다녀오고(…) 남은 직원은 강원랜드에서 돈을 벌어오겠다며 법인 카드를 달라더니, 홀라당 날려먹고… 나름 재미는 있는 회사 같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리: 돈도 없는데… 옐로트래블 주식이라도 파시죠(…)
조: 누가 사주기만 한다면 팔고 싶어요. 정말 싸게 내놔도 괜찮고요. 제게 중요한 건 회사를 살리는 거고, 옐로트래블 주식은 회사를 좀 더 잘 굴릴 수 있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니까요.
리: 엄청나게 골머리 썩히면서도 왜 계속 사업을 하시는 거죠?
조: 대학교 때 클럽 만들고 할 때부터, 남들이 안 했던, 내가 재미있어 했던 걸 꾸준히 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마흔 직전이니 뭔가 책임져야 할 나이와 위치가 됐는데… 그래도 도전을 멈추고 싶지는 않아요. 이유가 뭐든 간에 크고 작은 실패를 하긴 했지만, 제 실패가 저를 부정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는 헛바람 든 조맹섭이 아닌, 조맹섭은 항상 조맹섭으로 있어야죠.
리: 역사상 가장 우울한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 인터뷰가 나가면서부터 다시 투자 유치를 해볼 생각이라 했는데… 우리나라 보면 실패한 사람에게 투자 잘 안 한다고 하잖아요. 전 이미 주홍글씨가 두 개 있어요. 옐로트래블 대표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고, 나와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잘 안 됐어요. 2년만에 주홍글씨가 두 개인 셈이죠. 이번 인터뷰는 작게는 제 스스로도 삶을 정리해볼 계기였고… 또 그런 사람이 없으니, 용기 내서 제 실패를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었어요. 또 누군가 제 이런 삶과 사업에 동의해 주신다면 정말 멋진 일이겠죠.
리: 마지막으로 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조: 지금은 밑바닥까지 와 있는 셈인데…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또 앞으로 제게 어떤 삶이 펼쳐질지 정말 궁금하네요. 다들 힘들겠지만, 그래도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