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보육센터들을 통해 어느 정도 감을 잡았고 팀을 꾸려나가는 중이라면 인큐베이팅, 혹은 엑셀러레이팅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이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고, 어느 정도 자금을 마련했다고 해도 막상 스타트업을 시작해보면 소설 ‘마지막 잎새’처럼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게 우리의 수명이 다해가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럴 때 우리 스타트업의 베스트 프렌드는 액셀러레이터라고 볼 수 있겠죠. 국내의 액셀러레이터는 30여 개로 추정되며 그중 20여 개의 액셀러레이터들이 ALF(액셀러레이터 리더스 포럼)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년부터 액셀러레이터들의 통합 데모데이도 열리고 있죠.
지난 11월 27일에 코엑스에서 열렸던 액셀러레이터 통합 데모데이의 모습입니다. 좋은 아이템과 좋은 팀만 구성한다면 과거와는 달리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사업을 시작하실 수 있죠.
이렇게 많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중에서 개인적으로 3대장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선정해보았습니다.
1. 프라이머
우리나라 최초의 액셀러레이터로 불리는 프라이머. 이니시스의 창업자이신 권도균 대표님이 설립하셨습니다.
저는 프라이머를 삼국지 중에서 위나라로 생각합니다. 조조는 실용주의적인 성격이 강했는데요, 권도균 대표님도 매우 흡사합니다. 권도균 대표님과는 마루 180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서 1시간 정도 멘토링을 받았던 적도 있고 강연회에서도 2-3번 뵈었었는데 겉모습에 치중하는 게 아니라 사업의 본질과 그에 맞는 핵심역량을 강조하십니다.
과거 이런 말씀을 하셨던 게 기억에 많이 남아있습니다.
저는 예쁜 명함을 건네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그렇게 좋게 보지 않습니다. 명함 예쁘게 만드는 데 사용할 에너지도 사업의 본질적인 부분에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예쁜 명함을 선호하는지라 뜨끔했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그만큼 사업 자체보다 변죽을 울리는 스타트업들에게 일침을 가하신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상벌에 과감했던 조조처럼 직언을 서슴지 않으십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말은 저에겐 세계평화를 하겠다는 말과 똑같습니다. 스타트업은 특정한 고객의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프라이머는 오히려 선발 조건이 자유롭습니다. 예를 들면 1인 창업을 하는 경우 선발요건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는데 프라이머는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하는 ‘스텔스 창업’도 받아줍니다. 즉, 제대로 비즈니스를 할 것 같은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손을 내밀어주는 곳이죠.
프라이머는 ‘마이리얼트립’, ‘스타일쉐어’, ‘데일리호텔’, ‘세탁특공대’ 같은 회사에 투자를 했고, 현재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프라이머는 자체자금으로 투자를 하고 있어서 투자자들의 구성에 따라 시즌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즌3이고 정기적으로 배치를 모집하고 있죠. 프라이머는 창업가를 육성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어서 강력한 교육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래서 ‘엔턴쉽’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배치를 모집할 때 엔턴쉽에 참여할 팀 혹은 인원을 구하고 별도로 엔턴쉽이 필요 없는 회사도 모집합니다. 그래서 엔턴쉽을 거친 팀과 바로 지원한 팀을 합쳐서 프라이머 클럽으로 뽑고 투자가 이루어집니다.
현재 프라이머는 2017년 1월 16일부터 엔턴십을 모집할 예정입니다.
2. 매쉬업 엔젤스
권도균 대표님과 프라이머를 함께 하셨던 이택경 대표님이 독자적으로 만든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입니다. 프라이머가 기간을 정해서 팀을 선발하고 있다면 매쉬업은 수시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매쉬업은 과거에 다른 아이템을 준비할 때 장선향 심사역님을 통해 미팅을 가졌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때는 저희 팀이 준비가 덜 되어서 투자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그때 받았던 느낌은 상대적으로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배려심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황건적을 토벌하기 위해 조조와 함께했던 유비가 이택경 대표님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습니다. 유비는 인자하고 덕이 강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택경 대표님도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분이라고 개인적으로 느꼈습니다.
프라이머 때부터 해오셨던 쫄지마 창업스쿨을 매쉬업때도 계속 진행하고 계시고 스타트업들에게 좋은 조언을 많이 해주시고 계십니다. 작년에 마케팅 관련해서 조언해주신 글이 최근에 다시 한번 SNS에서 공유되기도 했죠.
매쉬업은 프라이머 때 투자했던 회사들을 배치 1로 매쉬업때 투자했던 회사들을 배치 2로 해서 배치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수시로 모집하고 있어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다양한 네트워크 자리를 통해 기회를 얻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매쉬업은 명함 앱으로 유명한 ‘리멤버’, 건강관리 앱 ‘눔’, 온디맨드 클리닝 서비스 ‘와홈’ 등에 투자를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중국 역직구 스타트업 ‘아이오앤코 코리아’에 투자하기도 했죠. 비정기적으로 투자를 해서 투자 관련 기사가 자주 보이는 편입니다.
매쉬업 엔젤스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엔젤투자를 하시는 파트너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님과 최근 코노랩스로 500 스타트업에 뽑히셨던 민윤정대표님등이 계십니다.
매쉬업은 비정기적으로 팀을 선정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3. 스파크랩
마지막으로 스파크랩입니다. 스파크랩은 이한주 대표님을 비롯한 여러 명의 파트너분들이 공동대표로 이끌고 계십니다. 삼국 중 남은 국가는 오나라. 남방의 호탕한 기질을 보이시는 이한주 대표님이 손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두 분과 달리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어서 제가 착각한 것일 수도 있지만, 데모데이 때 뵌 이한주 대표님은 오랜 미국 생활에서 느껴지는 호탕함이 있었습니다.
원래 삼국지의 배경인 중국이 황하를 경계로 하북과 하남으로 나누는데 두 지역의 차이가 많이 납니다. 그런 것처럼 스파크랩은 다른 두 액셀러레이터와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스파크랩은 국내 최초의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네트워크의 회원사여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준비하신다면 스파크랩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파크랩은 매년 2회 정기적으로 기수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6기의 데모데이를 성황리에 마쳤죠.
스파크랩은 국내의 스타트업을 해외에 소개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해외의 스타트업들을 국내에 소개하기도 합니다. 이번 데모데이에서도 미국의 ‘Petnet’과 스웨덴의 ‘Lifesum’을 소개해주었습니다. 또한 송도에 IoT 전문 액셀러레이터를 구성하기도 했죠.
스파크랩 졸업 이후 YC에서 다시 한번 엑셀러레이팅을 받은 ‘미미박스’,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받은 ‘망고플레이트’, 탭조이에 인수된 ‘파이브락스’, 그리고 매쉬업에서 엑셀러레이팅을 받은 ‘와홈’이 다시 한번 스파크랩에서 엑셀러레이팅을 받았습니다.
마무리하며
개인적으로 3곳의 액셀러레이터를 뽑았지만 이 밖에도 정말 훌륭한 액셀러레이터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훌륭한 팀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실 준비도 되어있습니다. 더 많이 찾아다니시면 좋은 기회를 얻으실 거라고 믿습니다.
원문 : 최윤웅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