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도 성차별은 있다
페미니즘이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 후보로 나서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페미니즘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는 등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그에 비하면 수백 미터는 뒤쳐진 듯 보이지만, 한국에서도 ‘메갈리아’ 논쟁을 기점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여러 의견이 교류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은 남성보다 뒤떨어진 ‘2등 시민’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심지어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도 차별적인 발언을 듣거나 대상화되는 경우가 잦다. 이에 ‘주단’이란 트위터 사용자가 구글 독스에 “2016 리우 올림픽 성차별 보도 아카이빙”이란 스프레드시트 문서를 만들기도.
- 2016 리우 올림픽 성차별 보도 아카이빙, 구글 독스
- 리우 올림픽 중계방송의 ‘성차별 발언’을 모은 아카이브가 제작됐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아카이빙을 살펴보면 “살결이 야들야들하다”거나 “스물여덟이라면 여자 나이론 많은 나이” 같은 노골적인 발언부터, “미녀 검객” “얼굴도 예쁘지만” “해변에는 여자와 함께 가야 한다”는 등 스포츠와 관계 없는 성차별적 발언들이 여럿 터져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 올림픽 선수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법
이는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닌 모양. 칼럼니스트 린디 웨스트는 가디언 지에 “여성 올림픽 선수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퇴행적인 얼간이가 되지 않는 방법 – 간편 가이드(How to talk about female Olympians without being a regressive creep – a handy guide)”란 재미있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그들이 해낸 스포츠에 대해 쓰세요. 여기 간단한 본보기를 드리죠.
뉴스: [여성 선수 이름] 이/가 오늘 [스포츠 성적] 을/를 거뒀다. [스포츠 결과에 대해 설명한다]. 끝. 스포츠 기사 완성!
남성 선수에 대해 쓸 때랑 똑같은 방법으로 여성 선수에 대해서도 쓰세요. 종목 이름을 말할 때 외에는 굳이 그들의 성별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죠. 우리가 남성 선수에 대해 쓰면서 매번 성별을 언급하는 걸 상상할 수 있나요? “기운찬 남성 포인트 가드 아이제아 토마스가, 멋진 헤어밴드를 두르고, 남자도 진짜 공을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여름에 어울리는 섹시함을 드러내며 나오고 있습니다!” 못 견디겠죠? 그 느낌을 잡으세요.
여성 선수들이 평생 초인적인 노력으로 연마해 얻은 뛰어난 힘과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것보다, 그들의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짧은 반바지, 히잡, 무표정하고 화난 듯한 얼굴(bitchy resting face), 목소리의 높낮이, 허벅지 둘레, 결혼생활, 나이에 대해 설명하느라 더 긴 시간을 쓰지 마세요.
여성에 대해 얘기할 때 그들이 알거나, 관계있거나, 함께 일하거나, 함께 성관계를 갖는 남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마세요. 여성은 그 자체로 완전하며 자주적인 사람들이에요. 우리는 애완동물이나 장난감, 섹스 방울이 아니에요.
성차별에 대해 언급할 때와 같이, 적절한 순간에는 성별을 쓰세요. 예를 들어, 여성 농구 리그나 축구 리그에서 여성이 얼마나 적은 돈을 받고 있는지, 미디어가 여성 스포츠를 얼마나 쓰레기같은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지를 말할 때처럼 말이죠.
당신의 성적 감상을 쓰지 마세요. 그래요, 저도 트위터에 적잖은 여성들이 남성 수영선수의 승모근이 만들어내는 어깨 – 허리 비율에 대해 격정적으로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진지하고 균형잡힌 남성 스포츠 보도가 없는 건 아니라구요. 역사적으로 모든 주요 분야에서, 남성의 몸매가 그들의 성취를 가리고, 그들의 신뢰성을 악화시키고, 그들의 사회적 성공을 막는 경우는 없었어요.
사실 첫 번째 강령만 지켜도 지금의 난감한 보도 행태는 어느 정도 교정이 가능하지 싶다. 스포츠 선수에 대해 말할 때는, 바로 그 스포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여성 선수 이름] 이/가 오늘 [스포츠 성적] 을/를 거뒀다. [스포츠 결과에 대해 설명한다].
칼럼니스트가 말하는 것처럼, 얼마나 간단한 일인가!
원문: 임예인의 새벽 내리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