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 / 아이패드 운영체제, iOS의 최신버전이 등장했다. 그 이름도 럭키 세븐, iOS 7. 기본 앱과 UI 측면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으며, 컨트롤 센터(Control Center)의 등장으로 iOS 사용자들의 염원도 해결되었지만, 새 운영체제를 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다. 애플이 가장 잘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바로 그 디자인 때문이다.
iOS 7에 대한 비평은 다양한 언론과 테크 미디어에서 다루고 있으니, 굳이 여기서 한 마디를 보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나름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 자리를 점령했던 이만한 이슈를 놓칠 수도 없으니, 한 명의 애플 덕후로서 느끼는 분노를 가득 담아 다른 측면에서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한 편의 글을 준비해보았다.
그 이름하야, “iOS 7의 디자인을 마냥 까보자.”
iOS 7의 목표 1: 마이 리틀 홈 스크린
파스텔 톤, 휘황찬란한 환상의 나라. 빨강부터 보라까지, 무지개의 모든 색을 동원한 아름다운 꿈의 세계 iOS 7. 흔히 너무 유치하다며 까지만, 이건 전세계를 사로잡은 명작 마이 리틀 포니(My Little Pony)에 바치는 오마주임에 틀림없다.
애플이 늘 그렇듯 뚜렷한 철학도 느껴진다.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을 그리고, 대강 그림을 그린 뒤, 형광색의 그라데이션으로 칠하는 것이다.
조니 아이브가 사물들을 다시 디자인한다(Jony Ive Redesigns The Things)라는 이름의 한 텀블러 페이지는 이런 아이콘 디자인을 조롱하는 게시물로 가득하다. 조니 아이브가 새로 디자인한 미국 지폐는 그라데이션을 넣고 숫자만 대강 써넣었으며, 다시 디자인한 성조기는 형광색의 그라데이션이 들어갔다. 애플의 철학을 완벽하게 이해한 것이다.
실재하는 사물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든 iOS 6의 아이콘과 달리, iOS 7은 훨씬 단순한 아이콘을 사용한다. 덕분에 최근 ‘미니멀리즘’의 유행에 발을 맞춘 것 같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사파리나 설정 앱 아이콘의 넘쳐나는 눈금과 톱니바퀴 수를 보라.
따라서 앱의 특징을 잡아 단순하게 표현했다는 세간의 평가는 잘못되었다. iOS 7은 여전히 실제 사물을 본따 디자인하고 있다. 다만 iOS 6가 아름다운 사물을 본따 세밀하게 아이콘을 만들었다면, iOS 7은 못생긴 사물을 본따 대충 만들었을 뿐이다.
아이콘만으로 앱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든 것도 특징이다. 사진 앱과 게임 센터 앱은 앱 이름이 없다면 어느 쪽이 사진이고 어느 쪽이 게임 센터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렵다. 평평하게 변해버린 아이콘들 가운데 뜬금없이 입체감을 살려 디자인된 게임 센터는 이질적이다.
따라서, 필요 없는 것을 최대한 뺀 빼기의 미학을 통해 미니멀리즘을 완성했다는 기존의 평가는 잘못되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마이 리틀 포니 속 환상의 세계다. 게임 속 세상과 사진 속 현실을 구분할 수 없는 마이 리틀 포니의 세상처럼 iOS 7도 그런 것이다.
iOS 7의 목표 2: 최대한 흐릿하게!
마이 리틀 포니를 오마주한 홈 스크린에서 벌써 큰 충격을 주었지만, 애플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iOS 7의 또 한 가지 목표는, UI 요소를 최대한 보이지 않게 숨겨놓아 사용자가 ‘월리를 찾아라’ 같은 느낌으로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버튼과 같은 UI 요소가 눈에 잘 띄게 배치되었던 기존의 iOS는 조작하기가 너무 쉬워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UI 요소들이 흐릿하고 애매해졌다. 버튼을 대신해 화면을 가득 채운 텍스트는 ‘누를 수 있는 것’이란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음악 앱의 경우는 아예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이를 통해 애플은 사용자에게 큰 혼란을 주며, 어드벤쳐 게임을 하는 듯한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더불어 노안을 겪는 중노년층을 완전히 배제하여 ‘쿨’한 젊은이들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iOS 7의 목표 3: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어라
iOS UI의 상징이 된 ‘밀어서 잠금해제’. 화살표와 슬라이드, 블럭 모양과 좌 → 우로 빛이 나는 효과 등을 적절히 배치해 ‘어떻게 하면 잠금을 해제할 수 있을지’를 매우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덕분에 iOS는 어린아이도 던져만 주면 쓸 수 있는 쉬운 UI로 호평이 자자했다.
그게 애플은 마음에 안 든 모양이다. 안 그래도 이름 때문에 “어른폰은 언제 나오나요” 같은 실없는 농담에 시달리던 애플은 결단을 내린다. “뭣, 우리 제품을 어린아이도 쓴다고!? 어른만 쓸 수 있게 만들자!”
그 결과 잠금해제 화면은 이렇게 거듭났다.
화살표, 블럭 모양 등 UI 요소가 전부 빠진 탓에, 처음 이 화면만 맞딱뜨려서는 뭘 어떡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는다. 그 순간 당신의 눈에 띈 흐릿한 화살표 하나. ‘밀어서 잠금해제’란 글씨 바로 아래에 ㅅ 모양의 화살표가 보인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하,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밀어올리면 잠금이 해제되는구나!”
그 순간 당신은 애플의 함정 카드를 밟은 것이다.
그건 iOS 7의 새로운 기능인 ‘컨트롤 센터’를 열기 위한 화살표다. 진짜 아이폰의 잠금을 해제하려면, 기존 iOS 6와 마찬가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화면을 밀어주어야 한다. 물론 화면상에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그 어떤 힌트도 없지만 말이다.
그나마 ‘밀어서 잠금해제’는 나을지도 모른다. ‘밀어서 전원 끄기’ 화면에 이르러서는 이걸 도대체 어떻게 밀어야 전원이 꺼진다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아이폰을 뒤로 밀라는 것일까? 애플이 제공하는 모험의 세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iOS 7의 목표 4: 세계의 붕괴를 비유한 초현실적인 작품
iOS 7은 또한 최근 환경 오염과 각종 재해 등으로 붕괴하는 세계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요소가 여럿 들어갔다. 사진을 통해 감상해보자.
iOS 7의 목표 5: 이질적인 세계
iOS 7의 또 한 가지 목표는 이질적인 세계를 대강 합쳐놓는 것이다.
iOS 6 시절의 실재하는 물건의 느낌을 살린 아이콘과, iOS 7의 단순무식한 아이콘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플은 어떤 방법을 택했을까? 애플은 긴 고민 끝에 해답을 발견했다. 그냥 섞어놓는 것이다.
또한 앱 디자인도 완전히 바뀐 iOS 7에서 기존의 앱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단순히 단순하고 복잡한 차이가 아니라, 아예 UI 요소의 위치나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플은 또 긴 고민을 했고, 해답을 얻었다. 그냥 섞어놓는 것이다.
괜찮아, 베타니까.
하지만 사실 안타깝게도, iOS 7은 휴대전화 운영체제다. 그냥 마이 리틀 포니를 오마주한 어드벤처 게임이라면 좋았으련만. 그래서 걱정이다. 이건 그냥 못생긴 게 아니다. UI가 무너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우려가 기우에 그칠 수도 있다. 이건 상용 버전이 아니다. 개발자들을 위한 베타 버전이다. 문제는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다. 애플은 그동안 베타 시절의 UI를 크게 개선한 적이 없다. 그런데 iOS 7의 문제는 작은 개선만으로 해결될 만한 것이 아니다. 총체적이다. 예쁘고, 귀엽고, 또 일부는 깔끔해졌지만, 동시에 흐릿하고, 헷갈리며, 만들다 만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산재해있다.
iOS 6에서 7으로의 갑작스런 전환이 그리 빨리 통일성을 갖추고 수습될 것 같지도 않다.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러했고, 아이폰 5의 길어진 해상도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러했듯이 말이다. 베타 기간이 끝난 후에도 꽤 긴 시간동안 많은 앱이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고, 사용자들은 서로 다른 UI 속에서 혼란을 겪어야 할 것이다.
iOS 7의 못생긴 아이콘이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이 UI가 크게 바뀔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사실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건 iOS에 대한 반달리즘이 될 것이다. 지금의 iOS 7은 지극히 못생긴 안드로이드 테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