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서기’의 역할을 해보신 적 있나요? 어렸을 때는 주로 글씨를 잘 쓰는 친구들이 서기를 맡았던 것 같습니다. 정해진 양식에 따라 최대한 예쁘게 회의록을 썼던 학급 회의가 떠오르네요. 사회에 나가 일을 할 때도 서기는 정해져 있을까요?
‘팀장이 적어보자’, ‘회의 주최자가 적어보자’, ‘내가 적어보자’… 딱히 누군가에게 역할이 고정되어 있진 않은 듯합니다.
어제 동료가 한 기록을 오늘은 내가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 회의록 작성에 대한 의무가 있습니다. 업무상의 중요한 내용과 의사 결정 과정이 담겨있는 회의록을 잘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은 회의록에 무엇을 적고 계십니까?
회의를 기록하는 우리의 모습
회의할 때는 중요한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 노트북이나 종이 노트를 챙깁니다. 에버노트나 메모장을 열어두었는데 커서만 깜박이네요. 종이 노트엔 귀여운 캐릭터가 하나둘 생깁니다.
회의에서 여러 사람이 의견을 주고받는데, 그 내용을 바로바로 글로 정리하기가 힘들어요.
말이 길어지면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게 됩니다. 내용 요약이 어려워요.
열심히 적긴 적었는데, 나중에 보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어요.
회의에 같이 참석했는데 사람마다 기억하는 내용이 달라요.
회의록을 작성하며 흔히 겪는 어려움입니다. 빈 노트에 채워 가려니 어떤 말을 적을지도 모르겠고, 빠른 대화 사이에 받아 적으랴, 말하랴, ‘나는 왜 멀티가 안될까?’ 고민이 되기도 하지요. 회의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중요하지만, 집중력만으로 험난한 기록의 여정을 헤쳐나가기는 부족합니다.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기록할 수 있을까요?
목적과 공유 대상 생각하기
회의록을 작성하기에 앞서, 그 회의의 목적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참여해보세요. 의사 결정을 위한 자리인지, 참신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자리인지, 정기적인 보고의 자리인지 따져봅시다. 목적에 따라 회의 끝에 정리되어야 하는 사항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회의록을 보는 대상을 생각해봅시다. 나 혼자 보기 위한 기록이면 어떻게 써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팀원과 혹은 회의를 함께한 고객과 회의 내용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형식과 중요도가 달라집니다.
- 회의 목적: 프로젝트 킥오프 회의, 주간 회의, 보고 회의, 아이디어 회의 등
- 회의록 공유 대상: 개인, 팀 단위 공유, 회사 전체 공유, 고객과의 공유 등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하기
목적과 대상을 파악했다면, 실제로 회의록을 작성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을 생각해봅시다.
회의 시작 전에 회의록의 기본적인 내용과 안건을 작성합니다. 회의 날짜와 시각, 장소, 참석자와 같은 정보를 적어두면 여유롭게 회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전에 회의 안건을 공유해보세요. 회의 참여자가 논의할 내용을 미리 확인하고 준비할 수 있으며, 회의 과정에서도 대화가 옆길로 새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 회의의 경우, 발언자를 함께 표기하고 작은 의견도 기록합니다. 작거나 소수의 의견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중요한 아이디어로 발전될 수도 있으므로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적인 용어의 뜻이나 의미가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분명하게 기록합니다. 서로가 사용하는 용어가 다를 경우 이를 합의하는 용어로 정리하여 사용하고, 애매하게 이야기된 내용이라면 다른 참석자들의 의견을 모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정된 사항을 결론으로, 다음에 추가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사항을 다음 안건으로 구분하여 기록합니다.
- 포트폴리오 업데이트
- 매월 1일에 지난달 포트폴리오 취합하여 게시하기: 담당자 OO님
- 포트폴리오 선별 기준: 논의 필요
다음에 실행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행위와 그 주체를 명확히 표시합니다.
- 다음 회의 때까지 디자인 레퍼런스 수집하기 – OO님
- 오늘 오후 6시까지 기획안 공유하기 – XX님
이 밖에, 과거에 다른 이나 내가 적었던 회의록을 살펴보며 아쉬웠던 점을 보완해봅시다.
적절한 회의록 형식 찾기
기록하는 사람이 늘 같다면 일정한 방식으로 회의 내용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록자는 매번 바뀔 수 있고, 또 누가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회의록의 질적인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회의록 서식을 만들어 사용하면, 누가 기록을 하든지 일관된 구성을 유지할 수 있고, 놓치는 부분 없이 필요한 내용을 모두 담을 수 있습니다.
회의 유형에 따라 회의록 목차를 다르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회의명 혹은 회의의 목적을 명시하고, 회의가 열리는 년/월/일, 장소 정보를 기록합니다.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을 적고 자신의 이름을 맨 뒤에 적어 내가 회의 기록자임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회의록 유형 1
– 회의명/목적/일시/장소/참석자/기록자
- 회의 안건
- 회의 내용
- 다음 안건
- 특이사항
- 첨부 자료
주기적으로 열리는 회의의 경우, 이번 회의에서 다음 회의의 안건으로 올릴 사항에 대해 기재할 수도 있습니다.
회의록 유형 2
- 날짜
- 참석자
- 논의 사항
- 실행 사항
논의가 필요한 사항과 그다음 어떤 실행 과정이 필요한지를 나눠, 더욱 단순하고 명확하게 회의록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에 대해 논의를 했으며, 그 결과 참석자들이 실행해야 하는 사항을 명시합니다.
내가 참여하는 프로젝트와 회의 목적에 맞게 목차를 구성하고, 팀원들과 공유하여 공동의 회의록 서식을 만들어 사용해봅시다.
마치며
회의 내용의 기록은 회의만큼이나 중요합니다. 회의록을 통해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으며, 합의한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양질의 회의록은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잘 담고 있으며, 중간에 발생한 이슈와 해결 과정, 의사 결정의 이력을 보여줍니다.
어제 혹은 오늘, 여러분이 참여했던 회의는 어떻게 기록하셨나요? 열띤 회의의 과정을 단순히 ‘참 좋았다. 열심히 해보자…’ 라고 기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입니다.
회의록도 글이라서 꾸준히 써보고 조금씩 개선해 나가야 좋은 문서가 됩니다. 자신이 속한 조직 문화나 프로젝트에 따라 구성원들과 기록 방식을 가꿔봅시다.
원문: 슬로워크 / 글: 오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