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내 소득은 빨리 늘지 않는데 부자들 소득은 놀랄 만한 속도로 늘고 있다.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 국민소득 늘면 뭐하나, 가계소득은 쪼그라들고 있는데.”
이런 말을 자주 듣고 기사도 많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 말 하는 사람에게 “무슨 통계를 보고 그러느냐? 어떤 기간을 비교한 것이냐?”라고 물으면 “몰라! 다 아는 건데 뭘 그래?”라고 오히려 핀잔을 듣기 일쑤다.
소득 및 재산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날이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국제적인 것이어서 관련된 국제 연구와 행사도 많아지고 있다. 주제 자체가 듣는 사람들 모두의 관심사인 데다가 사람의 본성 상 남들은 자신보다 더 많이 갖고 있고 왠지 정당한 것보다 큰 몫을 남들이 가져간다는 느낌이 들 때면 화도 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선정적 기사가 쏟아지고 있고, 많은 성급한 논평가들이 앞다투어 선정성을 부추기는 발언과 글을 쏟아내고 있다. 발화 직전에 불을 일으키는 일은 세상 어느 것보다 쉽다. 가뜩이나 불만이 팽배하고 의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선동하는 일은 그만큼 쉽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의심과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잡아줄 수 있는 행동과 발언을 하는 데는 적지 않은 용기와 양심이 필요하다. 용기와 양심만 가지고 가능한 일도 아니다. 충분한 근거 통계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일이 필요하다.
물론 어떤 통계도 자신들의 구미에 맞지 않으면 거부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부 통계의 경우 통계 특성상, 그리고 통계의 미비함 때문에 완전한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체할 만한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는 공식통계를 버릴 수 없다. 더구나 최소한 추세를 들여다보는 데는 공식 통계가 유용하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 국세청, 한국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통계를 찾아 한국의 소득 현황을 일부 정리해 보았다. 아래 자료는 위에 나열한 기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만큼 다시 사용하려면 반드시 원자료와 대조 및 확인한 뒤 인용할 것을 권한다. 아래 그래프의 내용과 의미, 계산법 등은 사진 설명으로 덧붙인다.
10분위별 가계소득 통계를 바탕으로 중간(5분위) 소득계층 대비 나머지 9개 분위 가계의 소득 비율 추이를 2003년부터 2015년까지 나타낸 것이다.
위 그림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8년까지는 대체로 고소득층의 소득이 저소득층보다 빠르게 늘어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할 수 있겠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불균형 정도는 다소 완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성장은 둔화됐고 금융시장은 다소 활기를 잃었지만 불균형은 완화됐다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물론 정부 정책 및 사회적 제도의 도입 및 수정 노력도 많이 있었다.
10분위별 소득 통계를 보면 각 소득계층별 가구원 수가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체로 고소득층 가계의 가구원 수가 저소득층보다 많다. 물론 시기별로 다소 차이는 있다. 따라서 이런 가구원 수 차이를 반영해 조정한 통계를 바탕으로 중간(5분위) 소득계층 대비 나머지 9개 분위 가계의 소득 비율을 2003년부터 2015년까지 나타낸 것이다. 즉 1인당 통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가계가처분소득 변화를 선진국들과 비교해본 그림이다. 여기서는 G7국가들 및 최근 어려움에 빠진 그리스와 스페인을 포함했으며 통계는 실질 기준이다. 그림에서 보듯 한국의 가계가처분소득 증가세는 선진국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한국은 G7도 아니니 이런 빠른 성장세가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리스와 스페인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또한, 이탈리아의 경우 G7 선진국이지만 최근 가계소득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성과를 폄훼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저 우리보다 나은 국가를 보고 좋은 점을 배우고 우리보다 못한 경우를 보고 실패 요인을 회피하려 노력하면 된다. 위 그림에서 보면 캐나다와 미국의 눈부신 소득 증가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처분가능소득을 주체별로 가계ㆍ비영리단체, 정부, 법인으로 나누어 비중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이 그림은 전체에서 차지하는 가계와 법인의 몫이 서로 다르게 변화하는 것을 보여준다. 즉 가계의 몫은 줄어들고 있는데 법인의 몫은 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2010년 이후 그 간격은 다시 좁혀지고 있다. 이 그림을 보고 소득 배분이 기업에게만 유리하고 개인에게는 불리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비판하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하지만 다음 그림을 보면 꼭 그런 것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전 통계가 놓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 한국에서 법인 수는 급격히 늘었지만 가구 수는 그보다 훨씬 더디게 늘었다는 점이다. 국세청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15년 사이 법인 수는 146% 증가한 반면 가구 수는 26% 증가에 그쳤다. 따라서 단순히 국민 전체 처분가능소득을 법인과 가계 몫으로 분류한 뒤 가계의 비중이 떨어진다고 흥분할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그림은 법인 수 및 가구 수 변화를 반영한 법인과 가계의 가처분소득 비중 변화를 다시 계산한 것이다. 이 경우 정부 부문은 아예 삭제했다. 이렇게 다시 계산해 본 결과 가계의 몫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더구나 법인 몫은 2010년부터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의 부가가치 창출능력이 급격히 악화하는 것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고 이런 점이 오히려 더 큰 문제다.
원문 : KoreaVi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