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미드필드 싸움이 더욱더 치열해질 것이다. 이에 대비해 공격수를 줄이고 미드필더를 늘리는 팀이 늘어날 전망이다.”
압박축구를 발명한 빅토르 마슬로프가 남긴 예언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198, 90년대 세계 축구를 양분했던 4-4-2 포메이션과 3-5-2 포메이션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했다. 동시에 위 두 포메이션의 파훼법으로 등장했던 4-2-3-1 포메이션과 4-3-3 포메이션의 시대가 도래했다.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2016년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이 와중에 몇몇 팀들의 전술적인 변화 역시 주목해볼 만 하다. 벨기에를 꺾고 4강에 진출한 웨일스는 3-5-2 포메이션을 가동하고 있다.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고 불렸던 독일과 이탈리아의 경기에서 두 팀 모두 백3로 경기에 임했다. 물론 대부분의 참가국은 4-2-3-1 포메이션 혹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하지만 백3를 내세운 팀들의 돌풍은 분명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들어 백3를 가동하는 팀들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전술적인 경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백3 열풍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바르사-레알 2강 체제’를 무너뜨렸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언더독의 반란’의 대명사 레스터 시티. 두 팀 모두 4-4-2 포메이션을 쓰고 있다. 두 팀을 중심으로 적잖은 팀들이 원톱을 버리고 투톱 시스템을 가동하는 추세다.
투톱 시스템의 유행은 백3의 귀환이라는 실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 냈다. 두 전술적 경향은 서로 어떤 연관관계를 지니고 있을까?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 역시 수비-공격에서의 기본 공식은 여전히 동일하다. 바로 ‘수비수=공격수+1’ 공식이다. 즉 상대의 공격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아내기 위해선 아군의 수비 숫자가 상대의 공격 숫자보다 1명 더 많아야 한다. 동일하다면 상대에게 공격을 허용할 공산이 크다. 2명 이상 더 많다면 공격은 막아낼 수 있을지 몰라도 빌드업에 있어서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즉 투톱을 상대하려면 백4보단 백3가 좀 더 효율적이다. 게다가 원톱 시스템을 가동하는 팀들조차 최근 들어 보다 원활한 공격을 위해 중앙 미드필더를 자주 공격진에 투입하는 추세다. 이는 순간적으로 투톱 시스템으로 변화함을 의미한다. 결국, 상대 입장에선 이에 대비하기 위해 백3를 들고나올 수밖에 없다. 가령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잉글랜드는 표면적으로는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중앙 미드필더 델레 알리가 최전방으로 올라가 케인과 투톱을 이루곤 했다. 웨일스는 이에 대비해 3-5-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4-4-2 포메이션이 투톱 시스템을 부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4-4-2 포메이션만으로는 백3의 귀환을 전부 설명할 순 없다. ‘다이아몬드 4-4-2’라고도 불리는 4-3-1-2 포메이션과 3-5-2 포메이션 역시 투톱 시스템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원문: 풋볼필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