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포스팅 후 마케팅 채널들에 관한 문의를 많이 받았는데요. 그중에서 특히 ‘페북 개인계정 채널’에 관해 설명해달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별로 아는 게 없긴 하지만, 오늘은 페북 페이지처럼 운영되는 개인계정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페북 개인계정 채널이란?
사실 ‘페북 개인계정 채널’이란 말은 그냥 오늘 포스팅을 위해 붙여본 말입니다. 이게 편법이기도 하고, 구조를 아는 사람도 아직 그렇게 많지 않아서 이런 변종채널에 대한 개념어가 정립된 적은 없는 것 같네요.
페북 개인계정 채널은 페이지가 운영되는 방식과 같습니다. 예능, 유머, 이슈 등의 자료를 꾸준히 올리며 팔로워를 늘리고 결국에는 광고로 돈을 벌죠. 페북 유저라면 친구 누가 ‘좋아요’를 눌렀다며 타임라인에 개인계정 채널의 컨텐츠가 올라오는 걸 누구나 보셨을 거 같네요.
2. 페이지 말고 개인계정을 운영하는 이유
그럼 왜 페이지를 놔두고 이렇게 개인계정 채널을 운영하는 걸까요? 바로 도달률 제한 등의 페이지 알고리즘을 피하고 타임라인 노출에 페이지보다 유리한 개인계정 알고리즘을 적용받기 위한 편법입니다.
아시다시피 뉴스피드 노출 여부는 앳지랭크 등의 알고리즘에 의해 정해지게 되는데요. 페이스북은 광고사업 도입 본격화 시점부터 페이지의 도달률을 차츰 제한했습니다.
지금은 포스팅을 올렸을 때 초기도달률이 일반적으로 8~13% 내외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좋아요 수가 10만이라면, 그중 약 1만명의 뉴스피드에만 포스팅이 노출 되도록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좋아요, 댓글, 공유 등의 상호작용이 활발히 이뤄져 ‘이야기하는 사람 지수(일명 TAT, Taking About That)’가 높은 페이지의 이야기입니다.
인기 페이지가 아닌 대부분의 경우 그보다 낮습니다. 즉 10%내외의 팔로워들에게만 도달이 되고, 그 팔로워들이 좋아요/공유/댓글 등으로 상호작용을 하면 그걸 토대로 팔로워들의 팔로워들에게 후속 노출이 이뤄지는 방식이죠.
하지만 개인계정은 이런 페이지 알고리즘에 적용받지 않습니다. 물론 개인계정도 팔로워들의 뉴스피드 노출 여부에 알고리즘이 적용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페이지보다 개인계정의 초기도달률이 훨씬 높습니다. 또 한 번 노출된 컨텐츠일지라도 친구들이 반응하면 내일 또다시 타임라인에 오르거나 관리자가 자신의 컨텐츠에 댓글을 달면 이전 자료가 다시 노출 되는 등 이점이 많죠.
MCN의 컨텐츠가 도달률이 높은 이유도 개인계정을 적극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페이지에 광고 컨텐츠를 올린 후, 소속 인플루언서들이 각자 개인계정으로좋아요/댓글/공유를 하며 컨텐츠 확산률을 높이는 식이죠.
3. 개인계정 채널이 운영되는 구조
개인계정 채널 운영은 페이지보다 난이도가 있습니다. 페이지가 아니기 때문에 운영을 위한 여러 기능들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컨텐츠 예약게시, 스폰서광고, 상단고정 등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팔로워를 모으는 게 까다롭기 때문에 현재 운영되는 개인계정 채널들중엔 사기 컨텐츠를 올리는 저급한 곳도 많습니다.
흔히 돈다발이나 경품 사진을 올리면서 “좋아요 누르면 내일 저녁 12시에 추첨해서 몇명에게 보내준다”는 식의 조잡한 사기죠. 이런 채널들은 팔로워를 모아 광고로 돈을 벌거나 아예 계정을 판매합니다.
페이지 광고비에 ROI가 절대 안 나올 만큼 터무니없이 많은 거품이 끼면서 이런 개인계정이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효율이 좋지만 팔로워 모으기가 힘들다’는 요소는 자연히 계정판매 활성화로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소위 ‘페북 얼짱’ 같이 팔로워가 많은 유저들에게 현금을 주고 계정정보와 주민등록증 등의 서류를 받아 계정을 구매하는 식입니다.
분명 나는 친구신청한 기억이 없는데 팔로우가 되어있고, 어느날 갑자기 내 타임라인에 무슨 예능 컨텐츠가 올라온 적이 혹시 있었나요? 그게 ‘업자’가 인플루엔서들의 계정을 구매해 이름을 바꾸고 광고채널로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유저의 친구목록엔 마찬가지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들이 많기 때문에 높은 도달률이 나온다는 점이 이런 식의 계정 판매를 더욱 활성화 시켰습니다.
4. 활용해보고 싶다면?
태생적으로 편법이기도 하고, 저급한 채널들이 많다보니 인식이 안좋게 자리잡히긴 했는데요. 이런 개인계정 채널들이 도달률 면에선 확실히 페이지보다 월등합니다.
실제로 저도 페북 마케팅 시에 개인계정 채널들을 이용해봤고 대부분 적은 비용으로 상당한 효과를 봤습니다. 똑같은 컨텐츠로 테스트를 해본 결과 33만원짜리 페이지 광고보다 4만원짜리 개인계정 채널 광고가 더 효율이 좋았습니다.
만약 이 시점에서 페이지 대신 개인계정 채널을 수준 높게 운영하는 곳이 있다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계정 채널들은 아직까지 전부 예능 등 휘발성 컨텐츠들로만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만약 스타트업이 제품의 컨셉에 맞는 주제로 특화해 수준 높은 컨텐츠들로 양지에서 개인계정을 운영한다면 괜찮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사진관련 사업이라면 이름을 ‘김포토’ 같은 걸로 바꾸고 재치있는 사진들로 운영하는 방식, ‘취업신’ 같은 이름으로 취업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러나 결론은, 의견은 넘나 다를 수 있는 것, 그리고 선택은 넘나 각자의 몫인 것이지요.
원문: 스타트업 하고 앉아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