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30년 전 낸 자서전이 최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제목은 art of the deal, 거래의 기술로 번역됐으나, 거래의 예술로도 번역 가능하다. 흔히들 거래를 잘한다 하면 두 가지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나는 성공한 CEO, 하나는 희대의 사기꾼.
그런데 이 둘은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니라 그냥 동전의 양면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 그렇다, 바로 가카… 이명박이다. 이 책의 메시지를 이명박과 비교하며 정리해 보았다.
1. 승부를 걸어라, 질 수 없는 시장을 찾아라
트럼프에게서 정말 이거 하나만큼은 배울 만한 점이 있다. 그는 승부를 뉴욕에 걸었다. 뉴욕 경기가 최악인 시기임에도 트럼프에게는 신념이 있었다. 오직 ‘뉴욕’이라는 것. 뉴욕이 무너지면 다른 곳도 멀쩡할 수 없고, 뉴욕은 대신할 수 없다는 것. 결국, 뉴욕은 되살아났고 그는 큰 이익을 얻었다.
이명박도 ‘서울’에 꽂았다. 서울시장에 목숨을 걸었으며, 그곳에 청계천과 대중교통이라는 굵직한 업적을 세웠다. 그리고 버블이라던 서울은 여전히 흔들림 없는 땅값을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별 것 없다. 그곳은 온리 원, 서울이니까.
2. 절대 주눅들지 마라, 배짱보다 중요한 건 없다
이 둘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그 둘은 변함이 없다. 카라는 노래했다. 어디서나 당당하게 걸어야 한다고. 그들은 항상 당당하다.
트럼프는 첫 문장에서 자기는 돈이 넘쳐나서 돈 때문에 이런 책 쓰는 게 아니라 한다. 이명박은 현대건설 시절 정주영 앞에서 짝다리를 시전한다. 전혀 쫄지 않는다. 그리고 그 자세는 지금도 이어진다. 트럼프는 계속 돈 자랑을 하고, 이명박은 자서전에서 자기는 다 잘했다고 말한다.
성공한 CEO와 희대의 사기꾼을 보면 폼이 다르다. 카리스마가 있든 부드럽게 하든 상대를 매혹시킨다. 적어도 그 기반에는 당당함이 있다. 이들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캐치하고 있다. 배짱은 자신을 싫어하는 이에게 최소한 공포감이라도 줄 수 있다. 나는 만만하지 않으니, 덤비지 말라는.
3. 크게 생각하라, 남들이 생각하지 못할 사이즈로
그렇다고 결과물이 없으면 그들은 그저 하찮은 사기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크게 생각하라” 그렇다. 그들의 결과물은 엄청나다.
좋든 싫든, 그들의 업적은 크고 아름답다. 트럼프는 항상 가장 큰 것을 추구한다. 트럼프 호텔은 각 도시의 가장 큰 건물이 되고자 한다. 이명박은 4대강도 모자라 대운하까지 추진하고자 했다. 어쨌든 그들이 가는 곳에는 업적이 남는다. 이것이 작은 사기꾼과 큰 사기꾼의 차이다. 몇 푼 먹으려 장난하지 않는다. 크게 해먹는다.
4. 자기 자신을 알려라, 뻔뻔할 만큼
흔히들 광고를 자기 자신을 자랑하는 것이라고, PR을 남들을 통해 자신을 조용히 알려가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트럼프는 완벽한 광고쟁이다. 동시에 PR맨이기도 하다. 그의 건물에는 모두 그의 이름이 붙어 있다. 그런데, 그 건물이 호텔이니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의 이름을 알리게 돼 있다!
가카는? 이명박정부, MB노믹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것은 브랜드가 된다. 욕을 먹어도 좋다. 사회학자들은 단순히 누군가의 이름을 자주 듣는 것만으로도 호감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강용석도 처음에는 비호감의 아이콘이었다. 우선 알려져야 한다. 특히 정치라는 승자독식의 세계에서는.
5. 미디어를 끌어들여라, 욕을 먹어도 시선을 모아라
굳이 두말할 필요가 있겠나. 네이버 뉴스 검색을 하니 트럼프가 훨씬 위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대화에서 조금이라도 더 튀는… 미디어는 튀는 무언가를 원한다. 평범한 소식은 전혀 자극적이지 않다.
이명박은? 애초에 2007 대선에서 모든 뉴스는 이명박과 이명박 대항마로 구분됐다. 막판? BBK로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가 집중됐다. 그때 이명박은 긴장하고 있었을까? 어쩌면 웃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6. 서민의 코드를 맞춰라, 먹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양키들 글을 서칭하던 중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이다. 트럼프의 장점으로 50개 주의 음식을 모두 맛있게 먹는다는 사실. 미국은 그야말로 하나의 대륙이고, 각 주의 음식 특징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맛있게 먹는다. 힐러리는 힘든 부분이다.
이명박 역시 먹짤 하나는 모두의 인정을 받고 있다. 서민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어필했다. 뭐, 먹을 줄도 모르는 현 대통령 모습을 보면, 그게 중요한가 싶긴 하지만…
7. 전문가를 괄시하라, 서민은 그들을 불신한다
트럼프와 샌더스의 공통점은? 바로 월가를 깐다는 것이다. 그래서 월가는 트럼프가 아닌 힐러리를 지지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샌더스와 좀 다르다. 첫째로 그는 금융업에 밝은 인간이다. 샌더스처럼 모르고 까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깐다. 또 하나, 그는 모든 전문가 집단을 깐다. 변호사도 까고 행정부도 깐다.
이명박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기존 모든 전문가층을 (자기 편 빼고) 부정했다. 그리고 이는 교모하게 그들이 서민 편이라는 느낌을 줬다. 적의 적은 내 편이다. 그렇게 되는 게 인간이다.
8. 적을 만들어도 좋다, 내 편만으로 충분하다
둘은 사람 잘라내기의 달인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사람을 말도 안 되게 중시한다. 비단 측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둘 모두 (멀쩡한 신도가 아닌) 보수 꼴통이라 불리는 개신교 신자들을 규합했고, 그 빡센 룰을 충실히 이행했다. 트럼프는 술자리를 매우 멀리했고, 이명박은 교회 주차장 정리를 했다.
사업하는 이들에게 ‘적을 만들지 마라’는 철칙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끝까지 나를 지켜줄 지원군’이다. NBA 최고의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는 말했다. Love me or hate me.
결. 져도 좋다, 이기면 더 좋다
위의 저 미친 – 그렇다, 합리적이건 아니건 미쳤다 – 코드로 트럼프와 이명박은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명박은 대한민국 정점에 올랐고, 지금도 친이계를 통해 친박계에 압박을 넣고 있다. 트럼프는 아직 대통령까지는 아니지만, 그 위치만으로 대한민국 대통령보다는 훨씬 큰 힘을 지닌 셈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 진다면, 그는 손해를 본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미국 양대 축의 정점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많은 것을 얻었다. 이제 전세계에 트럼프를 모르는 이는 없다.
사실 이 책의 메시지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있다. 앞뒤가 다를 때도 있다. 크게 생각하라더니 갑자기 신중하란다. 아무튼 상관 없다. 트럼프는 돈을 벌었고 책을 팔았다.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 섰고 대통령 후보가 됐다.
그리고 앞으로 그는 또 돈을 벌고, 또 논란의 중심에 설 것이고, 또 한 번 큰 일을 할 것이다. 그의 삶을 통해 약간의 지혜를 얻는다면, 이 책에 들인 시간이 아깝지는 않으리라. 당신이 트럼프만큼은 아니라도 미칠 배짱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