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첫 번째는 거짓말, 두 번째는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세 번째는 통계. 많이 들어본 표현 아닌가?
경제지표 역시 여기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 같다. 체감되는 장바구니 물가와는 거꾸로 가는 것 같은 ‘소비자물가지수’, 30년 동안 70% 밖에(?) 오르지 않은 ‘전국 부동산 가격 지수’ 등등 들 수 있는 예는 무수하다.
기본적으로 경제지표를 도구로 가지고 분석을 하는 나로서는 난감하다. 한계는 알지만, 대안은 없는 게 문제인데 그럼 과연 무엇을 가지고 경제를 측정하고 과거를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할 거란 말인가!
지난주에 발행된 이코노미스트의 기사 역시 나와 비슷한 넋두리를 하고 있어 주요 내용을 공유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래도 뭔가 다른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하는 1%의 기대를 걸어봤지만, 오히려 그 한계를 아주 자근자근 잘 정리한 글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GDP의 연원부터 최근까지의 다양한 시도까지, 충분히 읽어볼 값어치가 있는 글임은 분명하다.
아래에 간략하게 기사의 내용을 정리해 본다.
GDP는 경제를 측정하는 좋은 잣대인가
1. GDP는 과연 경제를 측정하는 좋은 잣대인가 : 한계는 안다, 하지만 대안이 있을까
- GDP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더욱 강해지고 있음
- 기술 혁신, 서비스 개선, 효율 증대, 가격 변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경제 규모와 성장을 왜곡시킨다는 지적
2. Nordhaus가 계산한 빛의 가격
- 1990년대 중반 Nordhaus 예일대 교수는 지난 2세기 동안의 ‘빛의 가격’을 계산
- 빛의 가격(사람들이 빛을 만드는데 지불한 가격)은 1800년에서 1992년까지 3배~5배 상승
- 이 과정에서 양초에서 전구까지의 발명과 혁신은 계산되지 않음
- 노드하우스는 이 단적인 예를 생활의 변화 전반에 적용한다면 더욱 많은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
3. Misleading의 다른 예는 무수히 많음
- 혁신 역시 측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문제를 가져옴. 게다가 최근의 빠른 혁신들은 아예 빠져 있는 경우가 많음
에어비앤비나 우버, 공유 소프트웨어, 유튜브에서 소비되는 엄청난 양의 컨텐츠 등은 아예 GDP 측정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렇다면 GDP는 경제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셈.
- 왼쪽 그림 : 미국 방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6년간 변화가 없었지만, 데이터 트래픽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중
- 오른쪽 그림 : 금융도 마찬가지. 은행의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영국의 은행은 뱅크 런 등 우려가 확산되며 주가는 급락. 그런데도 GDP에는 이러한 우려가 반영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GDP에서 금융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위로 급등
4. GDP는 애초에 생산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낸 지표였다
- GDP의 근대적 개념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고안되었음. 1932년 미 의회는 쿠즈네츠에게 4년간의 국민소득 측정을 의뢰함. 1년 뒤 쿠즈네츠가 계산을 해내기 전까지 아무도 대공황의 규모를 가늠하지 못했음
- 영국의 콜린 클라크는 1920년대에 GDP 계산을 시도했으며, 케인즈는 1940년에 영국이 총, 탱크, 전투기를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지를 계산. 이를 시작으로 케인즈는 소비/투자/정부지출 등으로 분류되는 GDP 정의를 수립
- 전쟁 당시에 GDP는 공급을 관리하기 위한 개념의 성격이 강했음. 종전 이후 케인즈는 불황에 맞서 수요를 관리하기 위한 개념을 도입함. 어느 측면이라 하더라도 GDP는 생산을 측정하기 위한 방법이며, 복지를 측정하기 위한 방법은 아님
5. GDP는 제조업에 편중된 경제지표이다
- ‘생산’이라는 범주가 측정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음. 오늘날 많은 부자 국가들의 경제는 서비스업을 위주로 하고 있지만, GDP는 제조업 생산을 위주로 하던 시대에 만들어진 프레임을 고수하고 있음
- GDP가 생산, 즉 제조업에 너무 편중되어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
ex) 단적인 예로 1950년대에는 영국 경제의 1/3이상이 제조업이었지만, 오늘에는 1/10 수준으로 비중이 축소됨. 나머지는 서비스업이 채움. 제조업은 24개의 항목으로 분류되지만, 경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은 50여 개의 분류로만 나뉘어 있음
- 제조업 편향은 단순히 왜곡의 문제에 그치지 않음. 제조업 위주의 GDP 측정은 과세, 총수요관리 등의 광범위한 문제로 연결됨
ex) 일부 민간 서비스 부문은 측정에서 제외됨. 주택임대의 경우 월세로 주거서비스가 측정되지만, 자가 보유 부동산의 경우 가치가 GDP 계산에서 제외됨.
- 서비스의 경우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 즉 가치를 측정하기 더욱 어려움 (예시 : 음식의 맛)
6. GDP는 기능(편익)보다는 가격에 집중한다
- GDP는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되지만, 스마트폰만 해도 같은 가격에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게 됨
- 가격에만 집중하다보면 제품 개선 등이 반영되지 않게 됨. 스탠포드 대학교의 보스킨 교수는 1년에 약 0.6% 정도의 GDP가 과소계상되었을 것으로 추정
- 아울러 물가 지수가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 발생. 오프라인 쇼핑몰을 대상으로 물가를 집계하는 방식도 민간에서 시도되고 있음
7. 하나의 숫자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많은 문제점을 언급했지만, GDP가 아예 쓸모없다는 것은 아님. 다만 서비스 분류의 구체화 및 재구성, 제품 및 서비스의 개선과 혁신을 측정하는 방법을 더욱 개발해야 할 필요
- 일부에서는 한 숫자를 가지고 모든 걸 말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함
- 미국을 필두로 GDP 측정법을 개정(System of National Accounts 2008) : 지식재산생산물(R&D, 예술작품 등)이 투자로 변경되어 부가가치 생산과 투자지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발생
원문 : 지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