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저는 트래블메이트 마케팅팀의 남주임이라고 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짜장면글쓰기를 좋아했고, 기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글만 쓰는 기자보다는 팀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트래블메이트 마케팅 팀에 지원했습니다. 평소 여행을 좋아했기에, 트래블메이트의 마케터 합격 메일이 왔을 때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출 것처럼 기뻐했습니다.
입사할 때의 포부는 컸습니다. 이렇게 좋은 제품들이 많다니!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한국민속촌 같은 SNS를 만들겠어! 그런데… 입사 이후 놀라운 사실이 저를 덮쳐왔습니다.
저의 입사와 함께 마케팅 팀이 신설됐는데, 아직 팀장이 뽑히지 않았더군요. 회사에서는 곧 팀장을 뽑을 테니 너무 걱정 말라고 하셨습니다. 실제로도 종종 면접을 보러 오는 분들이 있어, 저를 기대에 가득차게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1년 동안, 마치 정홍원 총리처럼 매일 같이 비어 있는 공석을 쳐다봐야만 했습니다.
회사의 눈이 높은 건지, 아니면 저의 골수를 빼먹기 위한 훼이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그냥 제가 팀장이 될 때까지 팀장이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네이티브 애드를 하라는데, 저부터 살기 위해 “팀장님 구인공고”를 써보겠습니다.
[명작소설] 아낌없이 주는 남주임나무주임
옛날 트래블메이트에 사장님이 한 사람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장님에게는 유일한 마케터 직원, 저 남주임이 있었습니다.
저는 혼자 블로그를 운영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트잉여 사장님이 저를 찾아와 페이스북을 운영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끙끙대며 팔자에 없던 포토샵을 배워 페이스북을 운영했습니다. 저는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세뇌했습니다…
포토샵이 겨우 손에 익을 즈음 사장님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빨리 팀장을 구해달라 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신규 매장을 냈는데, 전시를 도울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팔자에 없는 DP에다가 대학시절 이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찌라시도 돌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또 사장님이 나타났습니다(…) 팀장이고 뭐고 필요 없으니 제발 좀 가라고 했습니다.
그제서야 선배들의 말을 깨달았습니다. 일을 주는대로 계속 하면, 일은 끝없이 온다고… 사장님은 “유명 블로거와 제휴 마케팅…”, “MCN이 뜨는데 우리도…” 등등 그리고 1년이 다 되도록 각종 업무를 팀장 없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행복… 한 번도 난 너를 잊어본 적 없어, 오직 그대만을 생각했는 걸, 그런데 넌 뭐야, 날 잊었던 거야… 지금 내눈에선 눈물이 흘러, 배신감 느껴… 그래도 저는 행복했습니다… 사장님, 보고 계시죠(…)
우리 회사 좋은 회사에요. 온라인 1등 여행용품 쇼핑몰이고, 전국 14개 매장, 거기에 강남본점에서는 환전센터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사도 역세권에 있고, 다른 회사와 달리 장기 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어요. 우수직원에게는 연 150만원의 보너스에 5일의 추가 휴가를 줘요. 원하는 여행용품은 마음대로 쓸 수 있고요… 여행덕후에게는 이만한 직장도 없을 거에요…
저희 팀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합니다. 회사 블로그 및 페이스북 운영 등 SNS채널 운영, 명랑여행연구소라는 여행컨텐츠 채널운영, 여행작가 및 여행블로거 지원, 여행관련업체 제휴 및 언론홍보, 방송PPL…. 등등 너무 많아 보이신다고요?
어딘가에서 이 글을 읽고 계실 팀장님! 다행히도 이번에 새로운 노예, 마케터 한 분도 덫에 들어왔어요. 일당백 슈퍼 팀원들이 두 손모아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 힘세고 강한 노예팀장님만 오시면 돼요.
되도록 대표님의 무리한 요구를 쳐낼 수 있도록, 업계 경력 5년 정도는 되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문의는 [email protected] 로 편히 주세요.
만화: 김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