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프리허그(Free Hug)가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던 이유는, 낯선 사람이지만 아무런 말없이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큰 위로가 되기 때문이었겠죠.
로스앤젤레스의 거리에 서 있는 한 사람의 피켓에는 프리허그가 아닌 ‘Free Listening’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습니다. 도시의 고백(Urban Confessional) 캠페인을 하는 중입니다.
우연한 대화에서 시작된 캠페인
캠페인은 배우 몇몇의 모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Free Listening”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그들은 매주 LA 거리 모퉁이에 서서 웃고, 울고, 소리 지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벤자민 메스는 2012년에 이혼 후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봉사활동을 찾다가 한 노숙자와 우연히 대화하게 되면서 이 아이디어를 생각했습니다. 그 노숙자는 돈을 얻기 위해 그에게 접근했지만 벤자민은 짧은 이야기와 기도밖에 해줄 수 없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도시의 고백(Urban Confessional)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듣기’의 의미
벤자민이 말하는 ‘듣기(Listening)’는 매우 용기 있는 행위입니다. 자신의 시간과 존재를 포기하고, 나의 생각, 감정 또는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 감정, 경험을 헤아리는 일입니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아닌 상대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듣기’는 인내를 기르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무슨 일에든 항상 서두르지만, 듣기는 우리에게 주변의 것들을 돌아보게 하는 여유를 줍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삶의 짐을 지고 살아가지만, 항상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낯선 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나 자신의 문제를 그동안만큼은 잊게 됩니다. 이런 방식의 소통은 문화의 순환 측면에서 건강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느 날 만난 10대 소녀는 자살 시도를 하지 않은 지 75일이 된 날이라는 얘기를 해왔고, 어떤 남자에게선 감옥에서 나오는 길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최근에 만난 한 남자는 자기 아들과의 문제에 대해 한 시간 반을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무겁고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들어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야기를 한 사람들은 마음을 열고 다가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듣기’의 방법
‘도시의 고백’ 캠페인에서는 ‘듣기’의 몇 가지 가이드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들어주어야 합니다. 듣기는 침묵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중간중간 동의하는 반응을 보이고, 질문이 있으면 해도 됩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어떤 문제에 대한 의견을 요청하는 경우엔, “저는 단지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여기에 있는 거예요.” 라고 말하고 상대방의 물음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되도록 팔짱을 끼지 않고, 이야기를 듣는 동안 핸드폰을 보거나 몸을 흔들거리지 않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말하는 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기록하지 않습니다. 선글라스를 벗고 상대방의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듣습니다.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미소와 함께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맞춥니다. 상대방이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오기 위해서입니다. 3명 이상 무리 지어 서 있지 않습니다. 다가오려는 사람에겐 위협적일 수 있습니다.
이 외에 다양한 질문의 방법과 자세한 가이드라인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말하기’ 보다 ‘들어주기’가 때로는 더 어려운 일입니다. 묵묵히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듣기’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시작이라고 하죠. 어떤 말을 해 주기보다는 부담 가지지 않고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원문: 슬로워크 / 필자: 나무늘보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