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해보니까요, 생각했던 것보다 글 쓸 일이 많지 않나요? 마케팅이나 PR 담당자는 말할 것도 없고, 대표/이사님들도 글을 써야 하는 일이 자주 있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 팁에 관한 글은 많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책을 많이 읽어라’ 같이 인정사정없는 정답들(?)이 대부분인데요. 오늘은 ‘온라인에서 읽히는 글쓰기’를 목적으로 한 오늘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글쓰기 팁 6가지를 공유해보겠습니다.
- 글 담는 그릇을 배워오자
- 펀치라인과 터치라인에 신경쓴다
- 레이아웃은 내용만큼 중요하다
- ‘프라이버시’를 노출하면 재밌어진다
- 반복 체크만 해도 훨씬 깔끔해진다
- 너무 잘 쓰려고 하면 절대 잘 쓸 수 없다
1. 글 담는 그릇을 배워오자
내 글을 쓰기 전에, 먼저 비슷한 형식의 잘 쓴 글을 2개 이상 찾습니다. 유심히 봐야할 지점은 내용이나 멋진 문장이 아닌 ‘전체적인 글의 구조’입니다. 즉, 잘 쓴 글을 보고 글 담는 그릇 = 글의 논리/전개 구조를 배우는 방법이죠.
생각해보면 사실 글쓰기에서 어려운 부분은 ‘무엇을’이 아닌 ‘어떻게’에 해당하는 부분들입니다. 글을 어떻게 써나갈지 구조를 잡고 짜임새있게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려움을 느끼죠.
‘무엇을’에 해당하는 부분, 즉 쓰고 싶은 내용은 각자 머릿속에 이미 있고 부족해도 자료조사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좋은 글의 구조를 배워 올 수 있으면 그 틀에 맞춰 내 머릿속에 있는 얘기들을 채워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메모장을 열고 배워온 글 구조에 맞춰 내 글의 간단한 개요를 적어보면 어떻게 써야할지 정리하기가 더 쉽겠죠?
글 담는 그릇을 보는 관점은 ‘보도자료 작성법 & 미디어리스트 만드는 법‘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2. 펀치라인과 터치라인에 신경쓴다
온라인에서의 글쓰기는 특히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중요합니다. 때문에 스스로 글쓰기 내공이 높지 않다고 여긴다면, 이 부분에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문장은 글을 읽어볼지 말지 결정하는 척도가 되죠. 우리도 제목을 보고 혹해서 들어왔다가 첫 문장을 읽어보고 백버튼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읽히려면 어쨌든 첫 문장에서 뭔가 흥미를 자극해야 좋습니다.
이렇게 글을 읽게 만드는 요소, 흥미로운 첫 문장을 ‘펀치라인’이라고 합니다. 가장 많은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는 부분은 첫문장입니다. 뭐라도 매력적인 구석이 있어야 하죠. 다만 처음부터 이렇게 시작하면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갈 수 있으니, 일단 다 써놓고 첫문장만 다시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반대로 글을 끝까지 읽었다면, 뭔가 읽은 보람이 있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에 또 봐주시거든요.
마지막 문장에 왔을 때 가장 좋은 건 역시 인간적인 공감을 기반으로 한 작은 감동이나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며 읽은 보람이 있게 만들어주는 끝 문장을 ‘터치라인’이라고 합니다. 이제 예시를 한번 볼까요.
→ 44444. = 펀치라인. 우연히 클릭했는데 첫문장이 ‘44444.’인 글을 봤다면? 대부분 즉각 호기심이 생기겠습니다. 그리고 글을 읽게 만들겠죠. 이어서 터치라인도 볼까요.
→ 노OO. 1980년생.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 터치라인.
감이 오시나요? 펀치라인에선 잡아끌어 읽게 만들고, 터치라인에선 여운을 주며 돌려보내는 멋진 칼럼입니다.
3. 레이아웃은 내용만큼 중요하다
글쓰기는 단기간에 잘하기 어려운 분야지만 레이아웃 활용은 누구나 즉시 써먹을 수 있습니다. 이것만 신경 써도 퀄리티가 훨씬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글쓰기에 자신이 없으면 없을수록 레이아웃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에디터 기능이나 포토샵, 파워포인트로 글을 꾸며주면 좋습니다. 브런치 에디터 활용법은 여기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폰이나 PC로 읽는 글은 집중도가 떨어지게 마련이죠. 때문에 시선을 끌 수 있도록 사진, 단락 구분, 색/글씨크기 사용 등 레이아웃 요소를 적극 활용하는 걸 추천합니다. 행갈이도 가급적 자주 해서 여백을 주는 편이 좋습니다.
마케터분들의 경우에도 글쓰기에 막대한 에너지가 소진되다보니 마지막엔 지쳐서 ‘에이 몰라’하고 그냥 발행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레이아웃 활용은 안 하면 손해입니다. 많은 에너지를 투자해서 쓴 글이니만큼, 최대한의 ROI를 뽑아내려면 끝까지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사업계획서 합격을 위한 9가지 팁‘ 포스팅은 과거 워드프레스 블로그에 썼을 때 도달률이 1만뷰 이하였습니다. 그런데 동일한 내용을 카드뉴스로 편집해서 올리니까 페북 7만뷰, 빙글 23만뷰 등 총 38만뷰 이상의 도달률이 나왔습니다. 이 포스팅은 스타트업 하고 앉아있네를 만들고 2번째로 올린 것으로 당시 팔로워 수에 비춰봤을 때 꽤 많은 도달률이었습니다.
물론 플랫폼 선택 영향도 컸겠지만 온라인에서의 읽히는 글쓰기는 내용뿐만 아니라 내용을 담는 형태도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4. ‘프라이버시’를 노출하면 재밌어진다
글을 읽다보면요, 뜬금없는 지점에서 재미나 흥미를 느낄 때가 있지 않나요? 그런 흥미를 느끼게 되는 부분은 주로 글쓴이의 인간적인 요소가 노출되는 지점이 많습니다. 문서처럼 딱딱한 글이 되지 않게끔, 개인적인 경험이나 유머 등 친근한 요소를 넣어주면 좋습니다.
예컨대 노하우를 정리하는 글을 쓰더라도 그 노하우를 얻게 된 과정에서 실제 느낀 바나 세부적인 결과가 어땠는지, 당시 팀원들 반응은 어땠는지, 누가 어떤 농담을 했는지 등 ‘프라이버시’에 가까운 내용을 노출시키면 훨씬 글이 재밌어집니다. 이거 읽으시는 여러분도 위 3번에서 ‘실제 도달률’이라는 ‘프라이버시’를 보셨을 때 다른 부분에서보다 좀더 흥미를 느끼지 않으셨나요?
5. 반복 체크만 해도 훨씬 깔끔해진다
‘같은 내용이나 표현이 반복해서 나온 부분이 있는가’, 이거 하나만 체크하고 수정해도 글이 훨씬 좋아집니다. 반복되는 내용이나 표현은 읽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했던 얘기 자꾸 또 하는 사람이랑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겠죠?
6. 너무 잘 쓰려고 하면 절대 잘 쓸 수 없다
저는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면 헛스윙이 나오게 마련이고, 필요 이상으로 세게 차면 대기권 돌파슛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글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굉장히 훌륭한 글은 쓸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훈련을 거쳤거나, 그러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투자해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글을 쓰기 전부터 이 사실을 인정하고, ‘그냥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만 차분히 정리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굉장히 훌륭한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이 굉장히 훌륭한 글을 쓰고 싶은 욕심에 오버하다보면 굉장히 조잡한 글이 나옵니다. (경험담)
언젠가 우리가 굉장히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전까진 이런 몇 가지 팁으로 버텨봅시다.
원문: 팀슬로그업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