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일베라는 원래 지극히 마이너하고 극단화된 담론쓰레기장이 무척 뜨거운 주류언론의 관심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마치 당연한 귀결처럼, 정색하고 일베와 나꼼수를 비교하는 기사도 나오고 말았다. (기사 링크) 그러자 헬게이트 오픈.
이 기사에서는 지나치게 일베와 나꼼수를 ‘퉁친’ 경향이 있다. 이런 식으로 본다면 ‘일베’와 ‘오유’도, ‘일베’와 ‘새누리당’도, ‘이명박’과 ‘노무현’도 모두 같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무언가를 비교할 때는 ‘이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함의를 얻게끔 해야 하는데, 그냥 늘어놓고 비교하다 보니, 기사가 엉뚱한 길로 빠져 버렸다.
일베와 나꼼수 사이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공통점이라면 막말의 해방감, 근거보다 열의, 반대편의 악마화, 자신들이 집중하는 이슈 외의 논점과 갈등은 사소한 것 취급한다는 점 등이다. 차이점이라면 나꼼수(에서 결집되었던 사고방식들)는 결국 ‘더 나은 세상이라고 홍보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야한다’는 전제가 있어서, 어느 선을 넘으면 그게 완충이든 브레이크든 되어주어 일련의 합리성을 논의에 끌고올 수밖에 없다. 반면, 일베(에서 결집된 사고방식들)는 그런 거 없다.
똑같다 매도할 필요도 없고, 감히 비교했다 성낼 필요도 없다. 패턴의 공통점을 따라가보며 보편성을 성찰하고, 분화점을 찾아내 왜 갈라질까 따지며 타산지석/반면교사 삼으면 된다. 그렇다고 이 분화점을 ‘진영’으로 놓는다면 아마 망하는 지름길이겠지만. 유명인들의 반응을 통해, 일베와 나꼼수에 대해 간단하게 생각해 보자.
경향신문에서 특집을 다루고 있으나 구멍이 좀 보인다. 사실 일베와 재특회 비교도 이미 그리 깨끗한 게 아니다. 재특회는 조직화됐고, 일베보다는 오히려 노노데모에 가깝다. 일베는 차라리 2ch의 혐한게시판에 해당한다. 즉 슬럼가와 그 안에서 만들어진 조직을 구분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반해 일본의 기자 아저씨는 여러가지를 잘 조절해 말하고 있다.
덤으로 캡콜드님의 ask.fm에서 일베 관련 질문을 일부 옮겨 본다.
Q. 일베 남성 회원들은 일베 여성 회원들에게 호감을 가질까요?
A. 모든 식민성이 그렇듯, 여성을 까는 여성에게는 더 큰 호의가 주어지겠죠(…)
Q. 일베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요? 표현의 자유에도 어긋나고 국정원과 연루된 것 등 cozy한 관계라 어려운데, 특히 젊은 세대의 유행이기도 해서 더더욱 조절하기 어려운데 말이죠.
A. 전복적 유머가 넘치는데도 그런 식의 막장이 아닌 다른 공간을 가꾸어, 그쪽이 훨씬 쿨해보이도록 만들면 좋겠습니다. 즉 어떤 대비를 만들어, 일베류는 매우 구린 것 취급 받도록 유도해야 함.
Q. 민주화 발언이 문제가 되는데, 일베식 용어가 퍼지는 건 어린 세대의 새로운 언어관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꼰데이즘이니 구차한 건가요 아니면 진지하게 우려해야 하는 건가요? 과연 교정할 수가 있나요?
A. 진지하게 우려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새 조어가 생기는게 아니라, 같은 어휘에 멀쩡하게 다른 원래 의미를 지닌 중요한 개념을 침식하는거니까요.
Q. 일베도 우리 사회의 산물이므로 포용해야 한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똘레랑스적 측면에서는 동의하지만, 여성들이 소개팅 상대의 일베러 여부를 확인하고 기피하는 성향을 비난할 근거로는 부족하지 않나요?
A. 포용한다는건 그런 방식의 존재를 인정한다는거지, 명백히 그릇된 부분을 퉁쳐준다는건 아니죠.
Q. 일베=2chan=4chan 입니까?
A. 아뇨 각각의 방식으로 막장입니다.
Q. ‘盧-옴’ 으로 ‘놈’을 표현하네요. 허허헣↗ 일베하면 문학적 감수성이 상승하는 모양입니다?
A. 일베 안해도 그 정도 수준은 널렸습…
Q. 일베 퇴적암도 어딘가는 쓸모있지 않을까요!?
A. 그럼요. 사료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Q. 학교축제에 베충이를 발견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A.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섯 발짝만 멀리 떨어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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