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썰전 방송은 분식회계의 본질을 건드린 부분이 있어 재미있게 보았다. 보통 그동안 분식회계는 주로 재벌오너, 무리한 경영을 시도한 경영자, 회계법인만 연루된 일로 알고 있다.
본질적으로 분식회계는 한 번에 일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장기적이고, 다수의 연루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것도 기업 내부로부터 말이다.
썰전이 다룬 초점은 임직원, 경영진, 사외이사 등 대우조선해양 관련자들이 지원된 국민의 세금을 “해도 너무 해먹었다.” 였다. 그런 상위의 지시자뿐만 아니라 분식회계 논란 기업 소속 구성원 모두가 일정 부분 책임이 있을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례로 분식회계의 피해자가 단지 해당 회사 투자자, 이해관계자에게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오히려 그 회사에 속한 모든 임직원이 무의식적인 가해자와 종국에는 스스로 피해자로 남는 점이 상식이 되어야 한다.
분식회계의 3가지 핵심
첫째, 분식회계는 절대절대절대 경영자 혼자 저지를 수 없다. 꼭 경리, 회계팀만이 아니라 사원, 대리, 과장, 부장, 임원 등 회사 직원 모두가 연루되거나 참여할 수 있다.
“창고에 물건 없는데, 위에서 지시하기로, 대장에는 숫자 채워놓으라고 했어요.”
“거래처에 매출계산서 허위로 작성 요청하라고 했는데… 부장님이 시켜서 어쩔 수 없었어요…”
위에서 시켰다는 이유만으로 분식회계에 참여한 모든 임직원은 면책이 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1~2조라고 하면 수많은 거래가 허위로 작성되고, 수많은 담당자가 묵인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떤 이들은 깨닫게 된다.
“뭐야, 우리 회사 재무제표 엉망이잖아. 내가 돈 가져가도 아무도 모르겠는데? 어차피 장부가 조작된 판에.”
대우조선해양 차장이 180억을 횡령했다. 차장이 그 정도면 과장, 대리, 사원은 얼마 정도 할 수 있을까? 위에서 빼먹고 중간에서 가져가고, 아래서 그냥 집어 간다. 분식회계는 횡령, 배임, 사기 3종 세트가 함께 따라 다닌다.
둘째, 나중에 얼마의 손실이 있는지 계산이 안 된다. 그동안 이렇게 여러 명이 손을 대다 보니, 매년 결산은 억지로 맞춘다. 결산담당자도 분식회계에 가담한 셈이다. 그러니 실체는 이미 과거 속에서도 찾기 힘들 수준이 된다.
대우조선해양이 여전히 손실의 금액이 발표하는 주체마다 다른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처음에는 3조인가 2조인가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12조까지 주장이 많다. 1조 아니 100억만 되도, 수만 가지의 거래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 결산할 때 10원만 차변과 대변이 달라도, 이는 단지 10원의 차이가 아니다. 결산결과 전부가 흔들릴 수 있는 증거다. 대우조선해양 손실의 숫자 크기는 다르게 표현하면, “우리는 어쩌면 영원히 대우조선해양의 손실 규모를 밝혀낼 수 없다.”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분식회계로 인한 제3의 피해자 대책은 없다.
대우조선해양이라는 큰 회사에 대한 대책은 많이 나오지만, 이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직원, 협력사, 투자자에 대한 대책은 없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누군가 돈을 내거나, 손해를 봐야 한다. 보통 세금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보다 이해관계자의 손해를 먼저 털고 회사가 회생한다.
예를 들어 만약 대우조선해양이 회생절차가 들어가면 가장 먼저 협력사에게 줘야 할 채무가 동결된다. 대우조선해양이 주력 납품처인 협력사는 함께 도산해야 할지도 모른다. 수많은 협력사, 주식투자자, 임직원들의 손해가 대우조선해양이 회생하는 첫 번째 희생물이고 기반이다. 산업은행과 같은 가장 큰 채권자는 오히려 방법이 많다. 웃기는 현실이다. 빚쟁이도 서열이 높아야 가져갈 게 그나마 있다. 나머지는 망하고 나서 잊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도 이럴 줄은 몰랐다고 할 것이다. 회사가 어렵다고 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할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를 위해서도 회계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나, 스스로 분식회계에 이용당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상식이 필요하다.
회사가 실질적인 매출이 없고, 허위로 매출을 맞추는 일에 동참하면서도, “이래야 성과급이 나온대.”라는 정도로 인지했다면, 떳떳할 수 있을까?
우리는 분식회계에 관련해 기업의 오너, 대주주에게 가혹한 책임을 묻지 않을뿐더러, 가담한 임직원은 대부분 “위에서 시켰다는” 강압적인 기업문화, 책임불분명을 들어 법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위에서 시켰다.”
그 이유가 종국에는 스스로뿐만 아니라 동료 모두를 해직 위기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한 회사와 수많은 가족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를 흔들었다.
사족
어젯밤 썰전 방송에서 회계법인에 관한 내용이 빠진 것에 개인적으로 의미를 둔다. 방송분량 때문에 빠졌겠지만.
대우조선해양 관련해 외부감사를 받았던 안진회계법인이 지난해 6월부터 근 1년간 부실감사로 언론의 지탄을 받았다. 안진이 비난을 받을 때 내가 답답했던 것은 “왜 회계법인만 첫 번째 책임자처럼 다루는가?”였다. 아는 기자들 볼 때마다 “빡쳐가며” 외쳤던 것은 “왜 경영관리의 가장 책임이 큰 조직인 산업은행은 안 다루는가?”였다.
여전히 회계법인에 대한 의혹과 문제점이 있다. “전문가라며 왜 속고만 있었는가? 너희는 뭐한 거냐?”라는 비난은 벗어날 수 없다. 또한, 심각하게 회계감사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원문: 이승환 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