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완성도 높은 빌드업을 한다 하더라도 골을 넣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다. 그래서 압박 수비, 빌드업을 할 때처럼 상대를 공략하기 위한 ‘전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냥 대충 상대 골대에 슛해서 골 넣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항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축구는 그렇게 단순한 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자, 페너트레이션의 정의와 원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페너트레이션의 정확한 정의
빌드업은 공격을 전개하는 단계라고 전에 설명한 바 있다. 살을 더 붙이자면 상대의 압박을 견디며 능동적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반면 페너트레이션은 공격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빌드업을 통해 상대진영까지 공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마지막 남은 과정은 바로 마무리다. ‘일반적으로’ 빌드업의 중심축이 수비수와 미드필더라면 페너트레이션의 중심축은 공격수다.
한편 빌드업과 페너트레이션의 차이점에 대해 헛갈려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공격을 전개하는 행위’와 ‘마무리’한다는 표현이 매우 모호하기 때문이다. 상대진영에서는 일반적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행위와 마무리하는 행위들이 혼합되어 나타난다. 때문에 전문가들 역시 ‘상대진영에서의 빌드업’과 페너트레이션을 자주 혼동하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이 두 가지의 차이점에 대해 굳이 깊게 파고들 생각이 없다. 때문에 독자들의 쉬운 이해를 위해 상대진영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행위는 전부 ‘마무리’라고 가정하고, 이를 페너트레이션이라고 칭할 생각이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골을 넣으려는 적극성에 따라 상대진영에서의 빌드업과 페너트레이션은 서로 구분돼야하긴 하지만 말이다. (상대진영에서의 빌드업과 페너트레이션은 완전히 같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페너트레이션의 응용
페너트레이션을 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을까? 가장 쉽게 떠오르는 방법은 슈팅이다. 만약에 슈팅 각도가 나올 경우, 공을 돌리며 기회를 엿보기보단 주저하지 않고 상대 골문을 향해 슛을 해야 한다. 이때는 여러 명의 아군 선수가 페너트레이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공을 가진 공격수 한 명만이 페너트레이션을 강행한다. ‘공격수의 개인 움직임을 통해 슈팅 각도가 나오자마자 바로 슈팅을 때리는 페너트레이션’은 거의 모든 팀의 기본 전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슈팅을 축구의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잉글랜드에서 해당 전술이 더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이 사실이다.
프리메라리가의 거의 모든 팀이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페너트레이션 전술을 애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바르셀로나가 단연 압권이다. 엔리케의 바르셀로나는 네이마르, 수아레즈, 메시가 주축이 되어 상대진영에서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펼치며 상대의 허점을 찾아내곤 한다. 과르디올라가 집권하던 시절 역시 마찬가지였다.
혹은 측면에서 풀백이나 윙어가 날린 크로스를 중앙에 있는 공격수가 받아 득점 기회를 창출하는 방법도 자주 애용되곤 한다. 처음에 알아봤던 슈팅과 마찬가지로 크로스를 바탕으로한 페너트레이션은 다른 리그에서도 자주 쓰인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쓰이는 빈도수가 높다. 퍼거슨 감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측면에서 박지성, 나니, 호날두, 긱스 등이 날린 크로스를 중앙에 위치한 루니, 테베즈가 받아 골을 넣곤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오늘날엔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포스트플레이를 이용한 페너트레이션이 대두되고 있다. 상대진영 한가운데서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개인기를 통해 계속 공을 붙잡아 둔다면 필연적으로 그를 막기 위해 여러 명의 상대 수비수들이 달려들 것이다. 이때 생긴 빈 공간을 아군의 다른 미드필더, 공격수들이 파고들어 상대의 허점을 노릴 수 있다.
포스트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페너트레이션을 자주 쓰는 팀을 특정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에릭 칸토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등 볼 키핑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이런 식의 페너트레이션을 자주 선보인다. 이렇듯 페너트레이션 전술은 단순히 슈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상대진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플레이들이 페너트레이션이라는 범주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유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