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을 보신적 있나요? ‘달러쉐이브 클럽’이라는 면도기 회사의 2012년 바이럴 비디오입니다.
이 영상이 유튜브에 노출된 지 48시간 만에 12,000명의 사람들이 서비스에 가입했습니다. 몇몇 구글 광고를 제외하고는 다른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이뤄낸 엄청난 성과입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달러쉐이브 클럽의 시장 점유율이 눈에 띄게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면도기 브랜드 1위를 지키고 있는 질레트마저 그들을 견제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윗과 골리앗 같은 두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질레트는 시장에서의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더욱 효율적인 면도를 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해 지속적인 고민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다중 면도날, 윤활 스트립 같은 소소하지만 실질적인 아이디어들을 도출해냈죠.
하지만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압박감 때문이었을까요, 질레트는 점점 면도기의 본질이 희미한 제품들을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면도기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처럼 허세를 부리는 느낌의 제품들이 많이 발매되었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딱히 쓸모없는 하이테크놀로지가 장착되면서 괜히 가격만 비싸졌다는 인상을 주었죠.
달러쉐이브클럽은 이러한 질레트의 전략에 돌직구를 날립니다.
쓸데없는 면도기 기능에 돈 쓰지 마세요.
그들은 면도기 기능의 본질인 ‘면도날, 윤활바, 헤드’ 이 세 가지에만 집중하면서 파격적인 가격과 정기배송이라는 편리성을 강조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정신없이 바쁘고 돈 나갈 곳 많은 세상, 면도기에는 신경 끄고 살자’ 겠죠. 질레트가 하이테크놀로지에 정신이 팔려 잊고 있었던 ‘면도기의 본질’을 달러쉐이브 클럽은 다시 끄집어냈습니다.
본질을 벗어난 질레트의 또 다른 영상입니다.
당신의 아랫도리 털을 밀면 당신의 소중이가 더 커 보인다. 그러니까 당신은 면도를 해야 한다.
아니 뭐 이런 내용인데… 털을 내주고 크기를 취한다? 이 얼마나 괴랄한 발상인가요. 인류는 다른 기대효과를 얻기 위해 면도를 해왔던 걸까요? 면도는 그저 면도일 뿐이죠.
놀랍게도 이 슬로건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 소비자들은 이러한 허황된 기대 효과에 속았을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2016년이죠. 심지어 근래에는 면도 유무를 통해 매력지수가 달라진다는 실험 영상까지 나온 상황이네요.
면도기 회사이기 때문에 면도를 권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센스있는 마케팅 전략도 아닐 것입니다.
얼마 전 질레트는 사람들이 특정한 ‘그 클럽’(The other shave club)을 타겟으로 원색적인 비방하는 영상을 발표했는데요, 골리앗은 그 다윗이 꽤나 성가시긴 한가 봅니다.
어떤가요? 이 정도면 조그만 스타트업 기업이 만들어 낸 엄청난 성과가 아닐까요?
결론 1. 다윗이 골리앗을 맞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전략
- 경쟁사가 제품의 본질을 바라보는 시각을 분석해 그와는 다른 본질로 다가가라
- 제품의 본질을 억지로 확장시키지 말고 제품 자체에 충실하라
- 소비자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하라
결론 2. 하지만 전략만큼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 단기간에 많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요인은 독특한 바이럴 비디오 덕분
- 바이럴 비디오는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장기적 전략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메이킹이 가능
원문: Vertical Platform / 필자: 이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