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참여연대가 구미시와 성남시의 주요사업을 비교했다
지금 인터넷에선 지역 시민단체 페이스북에 오른 카드뉴스 하나로 누리꾼들이 뜨겁다. 지난 5월 13일에 구미참여연대(공동대표 황대철)가 올린 “구미시 VS 성남시 2016년 주요 사업 비교-당신은 어디에 살고 계시나요?”가 그것이다.
죽은 자를 제사지내기 위해 천억 이상의 세금을 쏟아 붓는 도시와
산 자들의 행복을 위해 예산을 과감하게 투자하는 도시
자신의 정치적 사익을 위해 죽은 자를 불러내는 시장과
주민을 주인처럼 받들며 대한민국을 변화시키고 있는 시장구미시 VS 성남시
세금을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십시오.
당신은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카드뉴스 앞에 붙인 짤막한 안내문은 이 지역 시민단체가 구미시와 성남시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구미시의 이른바 ‘박정희 마케팅’은 도를 넘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구미시의 과한 ‘박정희 마케팅’
카드뉴스가 제시하고 있듯, 구미시의 이른바 ‘박정희 관련 예산’은 천억 원을 훌쩍 넘는다. 박정희 생가관리 및 추모예산 15억,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 40억(박정희 뮤지컬 28억 포함),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건립 200억에다 새마을 테마파크(2011~2017) 866억을 합하면 무려 1121억 원에 이른다(박정희 뮤지컬? 고향에서 반신반인(半神半人)이 된 독재자).
구미참여연대는 죽은 독재자를 추모하고 그에 대한 향수를 우려먹는 사업 대신에,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지역 경제를 고민하고 시민들의 민생을 챙기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라고 믿는다. 이 방만하기 짝이 없는 시정을 비판하는 잣대로 비슷한 소도시인 성남시와의 비교를 선택한 이유다.
규모, 슬로건, 방향성 비교
성남시의 규모는 인구, 예산, 공무원 수 등에서 구미시의 두 배에 가깝다. 이를 감안하고 들여다보아도 두 도시의 시정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그것은 당장 시정 슬로건에서 단적으로 드러나 버린다. “위대한 구미·찬란한 구미”와 “시민이 행복한 성남·시민이 주인인 성남” 사이의 거리는 꽤 멀다.
시정 슬로건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시정의 목표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면, 구미시의 그것은 공소한 구호처럼 보인다. 그에 비기면 성남시의 그것은 훨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것은 ’45년간 한 번도 내린 적 없는 새마을 깃발’을 내세우는 구미시와 ‘세월호 깃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게양한다’는 성남시의 태도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남유진 구미시장이 “박정희 대통령은 반신반인”이라며 죽은 박정희 관련 사업에 골몰할 때, 이재명 성남시장은 “성남처럼 대한민국을 확 바꾸고 싶다”며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펼쳤다.
복지예산, 행정조직, 주요사업 비교
도시나 예산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시민들에 대한 복지혜택에서 두 도시 간 거리는 아주 멀다.
구미시는 30억 예산으로 저소득층, 100명 이하 초등학교, 읍면지역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선별급식을 실시한다. 반면에 성남시는 미인가 대안교육기관까지 포함하여 유·초·중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데 소요 예산은 모두 구미의 8배, 244억이다.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 예산은 규모로 보면 구미시의 ‘박정희 관련 예산’과 비교할 만한 수준이다. 중학교 신입생 무상 교복 25억, 무상 산후조리원 56억, 청년배당 113억 등 합계 201억인데 구미시는 앞에 밝혔듯 박정희 관련 예산이 255억에 이르는 것이다.
황대철 대표는 특히 기본 시정 목표나 방침의 차이가 결국은 행정조직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구미시는 ‘새마을과’에 8명, 박대통령 기념 사업계 5명, 박정희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 TF 3명 등 박정희 기념사업 관련 담당자를 무려 16명이나 두고 있다. 그에 반해 성남시는 민간단체 지원업무를 맡는 공무원은 민간협력팀 2명밖에 없다고 한다.
공공성, 노동정책 비교
구미시에서 박정희 사업인 새마을 테마파크(2011~2017) 예산으로 866억을 책정하고 있는 반면, 성남시는 공공의료원(2013~2017) 사업에 299억, 임대주택(2014~ ) 사업에 28억을 배정하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적자 발생 등을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폐쇄했지만 성남시에선 공공 의료시설 확충,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해 성남시의료원을 건설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에서도 두 도시의 차이는 크다. 구미시엔 8개가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성남에는 65개소고, 8개소가 설립을 추진 중이다. 구미엔 없는 시립 지역아동센터가 성남엔 이미 4개소가 있고, 2개소가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0~5세 아동 수의 차이(2만8900 : 4만9900)를 감안해도 두 지역의 거리는 너무 멀어 보인다.
학교교육 지원 사업비의 차별성도 크다. 구미시가 29억인데 반해 성남시는 200억에 이른다. 구미시가 장학기금 9억이 포함된 데 반해 성남시 예산엔 대신 학습준비물센터 5.4억,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자 4억이 포함되어 있다. 교육환경 개선 예산은 성남시(90억)가 구미시(9억)의 무려 10배다.
기간제 근로자 시급도 6125원(일 4만9000원)과 7000원(일 5만6000원)으로 차이가 크다. 성남시의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보다 875원이 높다. 이 시급의 적용대상도 성남시의 범위가 훨씬 넓다. ‘시 출자·출연기관 소속 근로자’는 물론, ‘시로부터 공사, 용역 등을 제공하는 기관의 근로자와 하수급인이 직접 고용한 근로자’까지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유진의 구미 vs 이재명의 성남, 내가 사는 지역은?
이 카드뉴스는 누리꾼들의 열화같은 지지를 얻고 있는 듯하다. 인터넷 언론에서 이를 보도하는가 하면 누리꾼들은 이를 곳곳으로 퍼나르고 있다. 누리꾼들은 새삼 성남의 성취에 찬사를 보내는 것 못지않게 성남으로 말미암아 두드러진 구미의 현실에 분노와 탄식을 금하지 못한다.
지방자치제가 전면 실시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수준은 여전히 높지 않다. 무엇보다도 지방의회의 단체장 견제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단체장의 전횡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정 정당이 지방선거를 독식하는 일부 지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아직 지자체가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모범적인 시정의 모델들이 창출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시민들이 자기 고장의 행정과 운영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준거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 카드뉴스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지방자치의 현실과 문제를 인식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순 비교는 무리이지만
구미참여연대의 황대철 대표는 이 카드뉴스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을 반기면서도 “두 도시를 몇 항목으로 단순히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고 인정한다. 구미가 생산 도시인 반면에 성남은 생활 도시이기 때문에 구미가 재정적으로 불리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생산 도시이자 전자 산업 도시인 구미가 혁신적인 생산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전시 행정에 몰두하고 있는 반면, 성남은 도시의 특성에 맞게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비교를 통하여 시장의 마인드가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들이 지자체 선거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대응 계획을 묻자, 황 대표는 “시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구미시장의 독선적인 시정 운영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박정희 미화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시장의 정치적 사익을 얻기 위한 것 이외에는 어떤 명분도 실리도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카드뉴스는 “세금을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주민들의 삶이 달라진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렇다. 동시에 그 세금을 올바르고 쓸모 있게 사용할 정직하고 유능한 단체장을 뽑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정운영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참여와 주인의식이라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눈 뜨고 지켜보는 시정 감시로 내 삶이 풍요로워지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지금 우리들 자신에게 되물어야 한다.
당신은, 아니 우리는 지금 어디에 살고 있습니까?
원문: 이 풍진 세상에
※이 글은 필자와 오마이뉴스의 허가를 얻어 전재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