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28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의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했다. 13년간 사용해온 ‘하이서울’은 가고 ‘아이 서울 유. I SEOUL U’ 가 서울의 공식 브랜드로 지정된 것이다. 새로 지정된 ‘아이서울유’에 대한 갑론을박은 굉장히 뜨거웠다.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라는 의견도 있고, 오히려 의미 확장이 활발히 이루어져 열린 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여전히 의견은 분분하나 이미 서울의 공식 브랜드로 지정된 이상, 우려와는 반대로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면 참 좋겠다. 시민들로부터 공모해 브랜드 전문가들이 모여 오랜 기간 투자해 발굴한 브랜드이지만, 반대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고 사람마다 반대하는 이유도 제각기 다르다. 이처럼 국가브랜드, 도시브랜드라는 것은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이다. 어떠한 브랜드 컨셉이든 한계점이 있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사랑하고, 서울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은 시민으로서 서울시 로고 리브랜딩을 해보고자 한다.
시작하기에 앞서 이제 더 이상 서울이 대한민국의 서울이 아니라 세계의 서울, 국제도시가 되었음을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서울의 브랜드 파워는 대한민국 국가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가브랜드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안홀트의 ‘안홀트-GFK 도시브랜드지수(CBI)’ 순위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영국의 런던, 프랑스의 파리, 미국의 뉴욕, 이탈리아의 로마, 캐나다의 토론토 등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도시 브랜드를 보유한 국가들은 국가브랜드에서도 상위권에 있다는 것이다.
안홀트는 “도시브랜드가 빠진 국가경쟁력은 알맹이가 없는 것과 같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국가브랜드와 도시브랜드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다만 그 경향이 변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좋은 국가브랜드가 강한 도시브랜드의 기반이 되었지만, 이제는 좋은 도시브랜드들이 오히려 국가브랜드를 강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서울 도시브랜드는 대한민국 국가브랜드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로고 컨셉을 살펴보자.
Logo Concept
Discover Seoul, 서울을 발견하세요.
이 컨셉의 출발점은 다음과 같다. 서울 하면 떠오르는 ‘단 한 가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건축물로 얘기하자면, 뉴욕에는 자유의 여신상, 파리는 에펠탑, 베이징은 자금성, 런던에는 빅벤, 시드니에는 오페라 하우스가 있다. 이 도시들은 이러한 상징물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이 이 도시들을 떠올리고 도시브랜드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디자인의 경우에는 뉴욕의 I♥NY, 암스테르담의 IAMSTERAM, 베를린의 beBerlin, 싱가포르의 Yoursingapore 등이 있다.
그렇다면 서울은? 서울 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남산타워? 숭례문? 경복궁? 해치? 강남? 종로?… 등등 너무나도 많다. 위에서 언급한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이나 파리의 에펠탑 등과 비교를 할 수는 없겠지만, 서울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단 하나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라든지, 브랜드, 장소가 없다는 것에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이것이 서울의 약점일까? 그렇지 않다. 서울을 대표하는 단 한 가지는 없지만, 생각해보면 떠오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 이것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자연과 사람,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도시, 서울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풀어서 보여주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해 SEOUL 의 L에 변형을 주어 ‘서울의 매력을 SEOUL이 글자 자체에서 보여주자!’라는 컨셉을 만들어보았다.
When we think of Seoul, there is no powerful landmark or logo which reminds us of Seoul immediately. There was a lot of effort in making a powerful brand identity for Seoul but most of them were not really successful. I think it was because people want something like I love NY, Iamsterdam. As for Seoul, I think this sort of approach does not work for Seoul because Seoul has potential to be expressed in many ways. The efforts to represent Seoul by just using a logo or symbol should stop. A new approach will be more successful.
서울 하면 딱 떠오르는 ‘그것’이 없다는 사실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켜,
서울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 자체를 서울 브랜드 컨셉으로 만들어 보았다.
서울에는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 살거리들이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에 초점을 두어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다른 장소에서 다른 로고 (Different logos, in different places)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Seou는 변하지 않지만 ‘l’은 계속 변화한다. 관광객들은 장소를 옮길 때마다 변화하는 로고를 신선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Discover Seoul, 서울을 발견하세요’ 슬로건에 딱 어울리는 경험(Brand Experience)을 실제로 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에 살지만 서울의 매력을 잊고 사는 내국인에게 ‘서울을 새롭게 발견해보세요!’라는 의미로도 쓰일 수 있다.
I think a lot of aspects that Seoul already has can be used to create a brand identity of Seoul. Seoul has a lot of things to eat, see and buy. I focused on this three parts by using the variation of ‘L’ in ‘Seoul’. You can see many variations in ‘L’ that represents the ‘Diversity’ of Seoul. When tourists travel around Seoul, they can discover ‘Different logos, in different places’. I want people to discover the variations of Seoul and find it enjoyable. SEOU cannot change but ‘L’ can in many ways, which is quite a different way to approach in building a brand identity. These days, flexible design is a huge trend so it will be very creative as well.
Seoul N Tower
서울의 가장 유력한 랜드마크인 남산타워. N Tower, 남산공원.
Seoul Lantern Festival
매년 청계천에서 열리는 서울 등꽃 축제: 청계천, 광화문, 종로
Gwanghwamun
서울, 종로의 중심. 광화문, 경복궁.
Cosmetics
명동을 중국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K-Beauty의 저력. 명동, 홍대, 동대문, 가로수길
Tasty Seoul
서울 식도락 여행. 서울의 어느 곳이든!
Login Seoul
서울로 로그인하세요. SEOUL WIFI. IT 강국답게 무료로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도시.
Oriental Seoul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서울: 인사동, 쌈지길, 삼청동, 북촌.
B-Boy
세계 최초의 비보이 전용극장이 있는 곳 홍대. 한국의 ‘흥’, 젊은 문화. 홍대 길거리 버스킹, 비보이 공연.
Trendy Seoul
옷 잘 입는 한국사람들. 서울 어딜 가든 패션피플들이 넘친다! 홍대, 신촌, 가로수길, 동대문 등
K-POP
K-POP 열풍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서울 어느 곳이든!
Cultural Seoul
서울, 한국의 문화를 향유하는 것: 인사동, 전통춤, 한복.
Brand Experience
Discover Seoul Chocolate
Discover Seoul 컨셉에 맞는 관광상품으로 초콜렛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초콜렛이라는 상품 자체가 되게 친근하고 거부감이 없는 음식이기에 정한거지만, 포인트는 그게 아니다. 중요한 건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한 상품에 다 담아갈 수 있는 것. 한과 세트든, 소주잔 세트든, 안경닦이 세트든, 열쇠고리 세트든 간에 내가 서울에서 경험한 추억이 그대로 새겨져 있는 상품이 있다면, 씩 웃으면서 하나정도 사가지 않을까. 디스커버 서울 초콜렛을 사면 내가 보았던 비보이 공연도 있고, 청계천 등불축제의 등도 있고, 남산타워도 있고, 한복입은 사람도 있고, 샀던 립스틱도 있고… 한번에 다 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1. N Tower Seoul : 남산
2 Lantern Festival Seoul : 청계천, 광화문
3. Gwanghwamun Seoul : 광화문, 삼청동, 경복궁
4. Cosmetics Seoul : 명동, 홍대, 동대문, 가로수길
5. Tasty Seoul : 서울 어느곳이든!
6. Login Seoul : 서울 어느곳이든!
7. B-Boy Seoul : 홍대, 신촌 등.
8. Trendy Seoul : 홍대, 신촌, 가로수길, 동대문 등
9. K-Pop Seoul : 잠실, 홍대 등.
10. Cultural Seoul : 삼청동, 인사동, 북촌
11. Oriental Seoul : 인사동 쌈지길, 북촌
이렇게 11개의 변형된 로고를 살펴보았다. 각 로고가 대표하는 장소들은 서울의 중요지점들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 위의 로고뿐만 아니라 기다란 l 모양으로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은 사실 더 많다. 큰 건축물을 예로 들면 잠실의 롯데타워, 청계광장의 소라탑, 여의도의 63 빌딩, 탑골공원의 원각사지 10층 석탑 등이 있다. 또 일상적이지만 한국적인 소재들 혹은 서울의 축제와 관련된 것들(예를 들어 벚꽃나무, 인삼, 소주병, 부채, 억새풀…) 등도 있다. l 대신에 활용할 수 있는 소재들이 정말 많기 때문에 그 확장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장소브랜딩에 관한 한가지 아이디어를 덧붙이자면, I am sterdam와 같은 큰 구조물을 SEOU로 만드는 것이다. ‘l’ 은 제외하고. 그래서 구조물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l’ 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 남산타워가 카메라에 잡힌다면 재밌을 것 같다. 남산타워와 함께 실제로 글자 ‘Seoul’이 완성된다면 신선하지 않을까? 그것이 육삼빌딩이 될수도 있고, 청계광장의 소라타워가 될수도 있고, 롯데타워가 될수도 있고… 서울 곳곳에 있는 건축물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주는 장소브랜딩의 컨셉으로도 한번 생각해보았다.
하나의 상징이 없다는 것을 상징으로 만들다
시민이 생각하는 서울의 이미지가 단 하나가 아니라 너무 많다는 것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Discover Seoul, 서울을 발견하세요’ 프로젝트를 기획해보았다. 로고컨셉은 물론이고 서울을 홍보하는 마케팅, 캠페인의 컨셉으로 충분히 확장 가능한 슬로건이라고 생각한다. 대외적으로는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말 그대로 ‘서울을 발견하세요’라는 의미를, 대내적으로는 서울의 숨겨진 매력을 잊고 사는 서울시민들에게 ‘서울을 재발견해보세요’라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다.
Directed by. Ki Hwan Oh.
Designed by. Seonyu Kim.
본 프로젝트는 SBS CNBC와 서울시디자인재단에서 2015년 4월에 주최한 더 메이커스 공모전 수상작입니다.
원문: 스뉴의 b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