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만 4000만 명 이상이 앞뒤로 2개의 렌즈가 달린 카메라, 아니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2016년. LG의 새로운 프리미엄폰 G5가 출시됐습니다. 모듈방식 확장성과 LG프렌즈, 풀메탈 바디 등 많은 유저들이 앞다투어 G5의 장단점을 논하고 있더군요.
왠지 모르겠지만, G4부터 애플의 컴퓨터를 써오며 홍콩에서 아이패드1, 독일에서 아이폰 5S를 사오던 진성 앱등이인 저에게 G5가 쥐어졌습니다. V10에서 앞에 하나 더 달렸던 광각카메라가 이번엔 뒤에 달렸으려나 싶었던 G5.
사진으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가장 궁금했던 기본카메라와 광각카메라의 차이점을 확인하고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을 얼마나 전문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지 테스트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1. LG G5의 첫 인상과 ‘카메라’로서의 파지감 및 조작성
G5의 후면에는 카메라가 2개 달려있습니다. 왼쪽 기본카메라는 일반적 화각인 78도(4.42mm)이지만 오른쪽에 달린 광각카메라는 135도(1.53mm)입니다. 이는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의 약 1.7배 가량 넓은 화각을 지닌다고 하던데, 사진을 한 장 찍어보니 정말이지 넓다는 느낌을 넘어 ‘광활하게’ 사진이 찍힙니다. 화각이 어찌나 넓은지 G5를 두 손으로 잡고 사진을 찍으면 손가락이 보일 정도입니다(…)
우선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자연히 DSLR과 비교하게 되는데(…) 사진을 전공하면 가장 많이 지적 받는 게 파지와 수평입니다. 허나 풀 메탈 바디와 프라이머의 파지감이란… LG 캠 플러스 없이는 프로급의 안정적인 촬영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손이 작은 편도 아니고 건조한 편도 아닌데 사진을 찍으려면 왠지 손 안에서 계속 헛도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5.3인치의 넓은 화면의 사방에 각종 조작메뉴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각종 기능을 풀로 사용하여 안정적인 가로 사진을 찍을 때는 결국 두 손으로 G5를 들고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습니다. LG 캠 플러스를 사용할 경우 이 문제는 개선 가능해 보입니다. 사실 폰카가 이러라고 있는 게 아니니, 불평불만은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2. 기본카메라와 광각카메라, 차이점과 촬영방식
대충 느낌의 차이는 이렇습니다. 위가 기본카메라, 아래가 광각카메라입니다.
듀얼 렌즈로 구성된 카메라는 2개의 렌즈를 동시에 동작 시켜서 얻은 2개의 이미지를 하나로 합성해서 사진 품질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G5는 기본적으로 2개의 카메라가 동시에 작동하는듯 보였습니다. 화면 상단의 아이콘을 터치하여 2개의 카메라를 바꾸거나, 화면을 오므리고 벌리며 줌을 하는 핀치투줌으로 구도를 확인하며 촬영할 수 있습니다. UI도 부드럽게 전환되고요.
135도라는 광각의 특정 상, 화면 외곽은 둥글게 왜곡되어 보입니다. G5는 일반각 카메라는 1600만 화소이며, 광각 카메라는 800만 화소 화질을 제공합니다. 또 기본카메라 조리개 F1.8, 광각카메라 조리개 F2.4로 셔터속도도 다릅니다. 그래서 기본-광각 카메라를 오가며 사용할 때 약간의 느낌 차이가 있습니다. 뭐, 일상에서 기본-광각 카메라를 사용할 때에는 눈에 크게 띄지 않지만, 사진이 밥벌이라(…)
광각카메라 화각은 DSLR 기준, 약 13mm쯤으로 느껴집니다. 이는 풍경이나 건축물을 촬영할 때에나 쓰이는 초광각입니다. 일반 사용자들이 이에 익숙해지고 멋진 사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강남의 어느 대로가 아니라 이태리 두오모 성당 같은 곳이라면 그냥 막 찍어도 잘 나와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봉은사로 가보았습니다.
위의 두 사진에서는 기본카메라와 광각카메라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RAW파일 컨버터 상 같은 색온도를 적용시켰는데도 불구하고… 보이시는지요? 색감이 뚜렷하게 차이나고 있습니다. 화이트밸런스의 차이라기보다는 두 카메라의 표현력 차이로 보입니다. 기본카메라는 일상적인 장면과 인물 사진에 적합하도록 색이 구성 되었다면, 광각카메라는 시원한 하늘과 녹색이 잘 표현되는 느낌입니다.
기본-광각 카메라의 화각 차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기본카메라에서 좌우로 8.5개가 보이던 연등이, 광각카메라에선 21개나 보이는데요. 135도라는 광각카메라의 화각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인간의 시야각인 120도보다도 넓은 광각입니다. 일상적인 시선에서 벗어난 특이한 장면을 포착하거나 탁 트인 곳에서 넓은 풍경을 담기에 모자람이 없는 성능입니다. 렌즈 외곽의 화질 저하가 눈에 띄지 않은 점 또한 놀라웠습니다.
봉은사의 유명 촬영 포인트인 미륵대불상-코엑스 뷰 입니다. 광각카메라 화각이 얼마나 넓고 멋지게 표현되는지 보이시겠죠? 일반적인 스마트폰 화면을 생각하며 촬영 하다가는 화면 속의 넓은 화각에 익숙하지 못해 넘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엔 코엑스로 이동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좋은 화질의 사진을 찍기 위해) 단렌즈를 쓰다 보면, 어느 순간에 더 이상은 앞뒤로 움직이지 못하는 장소의 제약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한 장 한 장 찍어서 붙이는 파노라마 기법으로 촬영을 하곤 하죠.
물론 G5에도 파노라마 촬영 모드가 있습니다만, 카메라 앞으로 사람이 지나가거나 노출이 변하면 기괴한 사진이 탄생하는 경우가 많죠. 그럴 땐 광각카메라로 한 번에 찍는 게 여러모로 편합니다. 위의 사진들에서도 기본카메라와 광각카메라의 색 표현 및 노출은 미묘하게 차이가 납니다.
3. 야경촬영과 광각카메라 화질 차이
자주 찾는 반포대교 야경의 명물인 무지개분수입니다. 삼각대 없이 한 손으로 촬영해 보았습니다. 넓은 풍경을 원할 때 광각카메라는 역시나 발군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촬영에서의 3축 OIS(손떨림보정) 또한 생각보다 우수한 편이었습니다.
전문가 촬영모드에서는 WB(화이트밸런스), ISO(감도), S(셔터스피드), AE lock(노출고정), +/-(노출조정) 등의 ‘카메라적인’ 설정이 가능합니다만 조리개는 고정 값입니다. 반응속도와 LASER AF는 어두운 상황에서도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여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자꾸 직업병 도지는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화소 수로만 비교하자면 기본카메라는 1600만화소, 광각카메라는 800만화소입니다. 센서 성능을 기준으로 보자면 기본카메라가 광각카메라보다 색표현, 선예도, 해상력, 고감도 측면에서 3배 정도 뛰어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광각카메라가 기본카메라보다 화소 수가 적고 센서 크기가 작다는 말입니다. 추후에 광각카메라의 스펙을 높인다면 훨씬 더 훌륭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어두운 야경을 찾아 낙산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삼각대와 매뉴얼 모드 RAW+JPG촬영모드를 이용한 장노출 사진에 도전해 봤습니다. G5는 매뉴얼 모드에서 최저감도 ISO50을 지원하며 최장 30초의 장노출을 지원합니다. 카메라의 OIS(손떨림보정)도 좋지만 일반적인 야경을 촬영 하듯 삼각대와 10초 타이머 촬영, 그리고 DNG포맷으로 지원되는 RAW파일을 이용해 여느 카메라 못지 않은 야간 촬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모바일용 라이트룸도 좋지만, 데스크탑용 라이트룸을 이용하면 G5에서 조정할 때보다 훨씬 다양한 후보정이 가능합니다. 저는 되도록이면 데스크탑용 라이트룸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원본과 RAW작업 후 사진을 비교해보면 아시겠지만 표현력의 차이가 하늘과 땅입니다. G5로 풍경사진을 촬영하실 땐 꼭 저감도 RAW촬영을 권하고 싶습니다. 다른 폰카는 자동으로 고감도jpg도 잘찍히던데요? 라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기능이 있어서 가능한 것’과 ‘없이도 잘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강남 사거리 촬영 포인트입니다. 이 곳에서도 삼각대+매뉴얼+RAW 촬영을 통해 밝고 역동적인 야경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기본-광각 카메라에서의 100% 크롭 사진에 보다시피, 디테일의 차이는 있습니다. 물론 800만화소도 작은 해상도는 아닙니다. 잡지 인쇄 해상도(300dpi)를 기준으로 해서 A3정도는 무난하게 프린트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넓고 멋진 광각카메라 야경 사진을 기왕이면 크게 프린트 해서 볼 수 없다는 점과 화질이 선명하지 못하다는 점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4. 마치며
지금까지 G5의 듀얼 카메라로 찍은 다양한 풍경사진을 보았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멋진 풍경사진을 찍으려고 스마트폰 광각렌즈를 써보신 분은 그 화질과 표현력이 얼마나 조악한 지 잘 아실 겁니다. G5의 광각카메라와 RAW촬영모드를 이용한다면 보통의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사진을 촬영 할 수 있습니다.
시간상 듀얼카메라의 모든 부분을 확인하는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그 가능성을 충분히 체험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사진들은 당연히 잘 나옵니다. 접사도 정말 좋았고요. 하지만 조금 더 나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스마트폰 카메라라고 생각하며 사진을 찍기보다 진짜 카메라를 대하는 태도로 촬영에 임할 때 G5의 모든 능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LG 캠 플러스를 따로 출시한 것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는 LG 캠 플러스 없이 이 글을 썼지 말입니다… 뒤끝 끝판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