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광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물건을 잘 팔기 위한 기업의 상술? 잘생기거나 아름다운 연예인의 돈벌이 수단? 드라마에서 억지스러운 장면을(그리고 배우의 흑역사를) 생성해내는 거추장스러운 방해물?
물론 유튜브 영상을 보기 위해 15초 동안이나 광고를 봐야 하고, 인터넷 기사를 읽기 위해 성형외과 광고 팝업 창을 두더지 잡듯 꺼야 하며, 때로는 내 돈 내고 IPTV 영화를 결제하고도 광고를 두 개나 봐야 하는 상황은 지친 현대인들을 더욱 피로하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이제 광고도 영화처럼 감동을 줄 수 있으며, 사람을 웃게 하고, 때로는 내 삶 속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는 명제를 인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아래 4개의 광고 영상을 보고 나면요. 삶에 지친 당신, 영화보다 영화 같은 아래 네 편의 광고 영상을 관람합시다. 아, 휴대폰은 잠시 꺼 두셔도 좋습니다. 그걸로 보는 거면 어쩔 수 없습니다만…
1. 동심을 잃어버린 당신에게 –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제트의 ‘크리스마스의 기적’
2013년 12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2주 전의 일입니다. 캐나다의 LCC(저비용 항공사)인 웨스트제트는 토론토-캘거리 노선의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승객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갖고 싶은지 묻습니다. 화면 속의 산타가 그것을 도왔죠.
승객들 대부분은 이것을 그저 ‘크리스마스 기분’ 내려는, 흔하디 흔한 이벤트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 항공사 직원들은 승객들의 이름과 갖고 싶은 선물을 모두 받아 적고 있었고, 그들이 코를 골며 비행을 즐기는 동안에는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선물 구입 대작전을 펼쳤습니다.
비행을 마친 승객들이 수하물을 기다리다가 발견한 것은 자신의 이름이 태그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습니다. 상상도 못했을 일입니다. 소박하게 ‘양말과 속옷’을 부른 승객에게도, 통 크게 ‘대형 평면 TV’를 부른 승객에게도, 그들이 원한 바로 그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어른이든 아이든, 산타를 믿든 믿지 않든, 그 비행기에 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이루어진 겁니다. (이래서 우리 엄마가 꿈은 크게 가지라고…) (양말 부른 사람 의문의 1패…)
이 영상에는 아름다운 연예인도, 키가 큰 운동선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 담겨있습니다. 어떤가요? 이 정도면, 이 험난한 세상에서도 동심을 잃지 않고 지낼 이유가 충분하지 않나요? 물론 웨스트제트도, 이 기획 덕분에 (그다지 높지 않은 비용으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2. 웃음을 잃어버린 당신에게 – 맥드라이브의 만우절 몰카 이벤트
몰카계에는 두 고전(Classic)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 케이블 티비에서 자주 보던 캐나다의 《Just for Laughs: Gags》와, 이경규의 몰래카메라가 그것이지요. 두 몰래카메라는 ‘누가 봐도 황당한’ 상황을 연출한 다음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때로는 황당한 상황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더 큰 웃음을 주기도 하지요. 물론 화장실 몰카가 판치는 흉흉한 세상이라 이것도 옛 이야기가 돼버렸습니다만….
그런데 이 식상한 몰래카메라를 맥드라이브가 다시 했다고 합니다. 맥도날드 매장을 돌아 자신이 주문한 햄버거를 픽업하려는 손님들에게 황당한 장면을 보게 한 것이지요. 키스를 하는 맥도날드 크루(그것도 아주 격렬하게), 노래하는 파리넬리, 챔피언벨트를 두른 근육맨, 우주선 안의 우주비행사, 갑툭튀 귀신, 클럽에서 춤추는 젊은이들까지…
역시 고전은 고전이네요. 시대가 변해도 손님들의 다양한 리액션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1:09에 근육맨이 가슴근육 움직이는 씬 최애!!!!)
3. 평생을 외모 평가에 시달려온 당신에게 – 도브의 리얼 뷰티 스케치
오랜만에 보니 살이 좀 붙었네, 오늘 너 왠지 아파 보인다, 코 좀 고치면 훨씬 예쁘겠다, 남친에 비하면 니가 아깝다, 너무 쎄 보인다, 단정하지 못하다, 치아교정을 해라, 제모 해라, 이래라 저래라… 한국사회에서 외모와 관련된 지적질들은 시대에 따라 어구를 달리할 뿐 변함없이 지속됩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외모 평가에서 특히 자유롭지 않은 건 아무래도 여성 쪽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닌가 봅니다.
도브에서 만든 이 광고 영상 속에서, 여성들은 FBI의 몽타주 전문 요원에게 자신의 외모를 설명합니다. 요원은 여성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그녀의 설명에만 의존해 몽타주를 그립니다. 그녀가 퇴장한 후에는 그녀의 얼굴을 본 다른 사람이 그녀의 외모를 설명합니다. 요원은, 마찬가지로, 그 사람의 설명에만 의존해 새로운 몽타주를 그립니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그린 서로 다른 두 몽타주를 마주합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대부분의 여성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거나 눈물을 흘립니다. ”You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 이 한 마디가 모든 걸 설명하고 있네요. 아 정말, 여☎성★전☜용♂ 본격 힐링 영상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럼요,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더 아름답고 말고요.
4. 오늘 하루 고생한 당신에게 – SK엔카의 서프라이즈 픽업 프로젝트
한국에도 이런 고객 감동 ‘심쿵’ 광고 영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 오픈마켓인 SK엔카닷컴은 얼마 전 ‘서프라이즈 픽업 프로젝트’를 광고영상으로 촬영했습니다.
이 영상에서도 역시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사람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알만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등장하죠. 2016년 서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뚜벅이 신입사원,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 야근을 마친 직장인, 야자를 마친 여고생들…
그들이 원래 기다리던 건 시내버스였지만, 그들이 이내 발견한 건 SK엔카가 급파한 자동차였습니다. 평범한 승용차와 승합차부터 시작해서, 슈퍼카와 리무진, 그리고 랜덤박스 끝판왕 경운기(…)까지. 왠지 모르게 화기애애한 차 안의 분위기는 현장토크쇼 택시를 연상시키기까지 합니다.
고단한 하루를 보냈다면, 비 오는 날 학교 앞에서 우산 들고 기다리던 아빠가 보고싶다면, 놀랍고 반가운 일을 너무 오랫동안 겪지 못했다면, 이 영상을 보고 웃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세요. 그리고 그들과 함께 반가운 웃음을 지어보세요. 정말 그 일이 당신에게 일어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