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2014년 5월 13일에 방영된 MBC <PD수첩> 996회와 기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사랑의교회는 <PD수첩>을 상대로 15억원의 손해배상 및 다시 보기 동영상 삭제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법원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1. 근로소득세 대신 종교인소득세?
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종교인 과세가 없는 나라 대한민국. 인도에서도 폐지된 카스트 제도가 왜 우리나라에는 살아 있을까? 대한민국의 브라만들은 헌법보다 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 같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이 내용이 좀 많이 웃기다. 조세형평주의에 반해서 ‘근로소득세’ 대신에 ‘종교인소득세’라는 걸 신설했기 때문이다. 이게 왜 웃긴지는 숫자로 살펴보겠다.
종교인의 소득은 20~8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 2,000만원 이하: 80%
- 2,000만~4,000만원: 1,600만원 + 2,000만원 초과분의 50%
- 4,000만 ~ 6,000만원: 2,600만원 + 4,000만원 초과분의 30%
- 6,000만원 초과: 3,200만원 + 6,000만원 초과분의 20%
를 각각 비용으로 인정해 주는 거다. 구간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연 소득이 4,000만원인 4인 가족의 경우, 일반 근로자가 약 7.7배 더 많이 낸다. 참고로 이게 강화된 기준이다.
2. 사랑의교회 종교인들의 업적 목록
“흥! 우리 사랑의교회 종교인들은 성실히 납세의 의무를 펼치고 있다고요! 언제든지 제도적 조사가 가능합니다!”
우선 사랑의교회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사랑의교회는 등록 신도 9만 명, 1년 헌금 규모 600억원(추정), 강남 서초구에 지하 8층 지상 13층짜리 건물(약 4,000억원)을 가지고 있는 존나게 큰 교회다.
지금부터 이 투명한 교회의 종교인들이 한 짓들을 낱낱이 파헤쳐 보겠다.
(1) 골프 회원권
담임목사가 교회의 허락 없이 교회 경비로 4억원에 달하는 오크밸리 리조트 회원권 구입하고 연회비 1,200만원을 납부했다. 2년 반 동안 총 107차례 방문하였는데, 그중 95%를 담임목사가 사용. 천국에서 예수님이랑 라운딩 돌려고 연습하시나? 캐디는 누가 하지?
(2) 목회 활동비
목사가 월급 이외에 별도로 지급 받는 돈이 목회 활동비다.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는 지난 8년간 총 4억 6,424만원의 목회 활동비를 수령했으며, 이 중 63%에 달하는 3억 1,928만원을 현금 및 수표로 인출해서 사용했다. 당연히 그 사용처는 불분명하다. 다만 집계되는 자료에 의하면, 예술의 전당 회비, 뮤지컬 및 콘서트 티켓, 양복 수선, 골프 레슨 및 장비, 160만원짜리 안경, 수십만원짜리 샴푸, 화장품, 건강식품, 비데 설치, 공과금 심지어 야쿠르트 주문까지 목회 활동비로 사용했다.
(3) 급여
원래 목사들은 월급을 적게 받으니까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연봉이 5억원 이상이라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
- 2004년 연봉: 188,000,000원
- 2014년 연봉: 267,000,000원
이 분은 2003년 8월에 제2대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저 경이로운 급여 인상률을 보라!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이신 만큼, 돈을 많이 받는 걸로 까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최근 3년 중 1년 가까이 다른 사람이 설교를 했다면 이건 문제 아닌가? 내가 갔던 4월 25일에도 담임 목사는 보이지 않았다. 이재용도 이렇게는 안 논다.
(4) CD 판매 수익금 횡령
원래 CD 판매 수익금은 사랑의교회가 운영하는 ‘국제제자훈련원’으로 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임목사는 이걸 자기 통장으로 받아먹었다. CD 수익금 횡령으로 잡히는 금액만 약 2억 3천만원 정도인데, 이것조차 다른 목사(바지사장)를 거쳐서 본인에게 재입금했다. 이거 완전 악질 아니냐? 담임목사 비서가 자수도 했다. 이렇게 빼돌린 수익금 2억 3천 중 2억원은 고스란히 현금 인출. 저금리 시대에 현금보유로 대비하시는 경잘알 목사님~
(5) ‘사랑플러스’ 수익금 횡령
사랑의교회에는 ‘사랑플러스’라고 서점과 카페를 동시에 하는 공간이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금도 ‘국제제자훈련원’으로 입금되어야 하나, 수익금이 담임목사의 개인 통장으로 입금되었다. 추정되는 금액만 약 1억 7천만원 정도. 교회 측의 변명은 “개별 부서의 수입은 예산에 잡지 않고 당해 부서에서 사용하는 것이 관행이라 헌금만이 회계 대상”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지들은 모르는 일이란다.
(6) 회계 감사 거부
곪을 대로 곪은 사랑의교회 재정 문제는 2012년에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2012년 감사보고서 제작 당시, 교회 재정 집사가 감사 위원회의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고 감사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그럴 거면 감사 위원회는 대체 왜 만든 거냐? 대한민국 법률상, 이게 상장회사였으면 상장 폐지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뭐, 사랑의교회가 법인체로 분류되고 있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결국 교인들의 반발로 2012년 감사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다. 장부에 의한 사실 감사를 하겠다는데, 이걸 거부해 놓고 반대 세력의 악의적인 왜곡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우리 편을 감싸주는 게 사랑이라면 사랑이겠지.
(7)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
대다수의 대형교회들은 주보를 통해 헌금 수입 내역과 사용 내역을 낱낱이 공개한다. 사랑의 교회는? 그딴 거 없다 ㅋ. 교회 수뇌부의 만행이 극에 달하자, 빡친 교인들은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냈다. 교인들은 헌금 납부로 신앙 의무를 다하는 것이므로 마땅히 그 사용처를 알 권리가 있으며, 교회 측에는 이를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신도들의 공개 요구에 사랑의 교회 왈
“부당한 목적으로 교회 재정을 착복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 경우 하나님이 모두 아시고 그에게 벌을 내릴 것이므로 괜찮다.”
그리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사랑의교회 측에 회계장부 공개를 명령.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하루에 2,000만원씩 벌금을 부과하겠다” 했고, 여기에 쫄은 사랑의교회는 결국 회계장부를 제출했다.
(8) 건축 비리
사랑의교회가 원래부터 서초구에 으리으리한 건물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뭐 돈 좀 있는 교회들이 성전 건립이라며 큰 건물 올리는 건 관행인 대한민국에서 이게 놀랍지는 않다. 문제는 그 과정의 불투명성이다. 2014년도 건축보고서에 의하면, 서초구에 신축한 사랑의교회 건물에는 부지매입 비용 1,200억원과 공사비 1,757억원으로 약 3,001억원이 투입되었다. 그런데 부지매입 비용을 제외한 공사비가 처음 책정된 것보다 두 배 이상 사용된 것이다. 물론 그에 관한 소명 자료는 하나도 없었다.
의구심을 품은 교인들은 공사비 관련 서류를 공개하라고 법원에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교회 측에서 설계 도면은 줄 수 없다고 한 이유이다. 왜냐하면 계약서에 설계도면이 없었기 때문에 ㅋㅋㅋㅋㅋ. 설계 도면도 안 보고 계약하는 사랑의교회. 사랑이 충만해서 그런지 믿음도 충만하다.
(9) 논문 표절
여기 목사님이 볼수록 놀라운 분이다. 왜냐? 논문 표절까지 하셨거든! 이 정도면 국회의원 출마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스펙이다. 인용 표시만 없어도 논문 표절인 마당에, 그냥 대놓고 짜깁기를 하셨다. 게다가 표절 논문마저 대필 가능성이 높다고 ㅠㅠ. 이 상황에 대한 담임목사와 교회 측의 답변이 SNL보다 재미있다.
목사: “성령께서 주신 아이디어를 가지고 썼는데 왜 표절이라고 하십니까?”, “굉장하십니다. 그걸 어떻게 다 찾으셨나요?”
교회 측: “석사논문은 글쓰기 연습이다.”, “20년 전 논문을 이야기하는 건 올바르지 못하다.”, “대한민국에서 논문 표절을 문제 삼는 것은 99% 다른 목적이 있는 거다.”
이쯤되면 이미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한 논문만 그랬느냐? 아니다. 칼빈신학대 석사학위논문, 포체프스트룸대 박사논문, 탈봇신학대학 박사논문. 논문을 3번 썼는데 3번 다 표절했다.
논문 표절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하신 권영준 장로님께서는, 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도 모자라 수차례 협박 전화를 받으셨다고 한다. 이러한 위협은 전화에 그치지 않았고, 석유통과 라이터를 들고 권영준 장로를 죽이겠다 협박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 용사는 사랑의교회로부터 의문의 위로금 550만원을 수령했다. 정말 사랑스러운 교회다.
(10) 정관 개정
이 교회의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바로 정관 개정 문제가 남아 있다. 정관이란, 교회 운영에 관한 자체 법률이다. 이걸 맘대로 바꾸겠다는 건데, 그냥 박근혜가 자기 맘대로 개헌하겠다는 거랑 똑같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십일조를 안 내는 교인의 권리 제한 = 돈 내놔!
- 재정 장부 보존 기간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 = 3년만 버티면 전부 다 내 돈!
- 당회 결의로 교인 권리 제한 = 내 맘에 안 드는 놈들은 다 강퇴!
평신도를 핫바지로 만드는 교회, 사랑의교회!
3.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자, 이래도 사랑의교회는 자발적 납세를 하고 있으니 상관없는 걸까? 담임 목사는 불법으로 교인들의 헌금을 착복하고, 교회 재정팀은 감사에 응하지 않으며, 벌금 때문에 마지못해 회계장부를 제출하는 교회에 문제가 없다고? 종교인 과세 유예기간을 당기는 것도 모자라 대형 교회에 한해서 더 쎈 철퇴를 때려야 된다. 나아가, 수익을 창출하는 교회 사업에 대해서도 엄정한 과세가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지금의 사랑의교회가 있기까지 일생을 헌신하신 옥한흠 목사님께 부끄럽지 않은가? 대한민국 기독교가 개독교라 조롱당하며, 온갖 비리의 표상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바로 당신들과 같은 종교인들, 그리고 그걸 비판하지 않는 맹목적인 신도들이 있기 때문이다. 옥한흠 목사님이 현재의 담임목사에게 쓴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고 한다.
출처: 사랑의교회 홈페이지
“너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너의 정체가 정말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옥한흠 목사님은 이를 확인하지 못한 채 2010년에 돌아가셨다.
사랑의교회 교인들은 대부분 고학력 고소득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마 그 고급 인적 네트워크의 이익을 향유하기 위해 교회를 다니는 이들도 많을 거다. 하지만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병폐에 찌든 교회를 치유하는 데 앞장 서야 하지, 그저 방관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원문: 김태훈 님의 페이스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