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예된 파산
백야(이하 백): 안녕하세요, 사장님.
리승환(이하 리): 안녕하세요, 직원님.
백: 어벤져스쿨이 흥행해서 좋으시겠어요?
리: 망하는 기간이 잠시 유예된 것 같습니다. 어차피 VAT도 까먹어서 얼마 남지도 않지만, 가난한 픗픗에게는 박근혜 정부의 북풍 같은 존재였습니다.
사장님은 수강료에 VAT를 별도로 추가하는 것을 까먹어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백: 덕택에 제가 퇴근을 못 하네요. 호호호호홓…
리: ……
백: 그럼 다음 달 수강료에는 VAT가 별도인 거죠?
리: 그렇습니다. 그래 봤자 3천 얼마니까 비싸졌다고 욕하지는 말아주세요…
2. 리승환, 감성노동을 경험하다
백: 비록 위태로웠지만 어벤져스쿨을 1개월 동안 운영한 소감이 어떤가요?
리: 역시 B2C 서비스는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너무 힘드네요.
B2C 서비스가 무슨 말인지 몰라 찾아봤더니 “Business to Consumer, 즉 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라고 한다…
백: 무엇이 그렇게 힘든가요?
리: 감성노동에 시달리다 죽을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수많은 메일, 전화, 문자에 답해야 하는 게 너무 힘듭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웃는 목소리, 이모티콘 ^^; 등을 유지해야 하니…
사장님은 아무래도 감정노동을 감성노동으로 잘못 말한 듯하다…
백: 감히 왕인 고객에게 불만을 표하다니! 이런 헬조선에 살 자격이 없는 놈! 찰싹! 찰싹!
리: 그래서 너한테 하라고 했잖아요.
백: … 그럴 거면 별도 법인 만들어서 통장 관리하게 하든가.
리: ……
백: 죄송합니다. 월급만 주시면 저는 충성을 다합니다. 아무튼 헬조선의 자영업자답게 모든 강연에 전출(…)했던데, 지켜보는 제가 다 마음이 짠했습니다.
리: 돈 때문에 움직이지 않을 분들을 구걸(…)로 모셨던지라, 제가 자리에 나가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진지)
백: 픗픗에서는 글 구걸하고, 어벤져스쿨에서는 강연 구걸하고… 주 업무가 구걸이셨군요.
리: …….
3. 이것이 제대로 된 실무 강연이다
백: 아무튼 첫 코스인 4월이 거의 끝나가는데, 기대만큼 흥행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리: 스스로 조금 놀랐던 게… 전 기본적으로 소비자는 이성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요. 대개 사람들이 듣는 강연이라는 게 힐링류 토크 콘서트잖아요.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도 업계 고수분들을 모시면서 생각했던 게… 이분들 정도로도 장사가 안 되면,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실무 대중 강연은 살아남을 길이 없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백: 그래서 기대보다 더?
리: …까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자기 돈 쓰고, 또 돈 되는 실무 강연에는 의외로 냉정하구나… 그런 걸 느꼈습니다. 그래도 평균 80명 정도 오셨으니, 이 정도를 두고 적게 왔다고 하긴 힘들겠죠. 좋은 강연을 알아주신 수강자분들과, 저같이 못난 놈 도와준다고 강연까지 해주신 강사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백: 하지만 헬조선 카테고리는 망했잖아요(…).
리: 네. 예상보다 훨씬 망했죠. 평균 20명 정도였으니. 그나마 밥벌이와 관계가 있는 남궁석 선생님 강연에 40명 정도가 온 걸 볼 때, 역시 돈 되는 강연은 밥그릇과 관계있어야만 하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백: 헬조선 카테고리, 이대로 계속할 거에요?
리: 그래도 좋은 점이… 사람이 워낙 적게 와서 출석체크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운영비용이 적게 듭니다. 다음 달부터는 장소도 뭔가 공짜로 얻어 쓸 곳을 구걸 중입니다… 그리고 돈과는 상관없이 이렇게 훌륭한 분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유지해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강의라도 많이 들어주세요…
4.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전합니다…
백: 사실 따지고 보면 수강자들에게 사죄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닌데… 갑자기 강연장을 바꾼 이유는 뭔가요?
리: 저희 사이트가 강연 인원수가 자동 업데이트가 안 되는데(…) 몇 시간 손을 놓다 보니 금세 강연장에서 수용할 수 없는 인원이 등록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백: 그래서 몇몇 분들은 서서 강연을 듣는, 어벤져스쿨 사상 초유의 ‘스탠딩 실무 콘서트’를 열기도 했죠…
리: 네. 그분들께는 전액 환불해 드렸습니다. 그저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백: 심지어 어떤 분들은 강단과 반대 방향으로 앉아 강연을 듣는 사태도 있었죠…
리: 그분들께는 KTX 역방향 할인 혜택으로 반액을 돌려 드렸습니다. 죽음으로 이 죄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백: 지키지도 못할 이야기는 그만하시고요…
리: 대통령도 대충 지르고 보는 나라에서, 저 같은 미물이 무슨 말을 하든(…)
백: …… 가장 마음에 들었던 강연은 무엇인가요?
리: 모든 강연 하나하나가 주옥같았다…면 너무 입발린 소리고,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남궁석 선생님의 강연이 가장 감명 깊었습니다.
백: 왜죠?
리: 다음 프레젠테이션 짤로 갈음하겠습니다.
백: ……
리: 가장 실전적으로 헬조선 인민들의 삶을 잘 보여주셨습니다.
사장님은 아무래도 ‘실증적으로’를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5. 5월에도 어벤져스쿨은 계속됩니다
백: 다음 달에는 어떤 강연들이 개설되나요?
리: 카테고리별로 하나하나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글쓰기 특강이 있으며, 다른 분야에서도 타 강연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는 무시무시한 굇수 분들의 강연이 있을 테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백: 예쁜 여대생 연락처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입니까?
리: 단언컨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애초에 여대생이 안 와서(…)
백: 그걸 확인했다는 자체가 이미 문제가 있는 겁니다.
리: ……
백: 가장 사죄하고 싶은 수강생이 있다면?
리: 강연 장소가 바뀐 걸 모르고 헛걸음한 이모 님께 다시 한 번 사죄 드립니다… 다음 달 20강 강연을 모두 무료로 들을 수 있게 조치했습니다.
백: 이 정도면 대박까지는 아니어도 중박은 친 것 같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픈 사람이 있다면?
리: 이 일 때문에 야근과 특근이 일상으로 되고 있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백상진 님입니다.
백: 답정너군요. 마지막으로 5월 어벤져스쿨을 위해 약을 좀 팔아보세요.
리: 약장수가 없다는 게 저희 컨셉인데 굳이 약 팔 필요가 있나요?
백: 엄청 자신만만한 척하지만, 혼자서 F5를 연타하며 수강자 한 명 늘었다고 기뻐하던 (그리고 없어 보이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리: ……
백: 아무튼 다음 달 야근은 다른 사람 시키세요.
리: 헬조선에 그런 게 어디 있겠습니까. 뼈가 으스러질 때까지 일합시다.
백: 효도와 분골쇄신은 셀프로 하는 겁니다.
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