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위트 넘치는 감각으로 대중들에게 친숙한 한글을 선사하는 디자이너를 소개합니다. 가볍고 즐거운 메시지 속에서 한글 디자인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일상에 짧은 웃음을 주는 한글 디자인을 함께 살펴볼까요?
B급 센스, ‘우아한형제들’
먼저, ‘배달의민족’ 브랜드 제품입니다. 장식적 요소를 생략하고, 흰 바탕에 한글의 아름다움을 살려 디자인한 것이 특징입니다. 모든 제품은 ‘우아한 형제들’이 디자인한 ‘한나체’를 사용했는데요, 1960~70년대 간판을 모티브로 만들어 삐뚤빼뚤한 형태의 ‘한나체’는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되는 제품과 만나 강렬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때밀이 수건에는 ‘다 때가 있다’ 수면 안대에는 ‘깨우면안대’, 에코백에는 ‘난 너의 든든한 백’ 등 제품이 사용되는 찰나를 짧은 카피로 표현했습니다. 언어유희, 인터넷 유행어 등 대중에게 친숙한 ‘B급 문화’를 반영하여 인기몰이 중입니다.
7080의 동심, ‘산돌티움’
이번에는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 전부터 그 시절의 정서에 대해 이야기하던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폰트 디자인 기업 ‘산돌 커뮤니케이션’의 문구 브랜드 ‘산돌티움’입니다. 한글을 문화 상품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목표인 ‘산돌티움’의 제품은 모두 ‘산돌폰트’로 디자인되었습니다.
다양한 제품 중 1970~80년대 교과서를 모티브로 한 ‘바른생활’ 시리즈가 눈에 띄는데요. ‘석금호’ 대표는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그 시절의 동심에서 찾았다고 합니다. 따뜻한 일러스트, 부모님 세대의 정서가 담겨있는 카피, ‘산돌 폰트’의 정갈함이 어우러져 짧은 동심을 불러옵니다.
잉여인간의 단상, 붕가붕가레코드의 ‘김기조’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반은 디자인도 범상치 않습니다. 모두 ‘붕가붕가 레코드’의 수석 디자이너 ‘김기조’의 작품입니다.
‘붕가붕가 레코드’에 소속된 뮤지션들의 음반 디자인을 도맡은 그는 자유롭고 과감한 한글 레터링을 선보입니다. 간결하지만 굵고 힘 있는 획이 마치 목소리를 가진 것 같습니다.
우스꽝스러운 일러스트의 선구자 ‘김나훔’
이번에는 한글 타이포와 일러스트 작업을 함께 하는 ‘김나훔’ 작가를 소개합니다.
일을 하며 틈틈이 작업을 이어왔다는 그는 ‘내리면 탑시다’ 포스터로 주목을 받은 이후 영화 ‘잉투기’ 포스터, 파고다 어학원 대형 그래픽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습니다. 익살맞은 일러스트와 한글 레터링은 우리 사회를 우스꽝스럽게 그립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여러 디자이너의 노력으로 한글 디자인은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오늘 보여드린 사례는 그런 시도의 일부이지요. 발음의 시각화, 일러스트와의 조합 등 표현 방법도 가지각색입니다. 한글의 표정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원문: 슬로워크 / 필자: 고슴도치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