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LG G5가 경쟁사의 아이폰 6S나 갤럭시 S7에 비해 어떤 우위를 갖고 있다고 보는가?
리승환(픗픗 대표): 카메라, 배터리, 성공적. 더 띄워주고 싶어도, 우리는 그 어느 폰도 딱히 더 잘난 게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종철(전 월간웹 편집장): 기획력. 모듈식 구성을 할 수 있었다는 컨셉 자체가 우위.
오원석(전 블로터 기자): 모듈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개척. 단 그게 성공적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고흐의 그림도 900여 점 중 단 한 점만 팔렸다고 하지 않나? 그것도 친구에게만.
예인(슬로우뉴스 세작): 보조배터리. 플래그십급 스마트폰 중 유일하게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모델이다. 보조배터리가 필수 소지품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여전히 내세울 만한 강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속 재질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매력적인 기능을 하나 꼽는다면 듀얼 카메라다. 광각 카메라는 화소수가 떨어지지만 훨씬 넓은 시야를 담는다. 다른 폰들이 담을 수 없는 넓고 장대한 풍경을 담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철(더기어 편집장): 현재로써 우위를 언급하기는 이르다. 다만 아이폰이나 갤럭시가 가진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없던 LG에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부여했고, 이는 위 회사들의 차선이 아니라 대등한 관계에서 구매를 검토하게 만들게 한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 진정한 우위는 앞으로 나올 모듈들의 실력과 기능에 따라서 차후에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2. 모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리승환: 아직 완성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듯하지만, 개념 자체는 획기적이다. 기획력보다 저가로 승부하는 중국 회사들이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G5를 뜯어보며 연구하고 있지 않을까.
이종철: 혁신성이 뛰어난 건 부정할 사람이 없다. 다만 실용성에 대해서는 차차 더 많은 모듈이 출시되어야 확언할 수 있을 듯. 모듈이란 게 굳이 스마트폰에 무엇을 추가하는 형태인 만큼 그에 걸맞은 전문적인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오원석: 지금까지 등장한 그 어떤 스마트폰보다 혁신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또 LG 전자는 프렌즈를 통해 하드웨어 생태계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적절한 자본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G5, 혹은 LG전자의 프렌즈가 될 수 있다. 판매도 LG가 대신해주고, 그 자본도 LG가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다. 다만, G5의 초기 성공 정도에 따라 LG전자 내부 의사결정권자들이 투자 의지를 저울질할 것이 분명한데, 이것이 변수가 될 것 같다.
예인: 보완할 부분이 많아 보이지만 잠재력과 확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가격이 관건이 될 듯하다. 오디오 모듈은 마니아들에게 어필하기 충분하다. 남은 문제는 LG가 이 모듈을 생태계의 일원으로 삼을 수 있느냐인 것이다. 애플은 30핀-라이트닝 케이블을 중심으로 한 액세서리 생태계를 십 년이나 유지했고, 이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아이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듈이 G5를 넘어 LG 스마트폰 생태계의 일원으로 자리 잡는다면 G5는 기념비적인 모델로 기억될 것이다.
김정철: 모듈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스마트폰에 과감하게 도입한 것은 적절한 승부수였다. 결과적으로 존재감이 희미해져 가던 LG의 하드웨어 실력을 알려준 계기가 됐다. 현재까지의 모듈은 상징성이 강하다. 실제 유용함과는 별개로 확장성에 대한 여지를 열어 둔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스마트폰에 식상함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강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
3. G6가 출시된다면 더 강화/개선했으면 하는 점
리승환: 가성비 끝판왕 넥서스5X 이후 무슨 폰을 쓴다고 크게 만족이 갈 것 같지 않다. 솔직히 스마트폰이 지금 상황에서 얼마나 더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20년 전 정도 컴퓨터 그래픽에서 이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굳이 LG에게 필요한 게 있다면 지속적 서포트. 최근 예전 제품도 안드로이드 업그레이드를 따라가는 것처럼, 모듈도 호환성을 보장해줘야 하겠다.
이종철: 모듈 생태계를 지금보다 서드파티에 더 열어줘야 한다. 레디메이드 모듈로는 절대로 플랫폼을 얻어갈 수 없고 LG 입장에서도 비효율적이다. 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모듈 사용을 보편화하고 선점할 필요도 있다. 모듈 간 호환도 일맥상통한다.
오원석: 신뢰. LG전자가 지난 3월 중순 G5 개발자 데이 행사에서 기존 모듈을 구매한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고민한다고 한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소프트웨어 호환성과 달리 하드웨어 호환성은 제조업체에 큰 고민거리다. 호환성을 확보하려면 물리적인 디자인을 쉽게 바꿀 수 없는 탓이다. 최악의 경우 앞으로 달라질 차세대 제품의 디자인에 따라 기존의 부품을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젠더’를 만들어야 할 수도 있는 일이다.
예인: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지적한다. G4에서 G5로 한 번의 디자인 격변을 이루었으니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모듈 호환성을 갖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기존 모듈 보유자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김정철: 고칠 게 크게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G5의 모듈이 1회성 아이디어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모듈에 대한 지속성과 하위 호환성이 G시리즈에게 남겨진 숙제다. 그런데 이 숙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모듈은 혁신성의 상징이지만, 하위 호환성은 혁신과는 반대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 모순적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4. LG G5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어느 정도 성적을 얻을 것 같은가?
리승환: 삼성이 그간 안드로이드 시장을 점유한 건 초기에 완성도 높은 스마트폰을 내서이기도 하지만, 통신사와 쇼부를 잘 친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삼성은 통신사와 함께 막 뿌리고 있다. LG도 그만큼은 해야 한다고 본다.
이종철: G3나 G4보다는 좋을 것 같다. G4 실적이 안 좋았던지라 3배~4배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오원석: 예상은 금물이지만, 최고도 최악도 아닌 무난한 성공이 되지 않을까 한다. 모듈 스마트폰은 LG가 처음으로 도전한 의미 있는 결과다. 지속적으로 G6, G7를 통해 모듈 기능을 적용한 좋은 제품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예인: G4보다는 확실히 나을 것이고, 역대 LG 플래그십 사상 최고 성적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듈식 디자인으로 이목을 집중시켰고, 그 외의 성능도 제 궤도에 올라왔다.
김정철: 이미 초반 스코어는 대단히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G3 정도의 성적 이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있다. 화제의 모듈이 나온다면 의외의 뒷심이 발휘될 수 있다. LG의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은 신제품이 나왔지만 쉴 수가 없을 것이다. 공밀레가 뭔지를 보여줘야 한다.
5. LG G5를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리승환: 평범한 사람들. 어차피 플래그십 모델은 그게 그것. 그런데 G5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놀 카메라가 좀 더 재밌다. 다음으로 많이 쓰는 음악 쪽에서 고음질 모듈은 헤드폰이 귀찮은 분들이 혼자 방에서 써먹기 딱 좋다.
이종철: 모듈의 효용성이 높은 이들. 모듈을 활용한 제품이 더 많아질수록 더욱 많은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겠다.
오원석: 지금 쓰는 스마트폰의 약정 기간이 지났다면 누구나 G5를 고려해볼 만하다. 프렌즈는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배터리만 바꿔도 G5의 가치는 충분하다. 높은 품질의 음악을 듣고 싶다면 하이파이 모듈을, 장난감(?)을 갖고 놀고 싶다면 추가로 다른 모듈을 구입하면 되는, 그야말로 열린 시나리오다.
예인: 오디오 마니아. 기기 덕후. 갤럭시의 미묘한 아재스런 느낌이 싫은 사람들. 스마트폰 카메라를 장난감으로 잘 가지고 노는 사람들.
김정철: 현재 모듈 중에 가장 매력적인 것은 고음질 모듈이다. 음질 마니아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고음질 음원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LG는 소니가 가지고 있던 글로벌 오덕후 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소니를 사랑했고,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하위 개념에 불과하다고 믿는 스펙주의자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6. 향후 프리미엄 안드로이드폰의 판세는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리승환: 애플도 특이할 게 없어 금이나 둘러대고 있는 시대에, 안드로이드에 프리미엄 영역이 얼마나 남을까 싶다. 애플 따라 금이나 둘러야지.
이종철: 프리미엄의 영역은 남아있겠으나 대부분의 중간 소비자는 저가로 갈 가능성이 높다. 즉, 프리미엄의 영역은 더 줄어든다. 여기서 밀리고 있는 LG는 G5를 시작으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브랜드는 혁신적인 제품 단 하나로만 생기지 않는다.
오원석: 프리미엄이니, 저가형이니 하는 말은 그리 큰 의미가 없다. 프리미엄이라며 강조하지만, 겨우 조금 더 높은 숫자를 가진 프로세서에 조금 더 큰 화면을 지닌, 조금 더 높은 해상도의 제품일 뿐 아닌가. LG전자가 보여준 프렌즈 모듈은 새로운 시대, 작은 허브의 출발인 셈이다.
예인: 삼성이 앞서나갈 테지만 거센 추격을 받을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다른 프리미엄 폰보다 반 발자국 앞선 건 사실이지만 격차는 미약하다.
김정철: 화웨이와 삼성이 가장 큰 마켓을 가져갈 것이고, LG가 마니아 시장을 가져가는 모습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모듈화는 중요한 변수다. 마켓쉐어는 적더라도 파생 제품이나 액세서리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LG가 좀 더 파격적인(또라이) 짓을 해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