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닥터들이 방송에서 검증되지 않은 말을 하고, 그것을 또 그대로 받아적는 뉴스의 문제점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1. 옥수수 통조림은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품이다?
2016년 4월 4일 MBN <황금알>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나온 옥수수 관련 내용을 살펴보자.
식품영양학과 차윤환 교수는 통조림 옥수수를 조리하는 온도 “125도는 인간이 자연적으로 할 수 있는 조리법을 훨씬 초월한” 온도라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오븐을 180도로 예열하고 10분간 구워냅니다” 같은 요리법이 세상천지다. 오븐이 자연적인 도구가 아니라고 치자. 야외에서 넓적한 돌 위에 고기 올려놓고 구울 때도 돌 위 온도는 200도는 쉽게 넘어간다.
물 속에 넣고 삶는 온도가 125도가 될 수 없다는 소리인가? 집집마다 쓰고 있는 압력밥솥 안의 압력은 조리할 때 2기압까지 올라가고 온도는 121도까지 올라간다. 그래서 밥 짓는 시간이 짧아지고 밥이 맛있어지는 것이다. 125도 가까이 올려서 찌거나 삶는 조리는 가정집에서 이미 매일 하고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점은 통조림 옥수수 칼로리가 매우 낮다는 발언이다. 그는 물에 넣고 찌는 과정에서 수분을 머금어 촉촉해져 칼로리는 낮아지므로 “1일 1회 섭취분량 기준, 생옥수수는 ‘120킬로칼로리’, 시리얼 옥수수는 ‘100킬로칼로리’인 반면 통조림 옥수수는 ’20킬로칼로리’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1회 섭취분량이 얼마일까?
- How Many Calories in Tinned Sweetcorn (weightlossresources)
통조림 옥수수 칼로리는 100g당 111kcal라고 나온다. 다른 자료를 봐도 비슷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20kcal만큼 먹으려면 통조림 옥수수를 딱 한 숟가락만 먹어야 한다.
그가 말하는 1회 섭취분량이 무엇인지 진심 궁금하다. (초밥 한 조각에 들어가는 밥이 20g이다. 회 빼고 밥만! 딱 그만큼이 1회 섭취분량이라는 것이다. 그걸 먹고 한 끼 때우라고?)
그걸 먹고 한 끼 때우려면 통조림 옥수수 한 숟가락에 물을 한 대접 붓고 옥수수 미음을 끓여 먹어야 한다… 사실 그렇게 묽은 죽을 끓여 먹을 거라면 모든 음식 재료가 다이어트 식품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옥수수는 당지수(GI)가 높아서 급격한 인슐린 분비를 불러오고 쉽게 허기지게 된다. 그리고 한살림 통조림 옥수수를 제외하면, 시중의 통조림 옥수수는 모두 100% 유전자 변형 수입 농산물이다. 아직 완벽하게 검증되지 못한 식재료를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권유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옥수수는 칼로리가 낮은 편도 아니고, 옥수수만 주로 먹는 식단을 하면 영양 불균형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
물론 국내산 옥수수를 간식으로나 가끔 식사 대용으로 먹는 것은 좋다!
2. 언 두부는 단백질 함량이 높아진다?
2015년 4월 20일 자 <황금알>에서도 신뢰할 수 없는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자연치료 전문의 서재걸 씨는 “뱃살과 내장지방을 빼려면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늘려야 하는데, 단백질을 늘리는 데 있어서 언 두부가 좋다. 그냥 두부에는 단백질이 100g당 7.8g 정도 있다면, 언 두부에는 50.2g 정도가 들어있어 언 두부가 단백질 함량이 높다. 칼로리는 낮으면서 실제 단백질 함량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두부를 얼려서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두부를 얼리면 무슨 화학반응이 일어나길래 단백질이 7배로 급증한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것일까? 얼린 두부는 사실 건조 두부와 같은 말이다. 예전에는 겨울에 두부를 얼리면서 말려서 동결건조시켰다. 지금은 공장에서 동결, 압착해서 탈수시켜 건조 두부를 만든다. 건조시켜 물기가 줄어들었을 뿐, 물을 뺀 다른 성분 간의 비율은 그대로이다.
두부 수분함량은 83~85%이고, 고형분은 17~15%, 칼로리는 100g당 61kcal이다. 이 두부 100g(수분 85g, 고형분 15g)을 얼려서 말리면 무게가 40g으로 줄어들고, 그중 수분은 25g, 고형분은 15g이 된다. 당연히 단백질을 포함한 고형분의 비율이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단백질 함량이 높아지면서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의 함량도 같이 올라가기 때문에 무게당 칼로리는 당연히 올라가게 된다.
언 두부를 먹는다고 단백질만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탈탈 탈수해서 바싹 말린 두부는 그만큼 수분이 줄어들었을 뿐, 단백질이 늘어나는 마술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생두부 100g의 칼로리는 61kcal, 얼린 두부 100g의 칼로리는 153kcal. 단백질이 늘어나면 칼로리도 늘어난다. 얼린 두부 먹고 물 한 컵 마시는 것이나 그냥 두부 먹는 것이나 똑같다. 그리고 두부가 건강식품인 건 맞지만, 두부도 많이 먹으면 역시나 살찐다.
이 어처구니없는 내용은 2016년 1월 31일 MBN ‘천기누설’에서 재활용된다. 방송작가들이 같은 내용을 쓰고 또 쓰고 이것을 쇼닥터들이 그대로 읊는 행태 때문인 것 같다.
원문: 경희우리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