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이재범·김영기 선생님의 저서 『부동산의 보이지 않는 진실』의 내용을 발췌·편집한 것입니다.
1990년대의 대대적인 국토종합개발계획
1980년대 한국 경제는 고도성장을 통해 매년 10%씩 성장을 지속했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1989년에는 단기간에 서울 강남의 아파트의 가격이 23%나 오르기도 했다. 사회적인 위화감이 조성되며 분위기가 악화되자 노태우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주택 200만 가구 건설’을 내걸고 당선되었고, 실제 수도권에 90만 가구를 지을 택지를 조성했다. 중동, 평촌, 산본, 분당, 일산 5개 신도시에 약 26만 6,000호를 짓기로 하고 서울에는 40만 가구를 짓기로 했다. 이 당시 서울에서 선택된 곳이 개포, 고덕, 상계, 중계, 목동이었다.
정부의 독려와 건설회사의 노력으로 계획보다 1년이나 앞당겨 1991년 말까지 214만 가구가 지어졌다. 하지만 당시 신도시 건설 과정에 대규모 건설 물량이 집중되는 바람에 자재난이 심각해져 염분을 제거하지 않은 바닷모래를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1960~1970년대 서울 외곽에 영세 건축업자가 무작위로 건설한 주택들이 다가구주택으로 합법화되면서 3층에서 5층으로 고층화되어 난개발이 난립했다. 수많은 주택이 건설되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어 정부는 한시름을 놓았다.
이에 힘입어 정부는 1992년부터 1996년까지는 매년 54만 가구,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매년 65만 가구 등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92~2001) 기간 동안 총 595만 가구의 주택을 새로 건설할 것이라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01년 주택보급률 84.3%를 달성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 기간 동안 영구 임대주택 59만 6,000가구, 사원 임대주택 29만 8,000가구, 민간 임대주택 89만 4,000가구 등 총 178만 8,000가구의 임대주택을 지을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되어 국토해양부에서는 1990년부터 주택 건설 인허가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주택법 16조와 건축법 8조에 의해 인허가를 받은 주택 숫자를 말한다. 정부의 계획대로 1990년에 75만 호가 인허가를 받았다. 그 후 1997년까지 평균 61만 6,000호가 인허가받았다. 1998년에 30만 호로 급격히 줄어들며 2년 연속 40만 호 정도 받던 인허가 숫자는 2001년부터 3년 연속 평균 59만 호 정도였다.
인허가 승인 주택은 매년 평균 50만 호
2004년부터 3년 연속 평균 46만 호 정도가 인허가를 받았으나 금융위기 이후에는 2008년부터 3년 동안 평균 38만 호 정도로 인허가 실적이 바닥을 쳤다. 2012년에는 최대 58만 7,000호 정도까지 이르렀다. 2013년에 44만 호로 인허가 실적이 최저일 때를 빼고는 2011년부터 평균적으로 50만 호 정도는 매해 인허가를 받은 주택이 있었다.
정부의 의지대로 지속적으로 공급이 이루어졌다고 생각될 정도로, 매년 평균 50만 호씩 인허가를 승인받은 주택 가운데 공공 분야에서는 1990년대에 꾸준히 20만 호 정도씩 공급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수량이 줄긴 했지만 해마다 평균 14만 호 정도가 공공 분야에서 공급되었다. 2010년대부터 공공 분야의 인허가는 갈수록 줄고 있다. 2010년 13만 8,000호를 최대로 인허가를 받은 후 2014년 기준 6만 3,000호까지로 반 토막이 났다.
인허가 승인을 얻은 주택 숫자는 해마다 변동이 있었지만 평균적으로 50만 호 정도라는 것을 이미 밝혔다. 공공 분야의 인허가가 2014년에 약 6만 호 정도로 줄었으므로 전체 인허가 승인 51만 호 가운데 45만 호가 민간 분야에서 받은 인허가다. 전체 인허가 승인 중에 20%를 넘던 공공 분야가 이제는 근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체 인허가 승인 중에 공공 분야는 대부분 LH주택공사다. 2009년 10월 1일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해서 만들어진 LH주택공사는 택지 개발과 공급뿐만 아니라 공공임대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을 공급했다. 문제는 이들이 벌인 다양한 공사가 물먹는 하마처럼 비용은 늘어나는데 수익이 줄어들어 부채가 늘어나니 감당할 수준을 뛰어넘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들 부채는 최대 102조에 달할 정도였다.
정부에서는 LH주택공사의 부채 때문에 곳곳에서 진행되던 택지 개발과 주택 임대를 줄여버렸다. 더 이상 부채가 늘어나는 걸 막기 위한 방책이었다. 그 결과 늘 전체 인허가의 20% 이상을 유지하며 해마다 공공 주택이 20만 호까지 건설되었지만, 이 숫자가 점점 줄어 2014년 현재 약 6만 호밖에 인허가를 승인받지 않았다.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
인허가를 승인받는다고 모두 다 주택 건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허가를 받은 후 1년 안에 착공, 즉 건물을 짓기 시작해야 한다. 1년 안에 하지 못하면 한 번, 기간을 1년 연장할 수 있다. 착공에서 완성되는 준공까지의 기간은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인허가를 한다고 해서 꼭 준공까지 가는 것은 아니다. 경기나 자금 사정 등 여러 상황이 좋은가 나쁜가를 고려하여 착공에 들어가거나 취소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인허가에서 착공 후 준공까지 2~3년 걸리는 것이 기본이고 그 이상 걸릴 수도 있다. 국토해양부에서는 준공 실적에 대해 2011년부터 통계를 발표해왔다. 2011년 33만 8,000호가 준공된 걸 시작으로 2012년 36만 5,000호, 2013년 39만 5,000호, 2014년 54만 1,000호가 준공되었다. 매해 준공 주택이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준공된 주택이 늘어났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한 해 평균 주택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결혼, 이혼, 공실, 멸실을 합쳐서 최소한 45만 가구가 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2011년부터 따져봐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걸 알 수 있다. 일반 소형 아파트를 주로 공급하던 LH주택공사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에 늘어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대다수의 사업에서 철수했다.
거주 주택으로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를 보더라도 2011년 약 21만 호를 시작으로 2014년에는 약 27만 호가 준공되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연간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14년 26만 호에서 2015년 25만 호, 2016년 26만 호, 2017년 28만 호로 예측된다. 주택의 인허가와 착공에서 준공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인해 생각만큼 빠른 속도로 아파트가 공급되지 못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은 다양한 변수에 근거해 움직일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수요와 공급을 보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노태우 정부 시절 ‘200만 가구 건설’로 전국적으로 공급을 늘려 주택가격이 안정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꾸준히 발생하는 수요에 비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지만 금융위기 직전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쳤다. 넘치는 공급을 수요가 받아주지 못해 주택가격이 떨어졌다.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수요에 비해 과다 공급되거나 과소 공급되며 불일치가 일어났다. 주택가격뿐만 아니라 대부분 수요와 공급이 발생하는 모든 현상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다. 농수산물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마저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초과되거나 축소되어 가격의 불일치가 발생한다. 무엇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온갖 숫자를 동원해 글을 마무리했다.
중요한 점은 수요와 공급이 균형 있게 진행되어야 하지만 늘 불일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공급은 어디까지나 주택가격을 결정짓는 여러 수단의 하나라는 것을 잊지 말자. 2015년부터 다시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수요는 일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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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선생님은 가업인 공인중개사로 일하며 부동산 관련 연구소를 운영해왔습니다. 책으로 부동산을 배운 분들과는 완전히 다른, 현업인의 시각을 전달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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