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성, 10억대 자산가, 서울 거주. 요즘 국회의원들의 평균 스펙이란다. 선거운동은 또 어떠한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는 국회의원 후보 아저씨와 방긋방긋 웃고 있는 남녀 청년들, 흰 장갑을 끼고 유세차 앞에서 피켓을 흔드는 아줌마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여기서 청년이 자리하고 있는 건 고작 “안녕하세요, 기호 O번 OOO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목소리 정도이다. 선거에 동원되는 ‘알바생’, 기껏해야 ‘얼굴마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이 나라 정치판에서의 청년의 자리.
하지만 이곳에는 조금 색다른 분위기가 보인다. 이제 갓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된 사람과 후보가 서로 별명으로 부르며 존댓말을 쓰고, ‘스물세 살밖에 안 된’ 청년이 한 선본의 대변인을 하는 곳. 바로 과천의왕 지역구의 기호 5번, 녹색당 홍지숙 후보의 선본이다. 홍지숙 선본의 대변인, 장예정(23) 씨를 만나 녹색당, 청년, 청년선본 등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들어보기로 했다.
1. 녹색당 선본원이 되다
허자인: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장예정: 저는 의왕과천선거구의 녹색당 국회의원 후보자 홍지숙 씨의 캠프에서 대변인, 회계책임자, 선거사무원을 겸임하고 있는 장예정입니다. 일이 좀 많죠?(웃음)
저는 97년부터 과천에 살았었어요, 20년 가까이 되었죠. 아파트 살다가 잠깐 과천여고 앞 주택에 살았었는데, 그때 옆집에 국회의원이 살았었어요. 지역구는 아니고, 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였던 분. 꽤 유명했어요. YTN 돌발영상에서 자주 나오셔서 엄청 재밌게 봤었죠. 옆집 아줌마가 계속 TV에 나오니까 신기했고, 뉴스를 보기 시작했었죠.
허: 어려서부터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었겠네요?
장: 네. 전 한 번도 뉴스가 지겹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가깝게 느껴졌어요, 정치 같은 것들이. (청사가 있던) 과천에 살다 보니 정부나 국회 같은 게 멀게 느껴지질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천주교 신자인데, 저희 성당에 탈핵운동을 열심히 하셨던 신부님이 계셨어요.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님이라고, 제게는 신앙의 롤 모델이자 인생의 롤 모델이신 분이에요. 어려운 분들을 진심으로 도와주시고, 불의에 분노하시는 분. 제 사춘기 때 신부님이 계셨기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렇게 창당 전부터 녹색당을 알게 되었어요.
2012년에 창당을 하고, 가입을 하고 싶었는데 홈페이지 들어가서 당원가입을 하려고 보니, 당비도 내고 하려면 은행업무 등을 해야 하는데 자꾸 오류가 나서… 관뒀어요(웃음). 그러고 2014년. 제게는 첫 투표가 2014년 지방선거였거든요. 녹색당에서 서형원 과천시장 후보가 나왔었죠. 제가 선거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길에서 선거유세하는 서형원 씨도 만나본 적 없었지만 전 막연히 될 거라고 믿었었어요.
허: 잠시 과천과 의왕의 정치 지형에 대해 들어볼 수 있을까요?
장: 과천은 여당 밭이고, 의왕은 야당세가 강한 지역이에요. 과천의 경우 한나라당 시장이 3선을 했었고, 지금 시장도 새누리당 사람이고요.
2014년 지선 당시 저는 주로 학교 아니면 성당에 있었는데, 아까 말씀드린 양 신부님이 뿌려두신 많은 분들이 제 부모님 지인이시거든요? 저는 그냥 주변에 서형원 뽑겠다는 사람밖에 없으니 한치의 의심도 안 했어요. 선거운동을 해야겠단 생각도 안 했어요, 당연히 될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선거는 지나갔고.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감을 맡으며 많이 바빴어요. 서형원 씨는 선거 때부터 페이스북 팔로우를 했었는데, 같이 책 읽을 사람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왔어요. 그때 책 이름이,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였어요. 정말 아무나 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정말 아무나 와도 된대서(웃음) 여기 처음 왔고, 서형원 씨, 홍지숙 후보, 또 같이 선거운동 중인 박병선 씨 등을 만나게 됐죠. 그렇게 알아가다가… 두 달쯤 후에 녹색당 당원가입을 했죠.
허: 홍지숙 선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공천을 받은 것은 아닐 텐데, 후보는 어떻게 선출하게 되었고 어떻게 선본을 꾸리게 되었나요?
장: 제가 당원가입을 하고 거의 곧바로 총선기획팀에 들어갔어요. 당시엔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팀이었어요. 저, 홍지숙, 이선미, 박병선, 서형원. 작년 11월 22일에 후보 선출을 위한 과천의왕녹색당 총회가 있었어요. 그날 아침까지도 후보가 없었어요. 추천을 받은 네 명이 있었는데 다른 세 명 다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였고. 지금의 홍지숙 후보가 그날 새벽에 눈을 떠서는, 다른 사람들의 사퇴의 변을 봤었을 거예요. 그러고 생각했겠죠, ‘그럼 이번 총선에 의왕과천 지역에서는 녹색당을 알릴 수가 없겠구나’ 하고. 그래서 결심하고, 총회에서 통과되고, 예비후보가 됐죠. 그때부터 팀이 되어서 달려왔어요.
허: 선본을 뭐라고 부르나요? 홍지숙 선본?
장: 홍지숙 선본, 아니면 홍지숙 캠프. 제가 당원가입하기 전부터 총선을 준비해 왔었대요. 자금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미리부터 해놓아야 했고, 당원들은 모두 후보를 내는 데에 동의를 했어요. 그럼 사람이 모여야 하잖아요? 당시에는 3주에 한 번씩 책모임을 했었는데, 그게 그나마 가장 많은 당원이 꾸준히 만나는 모임이었어요. 선거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그 책모임에 있었고, 저는 자연스럽게 당원모임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총선팀에 제 이름이 들어가게 되었던 것 같고요. 총회가 끝나고, 해 오던 사람들이 그대로 총선기획팀으로 진행되었고, 한두 명씩 결합하면서 지금의 선본이 되었죠.
저희 선본에, 바로 이틀 전인 4월 2일에 성년이 된 선본원 박주영 씨도 있어요. 발도로프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 진학은 생각이 없었고,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대요. 그러다가 녹색당을 알게 되었는데 후보가 있었다는 건 몰랐대요. 학교를 졸업한 후 과천에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정당연설회를 보고 반가워하며 저희 팀에 주영씨도 합류하게 되었죠. 사실 제약이 많긴 했어요, 공직선거법상 미성년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으니까. 당연히 선관위에 선거운동원 등록을 하려고 했는데, 미성년자라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예비후보 때는 피켓이든 뭐든 아무것도 안 한다는 전제 하에 같이 갔던 거고요.
인원이 적다 보니 힘들긴 하죠. 전 12월에 학기 끝난 후, 복수전공을 위해 계절학기를 신청한 상태였어요. 근데 12시까지 학교를 가야 하는데, 제가 서기였는데 회의가 계속 안 끝나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다음에 들어야겠다’ 하고 바로 드롭했어요. 1월 초였던 것 같은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결합을 했죠.
허: 대단하다. 또 어떤 분들이 계세요?
장: 지금 현재 선거캠프에는 경기사무처 식구들 세 분도 와 계세요. 사무처장님과 활동가 두 분. 전남 순천에서 농사지으시는 분도 이 농번기에 자두들을 내버려두고 올라오셨어요. 저희가 아침 7시부터 정해진 장소에 가서 한 시간 동안 명함 드리고 아침 인사를 하거든요? 차 운전도 같이 해주시고, 14일간 하루 종일 같이 도와주시죠.
또… 당원 분들이 본격적으로 많이 도와주시고. 사무장으로 계신 선생님도 평당원이셨다가, 열정적인 당원들의 모습을 보고 본격적으로 도와주시기 시작하셔서. 원래 사무장 자리가 공석이었는데, 과천팀/의왕팀/후보팀/사무팀 이렇게 팀이 여러 개로 돌아가다보니 스케쥴 관리가 힘들어서 사무장님이 도와주시기 시작하셨죠.
허: 이 팀들은 어떻게 각각 돌아가고 있어요?
장: 의왕팀은, 저희가 의왕 쪽에 요청을 했었어요. 청지기교회 목사님, 고강현 선생님, 문지원 님 등이 처음에 오셨었고, 후보가 없으면 명함은 나눠줄 수 없지만 대신 피켓팅은 할 수 있어서 사무원들이 의왕에서 시간 될 때 피켓을 들고 한 바퀴 돌거나 해요.
과천팀은 자전거에 앰프를 설치해서 과천을 돌아다니며 선거운동을 해요. 직계가족은 명함을 나눠줄 수 있는데, 홍지숙 후보는 배우자도 직계비속도 없으니 후보 어머님께서 많이 해주시고 계세요.
후보팀은 후보랑 같이 다니는 팀. 저희는 유세 차량을 안 쓰거든요. 직접 운전을 해 가서 휴대용 마이크로 연설하고 해요. 연설할 때 몇 명은 피켓 들고, 명함 나눠주고, 당가 틀어둔 스피커 들고 해요. 요즘 선거철이라서 유세차량들이 엄청 시끄럽게 로고송 틀어놓고 다니잖아요? 멀리서부터 로고송 소리만 들어도 싫어하시는 분들 계신데, 저희는 그렇게 안 하니까 반감은 덜한 편이에요. 아파트 단지 곳곳까지 들어갈 수도 있고요.
사무팀은, 과천 유세팀 같이 나가거나 사무실에서 도와주시거나 해요. 경기사무처 처장님과 활동가분들인데, 집이 굉장히 머신데도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함께해주시고 계세요.
허: 예정 씨는 어떤 식으로 일하고 계세요? 직함이 굉장히 많은 편인데.
장: 저 같은 경우는 좀 왔다갔다하잖아요? 선거운동 하다가, 회계책임자 하다가. 저는 보통 오전에 선거사무실 들어와서 서류를 작성한 후 조금 늦게 출발해요. 그러고 선거운동 합류해서 같이 하고, 저녁 아홉시 쯤 들어와서… 야근을 하죠, 열두 시까지. 피켓을 만들기도 하고, 서류를 만들거나 회의를 하기도 하고. 정책질의서가 많이 와요. 대한치과협회에서 ‘보건의료법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다거나, 철도노조에서 ‘KTX 여승무원 사태에 대한 후보의 생각’을 묻는다거나. 다 대변인 업무지만 제가 다 하는 건 아니고, 저희 차원에서 답변할 수 있는 건 하고 전국당에 요청할 건 요청하고 하는 식이에요.
허: 청년캠프라는 게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어떤 건가요?
장: 조금 오래됐는데, 당원은 아니지만 이번 총선에서 목소리를 내고 싶은 청년들을 홍지숙 후보가 모았었어요. 정확한 이름은 ‘청년캠프파이어’예요. 온전히 청년들로만 이루어져서 따로 돌아가요.
허: 거기선 어떤 일들을 주로 하나요?
장: 82초TV나 공보물 제작 아이디어 등을 맡아서 해줬어요. 청년캠프에서 홍지숙 후보 출마의 변을 보고, 콘티를 짜고 소품 등을 가져와서 영상을 찍었었거든요. ‘나는 평범하다, 고로 정치한다’라는 슬로건이 나온 게 그 영상이에요. 그렇게 82초TV를 만들어서 올렸고, 반응이 좋았었죠. 지금은 조회수 3, 4만 정도?
저희 공보물도 반응이 꽤 좋거든요. 혹시 보셨어요? 이게 잡지 컨셉이거든요. 모조지로 하면 너무 어두울까봐 스노우지로 바꾸려고 했는데 바꾸기 전에 인쇄가 들어가 버려서. 처음 보고 살짝 아쉽긴 했어요. 편집할 때부터 같이 슬로건 짜고, 디자인하고 했어요. 매트릭스 같은 세 번째 장이나 잡지 컨셉 같은 것도 다 같이 하고. 오히려 저희는 항상 보고 있던 거니 별 감흥이 없었는데, 받아보신 당원 분들이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벽보도 선관위에 갖다 내는 게 아니라, 동별로 부수를 따져서 갖다드리는 거거든요. 받으시는 분이 벽보 사진 여기 것이 제일 좋다고 하시고(웃음). 이것도 청년캠프파이어의 일원이신 분의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거예요. 많은 걸 같이 했죠, 성과도 크고.
2. 스무 살부터 쉰 살, 평등한 분위기를 만드는 방법
허: 선본 구성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들어보고 싶습니다. 평균 연령대나, 서로를 부르는 방식에 대해서요. 페이스북에서 보면 이름으로도 부르고, 별칭으로도 부르시는 것 같더라고요.
장: 마침 오시기 전에 구성원들의 평균 연령대를 생각해보려고 했어요. 근데 너무 다양하더라고요. 옆에서 계산해 보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걸 원하시는 게 아닌 것 같아서 해보진 않았고요. 제가 스물 세 살이고, 스무 살 있고, 사십 대가 있고…
허: 최연장자와 최연소자가 어떻게 돼요?
장: 최연소자는 스무 살, 최연장자는 쉰이 넘으신 분이 계신데… 아침마다 함께해주시는 후원회장님은 50년생이세요. 사실 평균연령을 내도 의미가 없기도 하죠. 다양하게 섞여 있고.
인터뷰하기 전에 문득 생각해보니, 아까 말씀드린 순천에서 자두들 내버려두고 오신 분은 저보다 스무 살도 넘게 많으시더라고요. 근데 저희가 다 별명으로 부르다보니 인식을 못하고 있었어요. 아침에 앉아있다가, “헉, 생각해보니 쭌(이현준)이 저보다 스물 한 살 많아요!”라고 하고.
허: 별명으로 부르는 건 언제부터 있었던 거예요?
장: 제가 이곳에 나타나기 전부터 있었어요. 제가 성당을 오래 다녔는데, 성당이 생각보다 보수적인 단체거든요. 자매님, 형제님 하면서 깍듯하게 하다가 여기 오니 엄청 놀랐어요. 배고파(박병선)가 74년생이거든요? 저보다 스무 살 많아요. 지숲(홍지숙 후보)도 저보다 열 살 가량 많죠. 근데 지숲이 배고파에게 ‘배고파, 이거 했어요?’라고 하거나 깃털(서형원)에게 ‘깃털, 이거 책 다 읽었어요?’ 이러는 거예요.
처음엔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다가, 이젠 익숙해졌죠. “배고파, 이거 놓고 오면 어떡해요!”라고 편하게 얘기하기도 하고. 처음엔 선미 언니한테도 ‘녹다’라고 못 불러서 어렵게 ‘언니’ 하고 불렀었는데, 지금은 “녹다는 바보예요!” 같은 말도 하죠(웃음). 원래 ‘마음이 녹다’ 같은 뜻인데 ‘녹색 요다’라고 놀리기도 하고.
허: 너무한다!
장: 그렇게 몇 달 동안 불렀더니 익숙해졌나봐요. 한 번은 아침에 녹다(이선미)가 못 일어난 적이 있는데, 늦었으니 우리가 못 들고 온 피켓도 들고 와달라고 했더니 “요다 무거워요…” 라고 하기도 하고. 제가 하도 놀렸더니 ‘고요’라고 닉네임을 바꾸겠다고 해서 “고독한 요다인가요?” 하고 놀리기도 하고.
허: 세상에 정말…
장: 저는 장예정 대변인, 줄여서 ‘장대’라고 부르고. 주영은 원래 ‘소담’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부르고, 사무장님은 ‘나무’. 오시는 많은 분들이 닉네임을 쓰셔서, 선거사무원 등록을 하다가 “바윗돌… 이름이 뭐죠? 윗돌…인가요?” 이러기도 하고. ‘도토리’, ‘바람’, ‘팝콘’ 등 많아요.
허: 이렇게 부르는 거, 어때요?
장: 처음에는 좀, 너무 격식 없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하지만 이 단체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평생 스물한 살 많은 사람한테 “쭌, 진희 님이 없어졌어요!” 같은 식으로 말할 일은 없었겠죠. 확실한 건, 그렇게 되니 이 단체가 불편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새벽 여섯시 반부터 밤 열두 시 넘어서까지 단체 식구들과 함께 있는데, 같이 앉아서 “우리 회의해요!”라고 하거나, “같이 복면가왕 영상 볼래요?” 같은 말도 편하게 해요. 이런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밖에서 보기엔 버릇없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 엄마도 처음엔 좀 놀라셨거든요. 그런데 열 시간 넘게 같이 일하기엔 확실히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저는 두 번째로 나이가 어리기에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른들의 생각을 들어봐야겠지만, 전 좋아요. 요즘 열일곱 시간씩 일하고 있는데, 졸리고 피곤한 건 있지만 지친다는 느낌은 아니에요. 제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일을 하고 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편도 아니에요. 아침마다 생각해요, ‘아, 선거 언제 끝나지.’ 하지만 아침에 출근해서 ‘잘 잤어요?’ 할 때부터 ‘오늘도 열두시에 퇴근합니다. 내일 또 봐요’ 할 때까지 기분이 좋아요. 이런 게 호칭의 편안함에서 오는 분위기 아닐까 해요.
3. 젊은 후보, 젊은 선본의 이야기
허: ‘본인이에요? 너무 젊다!’ 같은 이야기를 후보가 들은 적 있다고 하고, 어떤 여성후보들은 ‘결혼하고 애 낳아봐야 세상을 알지…’ 같은 말도 들어봤다고 해요.
장: 맞아요, 대통령은 뭐야 그럼.
허: 후보도 선거운동원들도 젊은 선본에서 이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혹시 없나요?
장: 엄청 많아요, 저희. 후보가 사진이 좀 잘 나왔잖아요? 어깨띠를 메고 해도, 후보라고 말 안 하면 못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안녕하세요, 녹색당 홍지숙입니다. 연설회를 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 한 번 슥 보시곤 해요.
자주 가는 카페나 음식점 있잖아요? 그런 데서 ‘후보가 너무 젊다’ 같은 이야기 많이 들리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는 알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맡겨둘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 청년정책이 이 모양이 된 거고, 우리가 어르고 달래줘야 하는 갓난아이도 아니고!
허: 그렇죠. 자꾸 청년을 대상화하는 것 같고.
장: 그리고 보통 부모님이나 남편과 같이 선거운동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희 선본원들을 아들딸로 보는 경우도 많아요. 저더러 “따님이에요?” 하고 묻는 분들도 많고, 주영은 머리가 숏컷이라 “아들이에요?” 하기도 하고. 저희 안명균 위원장님 나이 엄청 많으신데, 쉰 넘으셨거든요? 그럼 “남편이세요?” 하는 말 듣고, 위원장님은 좋아하시는데 후보는 “무슨 말씀이세요!” 하고.
허: 어머.
장: 그리고 녹다(이선미)는 심지어 후보보다 어리거든요? 근데 아무래도 모자 쓰고 피켓 들고 하다 보면 얼굴이 잘 안 보이다보니, “어머님이세요?” 하는 말을 들은 적도 있어요. 충격 먹어서 “뭐라구요…? 어머님…이라뇨…” 하고.
저희는 학생들에게도 명함을 드려요. 청소년의 권리신장 등을 중시하기 때문에. 그럼 “에이, 저희 투표권 없어요~” 하면서 지나가는데, 녹다가 “아유 학생~!” 하고 명함을 주더라고요. 저러니까 어머님 소리 듣지. (웃음)
아, 어머님 이야기 나온 날이었는데, 그 날 마지막으로 시장 한 바퀴 돌면서 “안녕하세요, 녹색당 홍지숙입니다. 명함 한 장 드릴게요.” 이러는데 필요 없다고 하시더니 저랑 청년들을 보시면서 “뭐 다 알바들이잖아!” 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홍지숙 후보가 “제가 후보입니다!”라고 하니까 깜짝 놀라시는 거예요. 저희도 억울해서 “저희 알바 아니에요, 청년당원이에요!”라고 하고, 돌아와서 ‘알바 아니에요 당원이에요’ 티셔츠 만들자고 얘기하고.
허: 엄청 즐겁게 들리네요. 하긴 지금 ‘알바’들 많이 쓰고 정형화된 선거운동 많이 하는 철이죠.
장: 3월 31일 첫날에 의왕역 갔었는데, 깜짝 놀랐잖아. 선거운동원들 옷 쫙 맞춰 입고, 지휘하는 아줌마가 계시거든요? 1번~ 하면 이런 동작, 2번~ 하면 저런 동작. “저기 자꾸 틀려요!”
허: 혹시 영화 검사외전 보셨어요? 거기 나오는 그런?
장: 봤어요, 딱 그 느낌이라니까. 이렇게 지휘를 하면 서른 명 중 절반은 이렇~게 하면서 “○○○! ○○○!” 이러고, 절반은 저렇~게 하고. “목소리 작습니다~!” 하고.
제가 법학과 복수전공을 하고 있어서 헌법 수업도 듣는데, 지난 학기에 선거권과 피선거권 연령 하한을 가지고 레포트를 썼었어요. 판사들이 다 그러더라고요, ‘미성숙한 청소년들에게 아직 선거권을 줄 수 없다’ 같은 식으로. 그럼 주영 같은 경우는, 지난 주 금요일까지는 미성숙했고 토요일부턴 성숙해진 건가요? 어느 연령까지 제한할 필요야 있겠지만, 그 이유가 ‘미성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럼 어른들은 다 성숙한가요? ‘성숙한 어른들’이 만든 세상이 얼마나 성숙하게 돌아가나요? 지금 성숙한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너무 젊다는 반응, 하루에도 몇 번이고 들어요. ‘여자네’ ‘젊네’ ‘미혼이네’. 기성 정치인과 다르다는 것 때문에 이런 반응을 듣는 거잖아요? 그럼 결혼한, 나이 많은 남자들이 많다는 거잖아요? 그럼 이런 국회는 또 성숙한가, 잘 만들어졌는가? 그건 아니잖아요. 이건 남자여야 한다는 것도, 나이가 많아야 한다는 것도, 결혼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에요.
과연 그게 정치를 하기 위해 필수적이고 긍정적인 요소일까요? 그럼 그런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이 사회는 왜 이렇게 됐을까요? 지금 좋다고 느껴지지 않잖아요. 왜 이러한 지적들을 하시는지 이해하지만, 그게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세 가지 모두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대안인 거죠.
허: 마포에서 출마하는 노동당 하윤정 후보가, ‘아재정치 OUT!’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나와서 화제가 됐었잖아요. 혹시 여기 ‘아재’는 없나요…?
정: 이 선본엔 있을 수가 없는 구조인 것 같아요. 별명 부르면서 편하게 동료로 일하고 있는데, 아재정치가 들어올 자리가 없는 것 같고요. 사실 어른들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는 거라 생각해요. 야자타임도, 이것을 재밌게 잘 끝낼 수 있는 여부는 연장자가 이걸 재밌게 받아주냐에 달려 있는 거잖아요. 쭌(이현준)이 먼저 그랬어요, ‘쭌’이라고 부르라고. 이렇게 했을 때, 편하게 받아주는 게 없었더라면 저희도 그렇게 못 불렀겠죠. 하지만 잘 되고 있고.
허: 홍지숙 선본의 청년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청년정책에 대해서 조금만 들어볼 수 있을까요? 크게 어떤 게 있는지.
장: 아무래도 청년이 대부분이다 보니, ‘청년을 바라보는 관점’이 아니에요, 아예. 저희는 청년의 시점인 거죠, 선거 자체가.
저희가 생각 중인 청년 정책으로는 일단, 기본소득이 있겠죠. 전국당 슬로건 중, ‘진짜 청년정책은 기본소득’도 있어요. 저희 공보물에는… 청년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걸 모토로 해서, 청년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나 청년주거문제 등을 보고 있어요.
특히 주거권에 대해서는… 독일은 자본주의가 완전히 들어선 나라인데, 한 번 세입자가 들어가면 함부로 집주인이 내보낼 수 없어요. 주거를 사고파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주거권을 안정적으로 하는 걸 중요시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부동산이 중요한 투기 대상이 되어서 떠돌아다니는 세입자 대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거죠.
신지예 후보가 낸 논평에 이런 얘기가 있어요. 국회의원들이 무능해서 이런 게 아니라, 너무 유능하기 때문에 어떻게하면 부동산 값을 잘 올려서 이익을 취할 수 있을지 잘 아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걸 타파하고자 하고, 녹색당이 국회에 들어가면 주거권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주거권은 삶의 기본인 거죠.
허: 마지막으로, 홍지숙 선본의 총선 목표는 무엇인가요?
장: 저희는, 최대한 녹색당을 많이 알리고 싶어요. 의왕시 선관위 바로 앞에 작은 카페가 있어요. 하도 많이 가서 사장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는데, 한 번은 30분을 넘게 이야기했어요. 사장님이 얘기 잘 했다고, 월요일엔 당원가입서랑 같이 오시라고.
허: (박수)
장: 녹색당은, 알기만 하면 지지할 수밖에 없는 정당이라고 믿어요. 카페 사장님이 그걸 보여주신 거죠.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이런 정당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게 되거든요. 3월 한 달 동안 녹색당에 692명이 가입했대요. 그게 가능한 건,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 녹색당이 계속 보여서 지지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녹색당을 아셨으면 좋겠어요. 애초에 당선이 안 될 거란 건 알고 있죠. 그런 질문도 많이 받아요, 당선 안 될 건데 왜 학교까지 쉬어 가면서 열심히 하냐고. 그렇게까지 하고 있지만 후회는 안 해요. 매일 새로운 희망을 봐요, 당장 이번 총선이 아닐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많아지겠지,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녹색당이 원하는 세상을 조금씩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찾아가요.
여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녹색당을 알고,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저흴 극좌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근데 우리가 체제를 전복하거나 하는 걸 바라는 게 아니고 ‘당연한 게 당연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뿐이에요. 그게 좌파라면 좌파일 수 있겠지만, 좌파가 나쁜 것도 아니잖아요!
인터뷰를 마치고 선거운동 사진을 찍으러 같이 나가기로 했다. 킥보드 탄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에 선거사무실을 배경으로 선거운동용 킥보드와 함께 한 컷, 앰프를 달고 돌아다니는 자전거와 함께하는 선거운동을 또 한 컷. 매일매일 새벽같이 출근해 야근이 이어지는 나날들이지만, 장 대변인과 선본원들은 하나도 지쳐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이런 즐거움으로 만들어가는 선본이, 녹색당이 어떤 변화의 싹을 틔울지 기대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