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지난 두 달간 필자의 일상에는 상당한 변화가 찾아왔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넷플릭스의 시리즈물을 빈지 워칭(Binge Watching)하고 있으며, 출퇴근 길에도 넷플릭스를 시청하느라 온갖 쿠폰과 당겨쓰기 기능을 동원하여 데이터 모으기에 여념이 없다.
뉴스나, 웹툰, 팟캐스트, 음악을 비롯하여 그 어떤 콘텐츠도 이처럼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상대적으로 거실 TV를 통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2년 약정으로 매여있는 IPTV 를 계속 구독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겨난다.
비단 넷플릭스의 등장 때문만은 아니다. 넷플릭스와 더불어 국내에도 왓차 플레이와 같은 유사 서비스가 등장하였으며,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사업자들이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를 본격 출시한 것 등이 이러한 의문에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 MCN을 필두로 한 웹 기반의 동영상 콘텐츠 또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기존 콘텐츠 소비 채널과 박빙의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TV 시장은 어떠한 양상으로 변화해 나가게 될까?
테크크런치에 게재된 컬럼에 의하면 애플의 경우 TV의 미래가 앱(The Future of TV is Apps)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애플은 애플 TV를 통해 앱을 중심으로 동영상 콘텐츠가 소비되는 사용자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케이블 TV 중심으로 동영상 콘텐츠가 소비되는 것에서 점차 언번들링(Un-bundling) 된 형태의 소비 문화가 메인 스트림 유저들에게도 전파되고 있다. 특히 유튜브와 TV를 구분하지 못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점차 나이 들어 거실에 자리잡는 시기가 오면서, 케이블 TV 사업자가 제공하는 올드한 방식의 UI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게 될 것이다.
동영상 콘텐츠 제공에 있어서 중요한 미들맨 역할을 수행해 온 케이블 TV 사업자의 위치가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반대로 글로벌 IT 사업자들의 행보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나타내고 있다.
1. tvOS와 마켓플레이스를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는 애플
앞에서 언급한 애플의 경우 tvOS와 앱 기반의 마켓플레이스를 중심으로 TV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자 한다. 최근 HBO Now와 Showtime의 콘텐츠를 추가하는 등 케이블 TV 사업자와의 경쟁을 위해 동등한 수준의 콘텐츠 수급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애플이 노리는 곳은 케이블 TV 수준의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테크크런치 컬럼을 작성한 레벨 파트너(Revel Partners)의 크리스 영(Chris Young)에 따르면 기존 케이블 TV 수준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마치 아이폰이 전화 기능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한다. 기본적인 전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휴대폰 사용자의 아이폰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유인책이었다면, 지금의 아이폰을 규정 짓는 특징은 오히려 다양한 앱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는 사용성에 있는것 처럼 말이다.
이렇게 된다면 유저는 TV 홈스크린에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 채널을 배치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자신의 취향에 따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는 콘텐츠 제공자의 규모나 인지도가 아닌 유저 개개인의 개성에 따른 소비가 가능해진다는 측면에서, 3rd Party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2. 유튜브, 크롬캐스트, 애드센스를 통해 TV Transformation 주도하는 구글
구글의 경우에도 일찌감치 TV와 인터넷 동영상 간의 컨버전스 현상에 주목한 바 있다. 이미 유튜브를 비롯하여 크롬캐스트까지 확보하고 있는구글은 TV의 Transformation을 주도하는 사업자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또한 구글이 보유한 doubleclick과 AdSense, AdMob 등 강력한 광고 플랫폼은 동영상 콘텐츠를 통한 수익화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아래의 이미지는 구글이 직접 공개 한 TV의 진화 (Evolution of TV) 시리즈 보고서에 언급 된 내용으로, TV 시장을 변화시키는 7가지 다이나믹스가 표현되어 있다.
3. Elemental Technologies를 인수하며 클라우드 동영상 기술 강화에 나선 아마존
아마존의 경우 2015년 9월 Elemental Technologies를 5억 달러라는 거액으로 인수하기도 하였다. 키바 시스템즈나 자포스에 이어 아마존이 인수 한 업체 중 역대 5위에 해당하는 규모로도 손꼽힌다. Elemental은 멀티스크린을 대상으로 콘텐츠 딜리버리를 지원하는 백엔드 솔루션 업체이다. HBO나 ESPN, BBC 등이 Elemental의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마존의 AWS 디비전에 비디오 클라우드 인프라를 강화하는데 Elemental의 솔루션이 적용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이 Twitch를 인수한 데 이어, Elemental을 인수하게 되면서 자체 동영상 서비스 강화에 대한 기대가 이루어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 넷플릭스가 자사의 스트리밍 서버를 모두 AWS로 이전하면서, 양사의 가깝고도 먼 관계가 업계에 자주 회자되고 있다.
4. 3rd Party 콘텐츠 제작자 지원 플랫폼 사업자
더불어 3rd Party 콘텐츠 제작자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비디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보다 쉽게 앱을 만들고 이를 애플 TV에 퍼블리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 등장한 것이다. 더불어 콘텐츠를 기반으로 수익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는 플랫폼도 주목받고 있다.
1 Mainstream
- 2012년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설립 된 업체로 TV나 게임 콘솔, 타블렛을 비롯한 디바이스를 대상으로 HD급 동영상을 스트리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디스트리뷰션 플랫폼 (OTT 비디오 서비스 플랫폼)
- 네이티브 앱 생성 및 콘텐츠 딜리버리 등을 지원. BSkyB, CBS News를 비롯하여 MCN인 Tastemade 등이 클라이언트로 1 Mainstream의 플랫폼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짐
- Apple TV, Roku, Amazon Fire TV, Google Chromecast, Microsoft Xbox 등에 OTT 비디오 스트리밍 지원 가능
- 2015년 3월 21st Century Fox 산하이자 영국의 위성방송 오퍼레이터인 Sky로부터 5백만 달러 투자 자금 유치
- 이외에도 DCM Ventures, Menlo Ventrures, Luminari Capital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여 총 875만 달러의 투자 자금 유치
- 2015년 10월 Cisco에게 인수되었음. 1 Mainstream의 기술과 22명의 스탭이 Cisco의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유닛에 흡수 됨
Cisco의 인수 가격은 공개되지 않으나, 업계에서는 1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음
Zype
- 2013년 뉴욕에 설립 된 업체. 클라우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비디오 퍼블리싱, 디스트리뷰션 제공.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업체들이 클라우드 기반 비디오를 쉽게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
- Netflix-as-a-service라고 소개 됨
- Apple TV, Roku, Amazon FireTV를 비롯한 기기들에 비디오 OTT 비디오 스트리밍 지원
- 비디오 퍼블리싱뿐만 아니라 수익화, 데이터 사용 분석과 관련 된 툴을 제공 함
- 2015년 10월 Revel Partners를 비롯한 투자사로부터 160만 달러의 Seed 자금을 모집하였음
AppLovin
- 2012 년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업체
- 모바일 및 TV앱을 통해 마케팅을 제공하고자 하는 브랜드를 대상으로 마케팅 오토메이션 및 애널리틱스 툴을 제공하는 마케팅 플랫폼
- 2014년 7월 4백만 달러의 Seed 자금 유치
Interactive Apps를 통한 TV 콘텐츠의 변화 가능성
종합해보면 결국 클라우드 기반의 비디오 디스트리뷰션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영상 콘텐츠 제작자가 Apple TV나 Roku를 비롯한 다양한 기기용 앱을 보다 쉽게 만들고 퍼블리싱 하도록 지원해주는 서비스가 주목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들의 경우 OTT나 Mobile Web용 비디오 앱을 쉽게 퍼블리싱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물론, 공통적으로 이를 통한 수익화 방안과 애널리틱스 툴을 제공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MCN 사업자를 비롯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단순히 유튜브 채널에 동영상을 업로드함으로써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가진다.
이들 서비스를 통해 웹과 모바일 기반의 기반의 새로운 동영상 콘텐츠들이 증가하고 새로운 형태의 동영상 소비 경험이 누적되면서 기존 케이블 사업자나 IPTV 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TV 생태계변화가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의 사례를 다시 들여다보자면 현 시점의 경우 10개 중 7개의 tvOS 앱이 기존 TV 채널 관련 사업자들이 출시한 앱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추후 롱테일 콘텐츠 제공자들이 소비자와 보다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는 곧 시청자가 일방적으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랙티브한 경험을 함께 만들어가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Her Story라는 게임은 TV 콘텐츠의 변화 가능성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Her Story는 용의자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단서를 찾는 형태의 게임인데, TV콘텐츠와 Game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미래 콘텐츠의 유형을 보여준 사례로 손꼽힌다.
그 밖에도 유저가 콘텐츠를 시청하면서 Built-in 된 소셜 인터랙션 기능을 활용하거나, Fruit Ninja 게임 스타일로 화면을 슬라이싱하면서 Political Debate 영상을 시청하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 프로듀스 101에 나오는 소녀들의 투표를 별도의 스크린을 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진행할 수 있으며, 그 결과를 소녀들과 바로 공유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자!
사실 이러한 콘텐츠들은 모두 소비자의 유한한 시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스마트 디바이스 사용에 익숙한 밀레니얼 사용자를 대상으로 얼마나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해당 업체들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